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구글, 다음 인수하나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7일 오후 광화문 방송통신위원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와 만나 “(다음커뮤니케이션 인수 건에 대해) 밝힐 수 없다. 한국에 좋은 기업 있으면 추천해 주세요”라고 말했다.

 이날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이 방한 공식 일정을 시작하면서 증권시장에선 다음커뮤니케이션 주가가 폭등하기 시작했고, 구글의 다음 M&A설이 빠른 속도로 퍼졌다.

 특히 지난 8월 다니엘 알레그레 구글 아시아태평양 사장이 비공개로 다음을 방문한 사실이 알려져 있던 터라 시장 반응은 민감했다. 외신들이 국내 매체를 인용, 구글의 다음 인수설을 보도하면서 기대는 더 커졌다. 다음 주가는 장중 한때 전날보다 6% 이상 오른 14만원까지 뛰었다. 슈미트 회장 외에 다른 당사자들은 인수합병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음은 피인수설을 적극 부인했다. 다음 관계자는 “슈미트 회장 방문 동안 다음 경영진이나 이재웅 창업자와 만남은 전혀 계획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재웅 다음 창업자 역시 트위터에 “저도 몰래 저를 만나 협상한다는군요”라는 글을 올리며 인수설을 부인했다.

 이번 구글의 다음 인수설은 그간 다음이 꾸준히 M&A 대상으로 거론돼 왔고, 최대주주인 창업자 지분이 15% 정도에 불과해 적은 비용으로 인수할 수 있다는 점 등이 작용했다.

 업계에선 구글이 유독 한국시장에서 성적표가 좋지 않다는 점에서, 다음을 인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구글의 국내 유선 인터넷 시장 점유율은 2.4%로, 네이버(72.8%), 다음(18.3%)에 비해 낮은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물론 무선인터넷 분야에서는 14.7%의 점유율을 기록하면서 다음을 바짝 쫓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구글이 다음을 인수 하지 않더라도 모바일 광고 등의 분야에서 양사간 협력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모바일 검색 및 광고, 콘텐츠 유통 채널 등에서 시너지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다음이 모바일 분야에 집중해 성과를 거두면서 다음을 기반으로 구글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확대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슈미트 회장은 국내 투자계획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슈미트 회장은 한국에 대한 투자계획을 묻는 질문에, “구글은 한국에 100명 이상의 연구개발(R&D) 인력을 두고 있다”고 즉답을 회피했다. 한국에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건립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도 “확실히 말할 수 없다(Not sure)”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구글이 지금까지 인수한 기업은 주로 구글이 추진하는 서비스를 보완할 비즈니스 모델이나 기술을 가진 기업이었다는 점에서, 사업 영역이 대부분 겹치는 다음을 인수할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도 제기한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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