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우리는 자주 이공계를 말한다. 어떤 사람은 이공계가 꿈이고 어떤 사람은 삶의 터전이며 또 다른 어떤 이는 그 자신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수 대중에게 이공계 이미지는 어렵고 난해하며 다가가기 부담스러운 것이다. ‘이공계 기피현상’이란 말이 생겨날 정도다. 이공계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미디어는 이공계를 지원한다는 슬로건을 내걸기도 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공계를 택했다. 이공계는 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나에게 이공계는 어떤 의미일까. 나와 이공계의 관계는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됐다. 우연한 기회에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과학 프로그램에 참여, 다양한 체험활동을 할 수 있었다. 당시 내가 느낀 과학의 매력은 직접 눈앞에서 ‘시도해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투명한 필름판을 작게 해 열쇠고리를 만들 수 있었고, 경기장이나 공연장에서 많이 판매되는 야광 팔찌도 직접 만들 수 있었다.
역사 과목도 흥미로웠지만 당장 역사 기록을 보면서 무언가 알아내거나 직접 로마의 고대 건축물을 찾아가 조사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물론 그것 나름의 가치와 멋이 있었지만, 나의 관심은 바로 눈앞에 펼쳐지는 것에 있었다. 이는 진로에 막대한 영향을 주었고, 전남과학고등학교 진학으로 이어졌다. 이후 서울대학교 화학부에 입학했다.
내가 과학에 흥미를 가지게 된 사건들처럼 과학은 우리 주변 어디서나 찾을 수 있다. 신문이 인쇄되기까지도 여러 가지 과학이 숨어 있으며, 우리가 입고 있는 옷도 과학이 없었다면 탄생할 수 없었다. 이처럼 과학은 생활 속 곳곳에서 중요한 일을 담당하고 있다. 내가 만들고 개발한 물질이나 제품이 광범위하게 사용돼 생활의 편리를 도모할 수 있다면 그처럼 뿌듯한 일이 없을 것이다.
나는 현재 학부과정 2학년에 재학 중이고 과학 중에서도 화학 분야를 공부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관심 있는 분야만 있을 뿐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겠다는 목표를 세우지 않았다. 최대한 다양한 세부 분야에 가능성을 열어두고 공부하고 있다. 최근의 추세인 학문의 융합에 대응하기 위해 화학 이외의 교과들도 다양하게 섭렵하려 한다.
이공계에 대한 일반적 편견과 달리 이공계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매우 중요한 분야며 발전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내가 초등학생일 때 수업에서 영상전화는 먼 미래의 기술로 소개됐지만 이제는 상용화됐다. 과학은 이처럼 상상을 현실로 실현하는 기술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다른 학문에 즐거움(amusement)과 이익(profit)이 있다면, 과학은 유일하게 진보(advance)가 있는 학문이다. 이공계 진출을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이공계는 복잡하고 어려운 학문이라기보다는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을 가진 학문이라는 점을 말해주고 싶다.
나와 전자신문의 인연은 고등학생 시절에 시작됐다. 한국정보올림피아드(KOI)를 준비했는데 준비과정 중에 그 대회에 출전했던 동문 선배와 학교 선생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관련 서적을 구입해 공부하기도 했다. KOI에서 은상을 받았고 전자신문사에서 장학금을 받는 기회를 얻었다. 장학금 덕분에 평소에 부담스러워서 하지 못하던 체험 프로그램 참여나 서적 구입이 가능해 졌다. 내게는 큰 도움이 됐다.
우리나라에서 과학이 학문으로 정착된 것은 채 100년이 못 된다. 역사가 짧은 탓에 인프라 구축이 다른 나라보다 미진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꾸준히 이공계 관련 연구에 지원을 확충하고 있고, 초·중·고교 학생을 전자신문사 등이 지원하며 각계각층에서 숨은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내가 이공계 학생으로 성장하는 데에도 그런 도움을 받았다. 과학체험프로그램 설계, 시설 및 재원 공급 등도 여러 사람의 손길을 거치니 말이다. 이런 분들께 감사드린다. 이공계를 비롯한 다양한 학문이 균형 있게 발달해 대한민국이 강국이 되길 바란다.
김석순 서울대 화학부 2학년 학생 kssct1@hanmail.net
◆김석순 학생=화순군 과학영재교실, 영재교육원 수료. 전남 화순오성초, 화순제일중, 전남과학고 졸업. 2008년 전남과학고 1학년 때 KOI 은상 수상. 전자신문 ‘IT교육지원콘퍼런스’에서 장학생에 선발. 2009년 한국화학올림피아드(KChO) 장려상 수상. 2010년 전남과학고 조기졸업 및 서울대학교 화학부 입학. 서울대 화학부 1학년 학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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