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총선 피하고 사회당에 대한 분노를 국민에게 돌려
질의내용 관건..4일 신임투표도 안심 못해
그리스 총리가 돌연 유로존의 2차 지원안에 대한 국민투표 실시 방침을 밝혀 그리스 재정 위기 해결에 또 다른 불확실성을 드리웠다.
이에 야권이 조기총선을 피하려는 `속임수`라고 일제히 비난하고 있지만 유로존 회원국들이 위험한 모험이라고 우려하는 등 국민투표에 대한 외부, 특히 유로존의 시각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만일 투표 결과 2차 지원안에 대한 `반대`로 나온다면 유로존이 지금까지 공들여 구체화한 재정 위기 대응책의 근간이 흔들릴 위험이 있다.
◇ 긴축에 대한 분노 국민에게 돌려 =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총리는 전날 저녁 여당 의원총회에서 지난주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그리스 2차 지원안을 설명한 뒤 돌연 "국민들이 책임 있게 반응할 때"라며 2차 지원안에 대한 국민투표 의사를 밝혔다.
그는 "국민들이 원치 않는다면 그것(2차 지원안)은 이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투표를 통해 재정 긴축 이행을 위한 추진력을 얻겠다는 계산이다.
집권 사회당을 향한 국민들의 분노를 국민에게 돌리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최근 사회당 일부 의원들이 분노한 국민들로부터 물리적, 언어적 폭력을 당하는 등 사회당에 대한 반감이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다.
2차 지원안은 유럽연합(EU)·국제통화기금(IMF) 등의 2차 구제금융 1천억유로, 그리스 국채 손실률을 50%로 확대한 민간채권단의 손실분담 참여(PSI) 등으로 이뤄졌다.
대신 그리스는 재정 긴축과 민영화 이행 등 자구노력을 해야 한다. 그 일환으로 공무원 감원 및 임금삭감, 연금 삭감, 재산세 신설 등을 담은 법안들이 지난달 의회를 통과했다.
법안 통과를 전후해 그리스는 재정 긴축 조치에 항의하는 노동계와 시민들의 거센 불만이 표출됐다. 삶의 질 저하를 우려하는 국민들의 분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파판드레우 총리가 국민투표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물론 이는 야권이 주장해온 조기총선을 피하는 방편이기도 하다.
◇ 질의내용 관건 = 야권이 국민투표를 환영하기는커녕 `속임수`라고 일제히 비난한 대목은 총리가 국민투표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기획할 것이라는 추측에서 비롯된다.
찬반을 물을 질의를 어떤 내용으로 하느냐가 투표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재무장관은 새로운 자금지원 협약을 비준하는 법에 대해 "찬성" 또는 "반대"로 답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지난달 29일 여론조사업체인 카파 리서치가 1천9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는 그리스 국민 다수가 2차 지원안에 부정적인 태도를 갖고 있음을 보여줬다.
47%가 2차 지원안에 "부정적"이라고 답했고, 다른 15%는 "부정적인 편"이라고 답했다.
다수가 2차 지원안은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고 답해 총리의 국민투표 요청은 여론을 받아들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묻는 질의가 될 수도 있다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그리스 국민 10명 중 7명은 유로존 탈퇴에 반대하고 있다.
◇ 4일 신임투표도 안심 못해 = 파판드레우 총리는 의회에 내각 신임안 투표를 요청했다.
파판드레우 총리가 이끄는 사회당은 의회(총 300석)에서 153석을 확보하고 있었다.
그러나 밀레나 아포스토라키 의원이 1일(현지 시간) 총리의 국민투표 요청에 반발해 원내 사회당그룹을 떠나 무소속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현지 언론은 에바 카일리 의원도 사회당에서 탈당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렇게 되면 사회당의 의석 수는 과반에 턱걸이하게 된다.
아울러 사회당의 다른 의원 6명이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거국내각` 구성을 위해 총리가 퇴진할 것을 요청했다.
파판드레우 총리의 당 장악력에 중대한 도전이 일고 있는 셈이다. 총리로선 내부 결속을 위한 시간이 이틀 밖에 남지 않았다.
오는 4일 자정께로 예상되는 신임안 표결에 전 세계 금융시장의 관심이 쏠릴 것으로 전망된다.
제1야당인 신민당은 유로존·IMF 등과의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