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for All! 산업융합시대가 온다]②-제도 인프라부터 갖추자

 #중소기업 L사는 LED 제품을 활용한 옥외 현수막을 개발했다. LED 광원을 이용하면 전력을 적게 사용하면서 현수막 역할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사업성이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하지만 L사 현수막은 불법으로 간주돼 꿈을 접었다. 국내 옥외광고물법령상 L사 현수막은 승인이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이 법령에 따르면 건물 부지 내에 지주 이용 간판에 대한 네온 및 전광·점멸은 불법이다. 건물부지 이외 설치 시에도 지주 이용 LED 전자게시판은 불가능했다. LED라는 첨단 반도체 기술이 이른바 칸막이 규제에 발목을 잡힌 셈이다.

 #지난해 3월에는 의미 있는 기업 설문 결과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진행한 조사에서 융합 촉진을 위한 별도 법 제정 요구가 91.5%에 달했다. 융합 제품 출시 지연 주요 원인으로 법·제도 미비를 지적한 기업이 4개 중에 1개꼴이었다.

 #선진국의 경우 다양한 융합 정책을 이미 추진 중이다. 미국은 2002년 15개 융합 신산업을 선정했고, EU는 2004년 융합기술 전략을, 일본은 같은 해 신산업 창조 전략을 각각 내놨다. 이런 가운데 국내 기업들도 융합산업 촉진을 가로막는 전봇대를 뽑고 융합산업에 필요한 제도적 인프라부터 갖추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수년 전부터 높아졌다.

 ◇산업융합촉진법 지난 6일부터 본격 시행=이런 가운데 지난달 27일 국무회의에서 산업융합촉진법 시행령이 통과된 것이다. 지난 5월부터 관계 부처 협의를 시작한 산업융합촉진법은 이로써 10월 6일 본격 시행되기에 이르렀다.

 업계는 글로벌 융합 트렌드에 대응해 기존 칸막이식 법·제도 한계를 보완하고 융합 신시장 창출을 지원하기 위한 산업융합촉진법 제정이 마무리돼 산업 융합을 촉진하기 위한 법·제도 대응 체계가 구축된 것으로 기대했다. 자동차·조선·반도체 등 전통적으로 우리나라가 강한 산업을 IT를 비롯한 나노, 바이오 등 다양한 기술 기반과 융합한 시장을 창출하는 것은 업계의 오래된 숙원이었다.

 ◇‘법에 가로막힌’→‘법이 보장하는’ 산업 융합=산업융합촉진법이 산업 융합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라면 이번에 시행된 시행령은 필요한 사항을 규정했다. 산업 융합은 이제 더 이상 법에 가로막힌 게 아니라 이른바 법이 보장하게 된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의 산업 융합 신제품 개발 촉진을 위해 산업 융합 신제품 적합성 인증 세부 절차를 마련, 중소기업들이 융합산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해 융합 신산업 범위와 산업 융합형 R&D 과제 선정서 중소기업 육성·가능성을 고려하고, 중소기업이 주체가 된 산업 융합사업의 자금·보증·판로 등 포괄적인 지원 근거를 마련했다.

 산업 융합정책 컨트롤타워로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산업융합발전위원회를 오는 12월 구성하기로 한 것도 눈에 띈다. 정부가 직접 컨트롤타워가 돼 산업 융합 촉진을 맡겠다는 의미다. 국가 차원 중장기 산업 융합 발전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는 산업 융합 발전 기본계획도 내년 초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또 융합 신산업 분야 유망 비즈니스 모델 등을 제시하는 산업 융합 로드맵을 수립하고 중소기업 산업 융합 신제품 개발 촉진을 위한 신규 예산도 확보할 계획이다.

 특히 융합형 인력 양성을 위해 산업 융합 특성화 대학(원)과 산업 융합 특성화 대학부설연구소를 설치해 학문 간 융합을 통한 융합형 인재 양성에도 적극 나선다. 수년 전부터 시도돼 왔지만 자리 잡지 못했던 이종산업 간 인력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인력 교류 성과가 큰 기업을 선정해 적극 지원하는 정책도 추진할 계획이다.

 ◇적극적 실행과 조기 정착이 관건=김재홍 지경부 성장동력실장은 산업융합촉진법 시행에 대해 “산업융합촉진법이 시행됨에 따라 산업 전반 융합 촉진을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은 완비됐다”고 평가하면서 “이제는 중소·중견기업들이 법적·제도적 기반을 활용해 주도적으로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하고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밥상은 차려졌으니 산업 주체들의 적극적인 실천과 현장에 뿌리내리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특히 이종업종 간 또는 다른 학문 간에 존재해 온 칸막이도 법·제도적 칸막이 못지않게 산업 융합 촉진에 걸림돌이 됐다는 점에 비춰 볼 때 다양한 업종에 있는 산업 주체들이 타 산업을 이해하려는 노력도 산업융합촉진법 조기 정착에 필수라는 지적이다.

 조동호 KAIST 부총장은 최근 한 토론회에서 “R&D에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것이 나오려면 본인 전공을 버려야 한다”며 “자기 분야만 앞세우면 절대 좋은 아이디어와 비즈니스 모델은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산업융합촉진법 주요 내용

 자료:지식경제부


김민수기자 mimo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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