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R&D 기술료 징수규정, 기술이전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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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에만 존재하는 정부 연구개발(R&D)사업 기술료 징수규정이 특허 등 지식재산의 민간 이전을 가로막고 있다.

 4일 관련 기관·업계에 따르면 교육과학기술부는 연구개발사업 처리규정 32조를 통해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는 기술료 징수 시 정부출연금 이상을 받아내도록 요구하고 있다. 예컨대 10억원 규모 정부 R&D사업을 수주한 대학은 결과물 기술 이전(양도) 시 10억원 이상을 대상기관으로부터 확보해야 한다. 해외 선진국에서는 기술료 징수를 하지 않거나, 징수하더라도 향후 매출 발생시점에 이뤄진다.

 업계에서는 국내 기술료 징수규정이 시장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초기 R&D 결과물 대부분은 시장에서 제 평가를 받지 못해 투입비 이상 기술료 수익을 올릴 수 없다.

 특허전문기업 아이피큐브파트너스 민승욱 대표는 “기술이 좋다고 해서 사업화에 무조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추가로 막대한 투자가 들어가도 성공한 사례는 일부”라면서 “정부 기술료 징수 규정 때문에 민간으로 이전되지 않고 사라지는 R&D 결과물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와 같은 기술료 사전 징수 규정은 세계적으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김해도 한국연구재단 성과관리팀장이 발표한 ‘국가연구개발사업 기술료제도 문제점 연구(2010년 9월)’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일본·독일 등 주요 선진국은 국가 R&D 성과물 소유권이 대학 등 연구기관에 있을 때는 기술료를 징수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과 유사한 기술료 징수제도를 운용 중인 이스라엘도 기술료로 향후 판매량 3~6%를 책정하는 수준이다. 김해도 박사는 “우리나라와 같이 기술료를 징수하는 나라는 해외에 없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 징수제도에 대한 논란이 많다”고 전했다.

 이 같은 조항을 몇몇 개발자들은 기업과 이전가격 협상에서 활용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 때문에 오히려 이전 자체가 안 되고 사장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한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에서는 초기 소규모 기술료를 받고 미래 매출 발생시점에 합당한 기술료를 받도록 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박재근 한양대 교수는 “현시점을 기준으로 공정하게 기술을 평가해 그 가치만큼 이전료를 내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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