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비에 연연할 것 같지 않은 부자들도 디젤 럭셔리카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주행거리가 긴만큼 기름 넣으러 주유소에 자주 가는 불편함이 줄어들기 때문이란다. 우스갯소리처럼 들리지만 그만큼 연비가 좋다는 점은 여러 모로 이득이다.
RPM9은 창간 3주년으로 기획한 ‘디젤이냐 하이브리드냐’를 주제로 투어를 실시했다. 연비가 좋다고 여기저기 명함 뿌리고 다니는 짠돌이들을 한자리에 모아 평소 가보고 싶었던 태안과 변산반도 나들이에 나선 것. 출사표를 던진 차량은 △BMW 320d 이피션트다이내믹스 △아우디 Q5 3.0 TDI △메르세데스-벤츠 GLK220 CDI △폴크스바겐 제타 1.6 TDI 블루모션 △재규어 XJ 3.0D △푸조 508 e-HDI의 디젤 차량 6종과 △도요타 프리우스 △렉서스 CT200h의 두 가지 하이브리드 차량이다. 이들과 함께 멋진 초가을 날의 여유를 즐긴 이들은 RPM9 기자를 비롯해 자동차 전문 블로거, 트위터 자동차 동호회 회원 등이었다.
코스는 고속도로가 3분의 2, 국도가 3분의 1 정도로 구성되었다. 서울 잠실 종합 운동장을 출발해, 태안반도 신두리 해수욕장에 도착한 8대의 짠돌이들은 신두리의 멋진 백사장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해가 서해 수평선 너머로 고개를 떨굴 즈음에는 새만금 방조제 위를 달렸다.
이번 투어는 어떤 차가 얼마의 최고 연비를 기록하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기름 한 번 넣고 평소 가보고 싶었던 멋진 우리나라 명소를 둘러보고도 재주유 없이 서울까지 돌아올 수 있는 짠돌이들만의 여유를 함께 누려보기 위함이었다. 그런 만큼 고속도로와 국도가 포함된 코스를 구간에 따라 과격하게 달리면서 성능을 시험해 보기도 했고 서로 경쟁하며 달리기도 했다. 결론은 그렇게 달리고도 모두 기대 이상의 연비를 보여 주어 넉넉한 투어가 되었다는 점이다. 모든 짠돌이들은 추가 주유 없이 서울로 귀환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연비가 높았던 모델은 총 주행 거리 672.4㎞를 주행한 후에도 395㎞를 더 주행할 만큼의 연료가 남아 있었으며, 평균 연비는 19.2㎞/L였다.
투어에 참가한 이들의 짧은 소감을 정리했다.
◇이한승(RPM9 회원, 스피드매니아)=아우디 Q5 3.0 TDI의 드라이빙 느낌은 한마디로 고급스럽다. 6기통 디젤답게 주행 중에 느껴지는 진동과 소음은 4기통 디젤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일상 주행에서 웬만해선 2000rpm을 넘기지 않으면서 차체를 꾸준히 밀어주는 토크감이 일품이다.
◇한상기(RPM9 객원기자)=메르세데스-벤츠 GLK220 CDI 블루이피션시는 벤츠 특유의 승차감과 고속 안정성이 매력이다. 좋은 연비는 덤이다. 콤팩트 SUV에 속하는 모델이지만 큰 차처럼 편하고 실내 공간 또한 넉넉하다. 이번 연비 투어에서는 GLK 220 CDI의 매력이 유감없이 드러났다.
◇이현준(블로거, 독거노인)=재규어 XJ 3.0D의 화려한 익스테리어와 천연 가죽과 우드로 마감한 호사스러운 인테리어가 백미다. 매끄럽게 쭉 뻗는 느낌의 가속감과 뛰어난 직진 안정성만큼은 여느 독일산 세단 못지않다. 하드코어한 주행에서도 연비는 10㎞/L 아래를 기록한 적이 없다.
◇김진우(블로거, 레드존)=1.6디젤엔진이 적용된 제타 블루모션은 자동으로 정차 시 시동이 꺼지고, 브레이크페달을 떼는 순간 시동이 걸린다. 신두리 해수욕장에서 군산 새만금 방조제까지 구간에서 다이내믹하게 달려 보았는데 연료게이지가 거의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다.
◇오동근(트위터 차탄당 회원)=푸조 508 악티브 e-HDi는 연비 우선주의 세상에 딱 부합하는 차다. 공인 연비도 22.6㎞/L로 좋지만 마음먹기에 따라 더 좋은 연비를 뽑을 수도 있다. 같은 거리를 달렸을 때 연료 게이지가 절반 이하로 떨어진 차도 있었지만 508 악티브는 4분의 3이 남았다. 단연 돋보이는 연비 효율이다.
◇박낙호 (블로거, 카앤드라이빙)=BMW 320d는 수동변속기가 장착된 이피션트다이내믹스 에디션으로 국내에 50대 한정 판매한 모델이다. 모처럼 수동변속기의 짜릿함을 만끽했다. 호쾌한 가속력, 칼로 베어 내는 듯한 핸들링, 그러면서도 20㎞/L 내외를 기록한 기록적인 연비는 내 맘을 몽땅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박기돈기자 nodikar@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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