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뉴욕 한 클럽. 신생 소셜미디어 ‘알투지미디어(RtoZ Media)’ 론칭 파티가 열렸다. 시끄러운 음악과 붐비는 사람들 속에서 눈에 띄는 한 여성. 알투지미디어의 CEO이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의 친누나 랜디 저커버그(29)다.
지난 8월 페이스북을 그만두고 나와 한 달 만에 ‘뚝딱’ 사업을 만들어냈다. 그녀는 이 자리에서 “나는 살아남겠다(I will survive)”며 자신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계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공표했다.
랜디 저커버그의 이력은 화려하다. 마크 저커버그와 하버드대 동문으로 그와 함께 페이스북을 창업, 6년간 마케팅 책임자로 일했다. 일에 대한 욕심도 강했다. 첫 아이를 낳은 3개월 출산휴가를 제외하고 단 한 번도 회사를 떠난 적이 없다. 또 회사에서 ‘그 누구와도 좀처럼 얘기를 하지 않는’ 마크 저커버그의 말벗이자 친구로 지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그녀를 마크 저커버그 만큼 페이스북 성장에 큰 역할을 한 인물로 평가하며 그에 버금가는 카리스마를 갖고 있다고 평한다. 랜디는 “나는 지난 6년간 타인을 위해 가치있는 일을 했다”며 “그건 내 자신을 바로 세우는 길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녀가 설립한 알투지미디어는 그 자신이 페이스북에서 추진하고 개발했던 사업의 연장선상이다. 퇴사 전 그녀의 마지막 프로젝트는 인기 라이브 비디오 채널인 ‘페이스북 라이브’ 개발이었다. 페이스북 라이브는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 등 사회 저명인사들을 인터뷰하며 큰 화제를 불렀다. 랜디 저커버그는 알투지미디어를 통해 이런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그녀는 10월 초 뉴욕 주식시장의 후원을 받아 미 전역에 있는 200여개 통신사와 미디어사 중역들을 만나 알투지미디어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여줬다. 랜디는 “향후 나만의 온라인 쇼를 만들어 알투지미디어를 통해 송출할 것”이라며 “페이스북과 브로드웨이의 큰 투자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알투지미디어는 ‘내년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을 신생 기업’에서 1위에 올랐다. 아직 제대로 된 방송도 송출하지 않았지만 ‘저커버그’라는 이름 만으로도 높은 가치가 있다는 평이다.
동생인 마크 저커버그 CEO는 누나의 행보에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그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를 거부한 대신 이메일 서신을 보냈다. 그는 “랜디는 늘 창의적이었으며 그걸 자신의 사업에 어떻게 써야할지 안다”며 “그녀는 세계를 ‘오픈’시키고 ‘연결’하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