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치논리에 휩쓸린 카드 수수료 논쟁

 카드사 수수료율 인하 목소리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지고 있다. 처음 음식업계에서 튄 불씨는 유흥업계를 거쳐 주유소까지 옮아 붙었다. 카드사들이 중소 가맹점 수수료를 1.8% 수준으로 낮추겠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거세진 불길을 잡기는 역부족이었다.

 기름을 끼얹은 건 정치인들이다. 지난 18일에도 정치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잠실로 달려갔다. 이들은 몰랐던 사실이 이제야 드러난 양 과도한 수수료를 챙긴다며 카드사를 비판했다. 입을 맞춘 듯 수수료 추가 인하도 약속했다.

 금융당국 압박도 거세졌다. “탐욕을 부리지 마라”며 카드사를 몰아붙이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공세로 카드사는 단숨에 자기 잇속만 챙기는 죄인이 돼버렸다. 어떤 해명도 먹히지 않는 분위기다.

 사실 수수료 논쟁은 해묵은 이야기다. 논쟁이 물 위로 올라올 때마다 체계 개편이나 세제혜택 등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금세 없던 일이 됐다. 대신 땜질 처방만 반복했다. 자영업자 요구는 결국 정부 실책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폭풍이 지나갈 때까지 바짝 엎드리면 조용해질까. 안타깝지만 카드사들이 고대하는 상황은 당분간 오지 않을 것 같다. 내년이면 총선과 대선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과 금융당국은 여론을 핑계 삼아 압박을 이어갈 것이 분명해 보인다. ‘표’ 앞에서 합리적인 정책을 펼치기 어려운 정치의 기본 속성 탓이다.

 기업이 손익 계산을 하는 건 당연하다. 정치권과 금융당국 주장대로 가면 결국 손해는 가맹점과 소비자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오기 마련이다. 그때 정치권과 금융당국은 또 어떤 논리로 카드사를 압박할지 벌써 궁금해진다.


박창규기자 k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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