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별에서 지구를 방문할 때 가장 큰 골칫거리는 지구 환경이나 언어 문제가 아니다. 지구 대기권 밖을 감싸고 있는 정체불명의 기계장치와 파편들이 문제다. 여기에 부딪치지 않고 지구에 착륙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지구에서 다른 별로 여행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수십 년 전 지구에서는 위험천만한 쇳덩어리들을 경쟁적으로 하늘로 쏘아 올렸다. 그 쇳덩어리들이 이제는 지구를 감싸는 거대한 쓰레기더미가 됐다. 그리고 심심찮게 지구로 다시 떨어져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머지않아 도래할 우주시대의 새로운 고민거리다.
지난달 태평양에 떨어진 6톤 규모 인공위성이 전 세계를 긴장시킨 데 이어 최근에는 독일 뢴트겐 위성이 중국 바다에 떨어졌다. 언젠가 지구로 떨어질 인공위성들은 아직도 많이 남았다.
◇지구를 도는 인공위성 3500여개=지금까지 발사된 인공위성 수는 총 6980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3558개는 지구 주위를 돌고 있으며 나머지 3422개는 지구 대기권으로 진입한 뒤 소멸됐다. 3558개 인공위성 가운데 제 기능을 하는 위성은 1100개 정도다. 나머지 2400여개 위성은 아무런 역할 없이 ‘그냥’ 지구를 맴돈다.
단순 계산을 해보면 지금부터 과거 100년 전부터 매년 70개 위성을 쏜 셈이다. 그리고 지난 50년간 매년 68개 위성이 지구로 추락했다. 앞으로 10년 동안은 매년 100개 정도 위성이 하늘로 발사될 예정이다.
인공위성이 자리한 우주공간은 환경이 수시로 바뀐다. 때문에 위성의 임무궤도 역시 변화한다. 특히 고도 1000km 이하 저궤도 위성들은 연료를 이용해 자기 궤도를 유지하지 않으면 저항력 때문에 40년이나 60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고도가 낮아진다. 결국 지구 재진입을 통해 사라진다. 고도가 높은 지구 정지궤도상 위성들은 임무 종료 후 남은 연료를 이용해 지구 바깥 궤도로 밀어버린다.
◇위성추락 위험할까=지금까지 인공위성이 지구로 추락한 데 따른 인명피해는 없다. 독일 항공우주센터는 뢴트겐위성 파편으로 인해 인명피해가 발생할 확률이 약 2000분의 1이었다. 지난달 미국 UARS 위성 지구추락 시 인명피해 확률 역시 3200분의 1이었고 인명피해도 없었다.
위성이 대기권으로 진입하면 대부분 타서 사라지는 게 일반적이다. 위성 추락과 관련해 걱정할 한 가지는 위성 통제 여부다. 최근 미국이나 독일 위성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는 통제가 안 돼 추락지점을 예측하기 힘들다는 데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김해동 박사는 “위성 임무에 따라 구성 재질이나 장비가 달라진다”며 “대기권에 들어올 때 마찰열에 의해 타버리는 게 일반적이지만 잘 타지 않는 재질인 경우 파편이 땅이나 바다에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우주정거장(ISS)도 몇 년 후 지구로 추락한다. 다행히 ISS는 조종이 가능하다. ISS가 지구 대기권에 재진입하기 1년 전부터 궤도를 정상 고도인 386㎞에서 서서히 낮춘다. 이후 파편들을 바다에 떨어트리게 된다. 무게 135톤에 이르는 러시아의 우주정거장 미르호도 지난 2001년 이런 방식으로 무사히 남태평양에 떨어진 바 있다.
◇위성 발사에 고려할 사항들=현재 각국은 경쟁적으로 위성을 쏘지만 임무를 다한 위성을 어떻게 처리할 지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지침이 없다. 운영이 종료된 인공위성은 명령을 통해 인위적으로 대기권 고도까지 낮춰 안전하게 폐기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사전에 연료를 많이 싣고 가야 한다. 추가비용이 발생한다는 얘기다.
사용기한이 지난 위성은 물론 위성끼리 충돌해 발생한 파편 등 우주쓰레기는 무려 200만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400여개 위성을 쏜 미국은 대안으로 자국 저궤도 위성은 임무 종료 후 자연 낙하에 따라 지구 대기권 진입 후 소각되기까지 최대 25년을 넘지 않도록 규정했다.
김 박사는 “인공위성을 쏘는 데만 신경 쓰고 임무 종료 이후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결국 우리에게 피해가 온다”며 “20~30년 뒤 우주 밖으로 나갈 때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국제적으로 사용이 종료된 위성처리에 대한 협약 같은 것이 없지만 앞으로는 강제 규약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한국천문연구원은 우주물체 지구추락에 대비해 지난해부터 교육과학기술부와 기초기술연구회 지원 하에 ‘우주물체 전자광학 감시체계 기술개발’을 추진 중이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