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법으로 불리는 ‘셧다운제’가 도입 20여일을 앞두고 표류하고 있다. 셧다운제가 도입되면 16세 미만 청소년들은 모두 밤 12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모든 온라인 게임 접속이 차단된다.
전례 없는 규제 도입을 앞두고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은 주무부처다. 청소년보호법 개정안 시행령 작업 중인 여성가족부는 여론의 눈치만 보면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스타크래프트’로 여론이 들끓자, 예외 대상으로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협의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조율이 되지 않은 내용이라고 대답한다. 이대로라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 규제다.
주무부처 안에서도 서로 이야기가 다르고 구체적 가이드라인도 없다. 업체 입장에서는 답답하다. 여유가 있는 대기업과 달리 작은 기업일수록 셧다운제는 더 큰 불안과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달 초 글로벌 게임 서비스를 진행 중인 한 중소기업 대표는 기자를 만나자 우리 게임도 규제 대상이냐고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되물었다. 전연령을 대상으로 영어로 게임을 제공하며, 이메일만 가입에 필요하다니, 듣는 기자도 아리송해졌다.
이 업체에게 무조건 셧다운제를 준비하라고 조언하는 것은 글로벌 사업을 가로 막는 길이나 다름없다. 국경 없는 이용자들끼리의 만남이라는 게임 성격이 흐려지고, 개인정보 보호 및 관리에 추가적으로 드는 비용이나 운영 부담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셧다운제가 창업자의 발목을 잡는 진입장벽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실제로 확인한 셈이다.
다른 글로벌 업체는 아예 청소년들의 온라인 게임 가입을 막겠다고 전했다. 이 게임은 게임물등급위원회를 통해 폭력적이나 선정적 콘텐츠가 없기 때문에 청소년도 이용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셧다운제 등 정책 혼선을 우려해 당분간 성인 이용자만 받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셧다운제 도입 목적은 게임과몰입 등 사회적 부작용을 막고 청소년을 보호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게임과몰입이나 게임물에 대한 정확한 중독성 평가도 없이 전 온라인 게임을 대상으로 규제를 도입, 정책 실효성이 사라졌다. 청소년과 학부모를 대신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문화연대도 셧다운제가 실효성이 없고 헌법이 보장한 권리를 침해한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가 일부 게임사 대표와 협회를 만났지만, 산업계 전체 목소리를 듣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 지경이 되도록 정부는 6개월 동안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