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지난 3월 리비아에 대한 공습을 시작하기 직전에 카다피 정권의 방공망을 무력화시키는 사이버공격을 검토하다가 이를 포기할 정도로 사이버 전쟁이 새로운 전쟁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3월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이끄는 리비아에 대한 공습 작전 개시 직전에 미 행정부는 연합군 전투기를 위협하는 카다피 정권의 방공망을 파괴 또는 무력화시키는 사이버 공격을 시작할지 검토했다.
리비아 정부의 컴퓨터 네트워크와 군 통신망의 방화벽을 뚫고 들어가 조기 경보 레이더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도록 해 공습에 나선 연합군 전투기에 대한 리비아의 미사일 공격을 차단하려는 목적이었다.
이 방안은 그러나 러시아, 중국 등이 비슷한 사이버 공격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선례가 될 수 있고, 아주 단기간에 공격을 시작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 그리고 대통령이 의회에 통보하지 않고 이런 공격을 감행할 권한이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제기돼 실행에 옮겨지지 않았다.
결국 미군은 사이버 전쟁 대신 재래식 공습과 순항 미사일 공격, 무인 공습기를 동원한 폭격을 통해 리비아 방공 미사일망과 레이더망을 공격했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가 리비아에 대한 사이버전쟁을 검토했다는 점은 사이버 공격이 새로운 전투방식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다만 논란의 핵심은 미군이 이를 실행할지 그리고 언제부터 본격화할지 여부라 할 수 있다.
지난해 이란 핵시설을 대상으로 미국과 이스라엘 간 합작으로 이뤄진 컴퓨터 바이러스 `스턱스넷` 공격, 미군과 국방부 계약업체들이 주기적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소행으로 보이는 컴퓨터 네트워크 공격을 저지하고 있다는 사실 등은 사이버 공격의 사례들이다.
리비아에 대한 공습 외에도 미군은 지난 5월초 파키스탄 북부지방의 안가에 숨어있던 오사마 빈 라덴에 대한 공격작전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파키스탄 레이더망에 대한 극히 제한적인 사이버 공격을 검토했다가 포기하고 대신 레이더망을 피할 수 있는 스텔스 기능을 갖춘 헬기를 이용한 공격방식을 택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제임스 앤드루 루이스 선임 연구원은 "미국은 새로운 전쟁수단인 사이버 공격을 먼저 시작한 측이 되기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오바마 행정부 고위관리는 "이같은 사이버 전쟁능력은 동네를 드라이브하기 위한 용도가 아니라 대규모 레이싱 대회 참가를 위해 주차장에 숨겨놓은 페라리와 같은 것"이라며 "다른 방법이 없을 때만 사용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리비아에 대한 사이버 공격이 검토됐다가 폐기된 이유 중에는 당시 공격을 감행할 준비가 안 되어 있었던 점도 있다.
또 리비아에 대한 사이버 공격 명령이 전쟁권한법의 승인을 받지 않은 채 진행되고 있는 리비아에 대한 미군의 군사작전과 관련한 국내의 법적 논란을 심화시킬 여지가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고 NYT는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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