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길수의 IT인사이드>(267)일본, `아이폰` 독점 체제 깨진다

 온통 아이폰 얘기다. 아이폰 얘기를 하지 않으면 당분간 섭섭할 것 같다.

 애플이 한국 시각 6일 새벽 ‘아이폰4S`를 공식 발표하자 전세계 IT산업계는 ’아이폰4S‘가 향후 스마트폰 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에 불발된 ’아이폰5‘의 출시 시점을 예상하는 기사도 벌써 나왔다. 의도적이든 아니든 애플은 이번에도 전세계 IT산업계 이목을 끄는데 성공했다.

 가입자 기준으로 일본 2위 이동통신 사업자인 KDDI가 이달 14일부터 애플의 아이폰을 공급키로 했다는 소식은 자칫 ‘빅 뉴스’에 가려 지나칠 뻔했다. KDDI의 아이폰 공급설은 그동안 꾸준히 불거졌지만 애플과 KDDI는 이번 아이폰4S 발표를 계기로 공식화했다. 일본 이동통신 사업자인 KDDI가 애플의 아이폰4S를 판매키로 했다는 것은 일본 소프트뱅크의 아이폰 독점 공급체제가 해체된다는 의미다. 지난 2008년 이후 유지되어온 소프트뱅크의 아이폰 독점 체제가 4년만에 깨지는 셈이다.

 애플은 아이폰4S를 발표하면서 일본어 웹사이트에 오는 10월 14일부터 KDDI `au` 모바일 스토어 매장에서 아이폰4S를 판매키로 했다고 밝혔다. 원래 내년 1월부터 ‘아이폰5’을 판매할 예정이라는 보도가 나왔으나 출시 시점이 크게 당겨졌고, 공급 제품이 아이폰4S로 바뀌였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KDDI 역시 ‘아이폰4S’ 공급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아이폰4S와 함께 아이패드 등 다른 제품도 공급할 지에 관해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아이폰도 공급하는데 굳이 아이패드를 공급하지 못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KDDI 측은 조만간 구체적인 아이폰 공급 계획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아무튼 KDDI의 아이폰4S 공급은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 또 다른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기대된다. ‘탈(脫) 갈라파고스 현상’이 가속화되고, 일본 통신사업자간 지각변동도 예상된다.

 일본 3위 이동통신사업자인 소프트뱅크는 지난 2008년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 큰 바람을 몰고 왔다. 이동통신 사업자 가운데 가장 높은 가입자 증가율을 보였다. 특히 소프트뱅크의 아이폰 출시는 일본 통신산업의 ‘갈라파고스 현상’을 타파하는 지렛대로 작용했다. 아이폰 출시 전까지 일본 휴대폰 시장은 일본 독자적인 통신 표준과 콘텐츠 때문에 전세계 조류와는 다소 동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소프트뱅크의 아이폰 판매를 계기로 일본의 콘텐츠 개발자들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앱과 콘텐츠 개발에 눈을 뜨기 시작했고, ‘탈(脫) 갈라파고스’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이번 KDDI의 아이폰 공급으로 일본 통신 시장의 ‘탈 갈라파고스 현상’은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소프트뱅크의 아이폰 독점 체제가 해체됨에 따라 소프트뱅크의 차후 전략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소프트뱅크가 안드로이드폰 시장에 진출할 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최근 도쿄에서 열린 신제품 발표회에서 KDDI가 애플과 협상을 마치고 내년 초 `아이폰5`를 내놓기로 했다는 일련의 보도내용과 관련해 “타사와 관련된 것에 대해선 말하지 않겠다”며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손 회장은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 대해 “최근 많은 기능이 추가됐다”면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아이폰 독점 공급체계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소프트뱅크가 아이폰 의존도를 낮추기위해 안드로이드 개발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놨다.

 이런 상황에서 향후 소프트뱅크와 KDDI가 아이폰 시장을 어떻게 분점해갈 지 주목된다.

 한편 미국 역시 AT&T, 버라이즌 와이어리스에 이어 3위의 이동통신사업자인 스프린트 넥스텔이 아이폰 판매에 들어갈 예정이다. 스프린트도 이를 공식 확인했다. 애플의 이 같은 복수 공급자 전략은 빠른 속도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안드로이드에 대한 대응 전략으로 해석되고 있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