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정의 어울통신>APT 사무총장 선거에 거는 기대

 실로 10여년 만이다.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관련 국제기구의 수장 자리 도전을 놓고 하는 얘기다.

 위규진 국립전파연구원의 박사가 그 인물이다. 위 박사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36개국이 참여하는 아시아·태평양전기통신협의체(APT) 사무총장 자리를 놓고 일본의 야마다 도시유키 일본 현 총장과 맞붙었다.

 APT 사무총장은 조직회의 개최 조정, 총회 및 관리위원회 위임 역할 수행, APT 과제 및 기술지원계획 관리 등 역내 통신기술 발전과 표준화 작업을 총괄하고 국제전기통신연합(ITU)과의 협의를 이끄는 중요한 자리다.

 국가 간 대리전 양상도 감지된다. 그만큼 APT 수장 자리에는 안팎의 시선이 쏠려있다. IT강국인 우리나라의 입장을 반영할 수 있는 자리라는 얘기다.

 위 박사의 도전은 지난 1996년 이종순 전 정통부 정보통신협력국장이 선출된 이후 두 번째다. 지금은 고인이 됐지만 이 전 국장은 우리나라 최초로 IT 관련기구인 APT 사무총장이 돼 IT 선도국의 위상을 세웠으며 역내 주파수나 통신 표준, 기술 발전에 많은 역할을 해냈다.

 우리나라에서 APT총회가 개최된 것도 27년 만이다. 사무총장은 이달 16~18일 제주에서 열리는 APT 총회에서 회원국들의 투표로 결정된다.

 접전 양상이다. 현재 일본의 야마다 도시유키 현 총장이 약간 앞서 있다고는 하나 위 박사 개인의 인지도와 발군의 기량으로 호각지세라는 평가다. 연임 관례를 뒤흔들고 있다는 점에서 위 박사의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문제는 정부다. APT 총회를 두고 위 박사와 방통위 일부 인사가 지원하는 형태로 뛰고 있으나 외교부를 비롯한 범정부 차원의 체계적이고도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방통위도 마찬가지다. 지난 5월 방송통신장관회의 때와는 사뭇 다르다는 얘기다. 당시 방통위 수뇌부는 각국 장차관을 만나 정부 차원의 협력을 요청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보였다.

 그 사이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까. 아니면, 방송통신장관회의 때 활동으로 할 일을 다 했다고 보는 것일까.

 방통위는 특히 예산 때문에 적극적인 지원활동을 벌이지 못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각 국을 돌며 국가 간 협력과 이를 연계한 득표 활동을 벌이는 것은 선거 지원의 기본이다.

 이미 예정돼 있는 국제적 행사와 지원활동을 예산 부족 문제로만 돌리기엔 뭔가 찜찜하다.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외교부 차원의 지원활동 역시 마찬가지다. 국제적 위상이 있는 회의나 협의를 위해서는 각국 대사의 관심과 지원이 필수다. 범정부 차원의 지원활동이 이뤄지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경쟁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양상이다. 국제 외교력에서는 일본에 뒤지지만 위 박사의 개인적인 인지도와 역량에서는 앞선다는 것이다. 위 박사의 광폭 행보와 개최지의 이점 때문이다.

 사무총장의 직분을 활용하는 부문서는 야마다 도시유키의 우세가 점쳐지고 있다. 정치·경제적 위상에 따른 일본의 입김도 상당하다. APT에 지원하는 지원금의 위력도 작용한다.

 앞으로 10여일, 짧지만 최선을 다해야 한다. 각국 대표가 우리나라를 방문, 투표할 때까지 한시도 맘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가능하다면 전화나 혹은 서신으로, 대면 접촉으로 지원 가능한 모든 득표활동을 전개해야 한다.

 외교부측의 노력도 기대한다. 각국 대사들의 뒷심이 필요한 시기라는 것이다. 주무부처로서의 방통위의 역할도 크다. 어찌됐든 안방에서 개최되는 APT총회에서 사무총장 배출을 못한다면 정부의 책임이 크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박승정 통신방송산업부 부국장 sj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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