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갤럭시 처음 보곤 "왜 따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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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브 잡스가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을 처음 봤을 때 ‘왜 내 제품을 모방해!’라며 불같이 화를 냈다. 나도 비슷한 분노를 느꼈다.”

 제이 엘리엇 전 애플 수석부사장(누벨 CEO)의 회고다. 9일 전경련 국제경영원과 웅진씽크빅 등이 공동 주최한 CEO 조찬세미나에 참석한 엘리엇 전 부사장은 삼성전자와 애플이 벌이는 특허전에 대해 묻자 “삼성이 만든 스마트폰이 애플 아이폰과 상당히 닮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엘리엇 전 부사장은 잡스의 ‘멘토’로 불린 인물이다. 잡스보다 13세 손위로 기업 시장에 안주하던 IBM과 인텔 등 전 직장에서 나온 후 우연히 한 식당에서 25세의 잡스와 만났다. 이후 30분이 넘게 컴퓨터산업의 미래 이야기를 나누다 애플에 합류하게 된 일화는 유명하다. 존 스컬리에 의해 잡스가 애플에서 쫓겨날 무렵 함께 나와 픽사를 인수하는 데 가교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 삼성전자의 소프트파워 부재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했다. “삼성전자나 소니, 델은 절반만 가지고 싸운다”며 “삼성전자 광고를 보면 하드웨어 얘기뿐이고 결국 그 안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이나 소니 같은 기업들이 왜 자체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창의력은 하드웨어를 넘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또 엘리엇 전 부사장은 “애플은 컴퓨터회사라기보단 ‘컴퓨팅’회사”라며 “제품을 통해 무엇을 할 것인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또 “시장 현황에 영향받지 않도록 ‘쿨’해지고 시장 최초가 돼야 한다”며 “애플 스토어를 처음 낼 때는 모두 다 실패할 거라고 했지만 지금은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보다 유명한 랜드마크가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에 대해선 “모토로라와 구글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업을 인수할 때는 기업 자체가 아닌 사람과 기술을 인수해야 한다”며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는 큰 실수”라고 말했다.

 한국에 온 소감으론 “IT 분야 한국 젊은이들을 몇 명 만나봤는데 놀라운 창의력을 가지고 있었다”며 “한국 특유의 위계질서를 없애고 시스템을 만들어 이러한 창의력을 흡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잡스가 없는 애플의 미래에 대해선 “향후 5년은 지금의 혁신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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