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푸스가 의료기기업체 자이러스를 인수하면서 거액의 자문료를 지급하고 최근 CEO를 경질한 것과 관련,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조사 중이라고 월스트리스저널이 25일 보도했다.
올림푸스는 지난 2008년 영국 의료기기업체 자이러스를 22억달러에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자문사로 참여한 AMES아메리카와 자회사인 AXAM인베스트먼트에 6억8700만달러를 자문 수수료로 지급했다. 인수가는 자이러스 주가에 58%나 프리미엄이 얹어진 상태였으며, 자문수수료 역시 통상 1% 정도로 책정되지만 36%를 지급해 파문이 일었다. 컨설팅업체 PWC는 “올림푸스 내부에서 상당한 자금이 사라졌다”며 “인수가격과 수수료가 과대 산정돼 경영 결정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밝혔다.
당시 CEO였던 마이클 우드포드는 최근 경질됐다. 올림푸스 측은 ‘경영 능력이 없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업계는 우드포드 전 사장이 자이러스 인수에 대한 의문을 품고 PWC에게 조사를 의뢰했기 때문에 ‘괘씸죄’를 물은 것이라는 분석이다.
FBI는 AMES아메리카가 뉴욕 기반의 투자회사인데다 올림푸스가 미국에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는 만큼 문제의 M&A를 둘러싸고 부적절한 사안을 조사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AMES아메리카의 사가와 하지메 회장에게 소환장을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AMES아메리카는 ‘조세포탈’이 용이한 케이먼군도에 위치해 미 정부의 이목이 더욱 쏠리고 있다.
마이클 우드포드 전 CEO는 “FBI 수사에 환영의 뜻을 표한다”며 “사실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된다면 얼마든지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올림푸스는 이번 사태로 인해 도쿄 증시에서 상장 폐지의 예비단계인 관리 종목에 편입된 상황이며 뉴욕 증시에서는 주가가 반토막이 났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