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결제를 축으로 미디어·콘텐츠 분야에서 한국과 협력하고 싶다.”
7일 한국을 찾은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 메시지다. 2000만 스마트폰 가입자와 앞서가는 모바일 인프라, 삼성전자·LG전자 등 강력한 제조사를 둔 한국을 테스트베드 삼아 구글과 안드로이드 미래를 이끌어갈 첨단 서비스를 시험해 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슈미트 회장은 “한국은 안드로이드 분야에서 매우 성공적인 국가로 구글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최고 기술이 여기(한국)에 있다”며 “삼성전자·LG전자 등이 스마트홈 제품에 계속 투자하는 것은 우리에게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드로이드 OS 유료화는 앞선 기술력을 가진 국내 제조사와 협력을 막아 구글에게도 손실이라는 설명이다.
국내 이동통신사와 휴대폰 제조업체와 만남에서도 이 같은 뜻을 전하고 협력 방안을 강구했다. 협력을 위해 국내에 보다 개방적 IT환경을 주문하기도 했다. 슈미트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과의 청와대 회동에서도 “한국 스타트업 지원 및 한류 확산에 협력하겠다”며 “개방적이고 글로벌을 지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7일 오전 내내 이어진 슈미트 회장과 국내 3개 이동통신사 대표와 회동에서는 NFC를 활용한 모바일 결제에 대한 논의가 빠지지 않았다. 최근 모바일 결제 서비스 ‘구글 월렛’을 선보인 구글과 모바일 상거래 주도권을 노리는 국내 이동통신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슈미트 회장은 “SK텔레콤과 KT, LG 유플러스 등 한국 이동통신사의 NFC 시범사업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LG 유플러스가 ‘구글 월렛’ 사업 공동 추진 의사를 밝히는 등 국내 이동통신사 CEO 역시 구글과 협력에 기대를 표했다.
LTE 등 초고속 모바일 인터넷을 활용한 새로운 모바일 서비스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슈미트 회장은 커머스 외에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콘텐츠, 스마트 홈 등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싶어했다. 모바일을 통해 사람 사이의 관계와 가정 내 엔터테인먼트의 모습을 바꾸려는 그림이 엿보인다.
슈미트 회장은 하성민 SKT 사장과의 만남에서 “모바일 커머스와 SNS, 스마트홈, 스마트TV 등의 테스트베드 사업을 함께 하자”는 제안을 했다. 이 자리엔 서진우 SK플래닛 대표도 배석, 통신과 플랫폼을 아우르는 협력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한류 콘텐츠와 유통 플랫폼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유튜브에 한류 콘텐츠를 공급하고 HD급 한류 콘텐츠를 유튜브에서 편리하게 즐길 수 있는 서비스 개발에 협력하기도 했다. 청와대에서도 한류 콘텐츠 확산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슈미트 회장은 “인터넷의 생명은 개방성”이라는 평소 지론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구글이 원하는 열린 인터넷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전제조건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최근 불거진 개인 위치정보 수집이나 스트리트뷰 관련 논란에 대해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시한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