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끼리 협의하면 되는데 왜 공개된 장소에서 문제가 있는 것처럼 말합니까? 우리가 와이브로를 꼭 700MHz대에서 쓰겠다고 고집한 것은 아니잖아요.”
지난 주 국가 재난안전통신망 공개토론회 자리에서 주파수 할당에 대한 논쟁이 거세지자 행정안전부와 방송통신위원회 실무자들이 토론 도중 밖으로 나와 가벼운 언쟁을 벌였다. 괜한 분란을 일으키지 말라는 쪽과 사실 관계를 명확히 하자는 쪽이 만난 일종의 신경전이었다.
국가 재난안전통신망에 대한 잡음이 거세다. 기술검증 평가에서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을 받은 제안사는 검증과정에 대한 문제제기를 할 태세다. 사업이 최대 1조원 이상의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관련 산업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큰 예산이 투입되는 민감한 사업에 대한 정부부처 진행이 매끄럽지가 않다. 정책 실무자야 조심스럽게 한다고 하지만 곳곳에서 파열음이 들린다.
와이브로의 경우 700MHz대를 쓰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란 행안부 측 의견은 방통위에 의해 공개 토론회 현장에서 ‘주파수를 줄 수 없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식으로 참가자에게 전달됐다. 이 후 “논의는 할 수 있다”는 방통위의 공식적인 입장을 확인 할 수 있었지만 상황이 이러하니 기술검증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와이브로가 2위에 머문 테트라를 위한 ‘들러리’가 아니냐는 의혹이 고개를 들만도 하다.
재난망 사업은 지난 2004년에도 테트라를 선정해 추진되었지만 사업성 타당성 등을 문제로 백지화 된 바 있다. 2003년 최초로 사업추진이 시작된 것을 감안하면 곧 10년을 눈앞에 둔 셈이다. 긴 세월을 허비한 것은 정부의 불명확한 사업추진 방식 탓이 크다. 2004년 테트라 선정 당시 주무부처였던 소방방재청은 선정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뒷맛을 남기며 뭇매를 맞았다. 행안부가 바통을 이어받았지만 여전히 매끄럽지 못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 12월 최종 기술선정을 앞두고 있지만 어떤 사람들이 모여, 어떤 과정을 거쳐 선정할지 정해지지 않았다는 정부당국의 말이 상식적으로 들리지 않는다.
국가 통합망은 엄청난 세금이 들어가는 사업이다. 신중히 진행해야 한다는 주문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 요청이 가름막 뒤에서 조용히 진행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일각에서 ‘통합망 무용론’이 나오는 것은 선명하지 않은 혹은 그렇게 보이는 정부의 태도 때문이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