[인터넷 이디엄] <68> 가족사랑

 이념과 정치적 입장, 남녀노소 세대를 불문하고 모든 갈등을 덮고 하나되는 이상적 온라인 공간의 대명사.

 여성가족부의 페이스북 페이지 ‘가족사랑’에서 유래했다. 16세 이하 청소년의 심야 시간 온라인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개정 청소년보호법, 이른바 ‘셧다운제’ 시행이 이달로 다가왔다. 이에 게임을 사랑하는 네티즌들이 ‘가족사랑’ 페이지를 찾아 페이스북 게시판이라 할 담벼락에 의견을 남기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한 네티즌이 ‘가족사랑’ 담벼락에 올린 “청소년의 한 줌도 안 되는 여가와 행복추구권을 맘대로 침해하지 마라”는 글에 여성부 페이지 관리자가 “청소년이 아니시네요??”라고 댓글을 단 사실이 알려지면서 게이머들의 폭풍 방문이 이어졌다.

 청소년이 아니면 청소년 문제에 상관하지 말라는 ‘가족사랑’ 관리자의 배타적 태도에 맞서 네티즌들은 하나로 뭉쳐 목소리를 높였다. “청소년이 아니면 청소년 걱정하면 안 되는구나” “동물 권리는 동물이 주장해야 함” 등의 글이 담벼락을 가득 메웠다. 셧다운제로 사회의 창의와 자유가 쇠퇴하고 여성부가 국민의 외면을 받을 것을 우려하는 글이 쉴 새 없이 쏟아졌다. 성지 순례가 이어질 기세다.

 항상 좌와 우로, 수구 꼴통과 촛불 좀비로, 1%와 99%로 갈라져 키보드 배틀만 벌이던 네티즌들이 ‘가족사랑’에서만큼은 얼싸안고 한마음이 되었다. 모든 이가 가족이었다. 갈라져 싸우던 사람들을 가족 같은 하나의 마음으로 묶어낸 셧다운제는 가족의 가치를 되살리기 위한 여성가족부 최고의 정책임이 드러났다.

 청소년 복지와 안녕을 위해 불철주야 애쓰지만 국민의 무관심에 가슴 아팠던 정부 기관 페이스북 페이지. 디씨인사이드에서나 볼 수 있던 잉여들이 대거 함께했다는 사실만으로 여성부 ‘가족사랑’은 인터넷 공간의 대동 화합을 이뤄낸 공로를 높이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 생활 속 한마디

 

 A: 저희 밀리터리 동호회 카페가 회원 간 반목으로 쑥밭이 됐어요.

 B: 그래서요? 깔깔깔~ ‘가족사랑’을 본받으세요.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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