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아졌네?" 경영 보폭 넓히는 이재용

소송전 국면서도 팀 쿡과 부품 장기공급 논의

對애플 관계 주도할 듯..COO로서의 행보 넓혀

19일 오전 세계 IT 업계의 이목은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에게 쏠렸다.

삼성과 애플이 글로벌 IT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전면적인 소송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그가 애플 공동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의 추도식 참석을 계기로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팀 쿡과 만나 어떤 얘기를 나눴는지가 초미의 관심사였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에서 진행되고 있고 더 확산할 조짐을 보이는 스마트폰 특허 전쟁에서 양측이 화해 모드로 진입할 것인지, 한쪽이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는 치킨게임 양상으로 번질지 갈림길에 선 상황이다.

이 사장은 부품 공급 측면에서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완제품 판매 측면에서는 소비자를 위해 페어플레이를 하면서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라며 분리대응 원칙을 설명했다.

그는 앞서 지난 16일 잡스 추도식을 위해 출국할 때도 "삼성과 애플은 동반자가 돼야 하고, 시장에서는 공정하고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고 밝혔었다.

국내외 주요 고객사를 관리하는 삼성전자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장으로서 향후 애플과의 관계에 대해 비교적 명쾌하게 교통정리를 해주는 역할을 한 셈이다.

이 사장이 취재진 앞에서 회사 일에 대해 나름대로 소상하게 설명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아버지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간헐적으로 해외 출장을 위한 입·출국 때나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출근 때 삼성 안팎의 현안이나 국내외 경제 상황 등 여러 사안에 대해 주로 언급했고, 이 사장은 지근거리이지만 뒷자리를 지켰다.

따라서 이번 추도식 참석을 계기로 이 사장의 경영 보폭이 한층 넓어졌고 위상도 높아졌다는 분석이 재계에서 나온다.

삼성과 애플의 전면적인 스마트폰 특허 소송전으로 인해 올해 최대 고객으로 부상한 애플이 삼성과 등을 돌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그는 쿡 CEO를 만나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로 했을 뿐 아니라 2013~2014년 장기 부품 공급 문제까지 논의했다고 밝힘으로써 `경영 수완`을 보였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스티브 잡스와 `친구처럼` 지냈듯이 쿡 CEO와의 친분도 두텁게 함으로써 앞으로 애플과의 사업 문제에서 주도적이고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 사장은 지난해 연말 정기인사에서 부사장에서 COO 사장으로 승진하고 나서 차분하면서도 무게 있는 행보로 행동반경을 넓혀왔다.

밖으로 알려진 활동만 해도 지난 1월 그간 특별한 교류가 없었던 재계 라이벌인 LG 구본무 회장을 예방했고, 지난 4월 말에는 포스코 포항제철소를 찾아 정준양 회장과 면담했으며, 지난달 말에는 답방 차원에서 삼성전자 본사와 경기 기흥 반도체 사업장을 찾은 정 회장을 직접 안내하고 저녁을 함께하기도 했다.

아울러 해외 사업장을 자주 찾아 생산·판매 현황을 챙기고, 외국 유수 IT·전자업체들의 CEO들과도 폭넓게 교제한다는 게 삼성 설명이다.

재계 안팎에선 이건희 회장이 지난 4월부터 `출근 경영`을 시작한 것이 이 사장 체제로 `부드러운 권력 이양`을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 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설 때를 대비해 이 회장이 `하드 트레이닝`을 시키면서 그룹 전반에 걸친 경영 노하우를 제대로 전수하기 위한 포석이란 것이다.

늘 이 회장의 `그늘`에 가려 경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지적을 일각에서 받기도 했던 그가 일련의 활동을 통해 `준비된` 경영자라는 인식을 시장에 심어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또한 이 사장이 연말 그룹 임원 인사 때 승진하거나 더 무게감이 있는 보직을 맡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비슷한 연배인 현대차그룹(정의선 부회장), CJ그룹(이재현 회장), 신세계(정용진 부회장) 오너 3세들은 이미 회장 또는 부회장 직함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