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대외의존도

 대한민국이 미국·유럽 발 신용등급 하락과 국가부도 위기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우리나라는 특별히 잘못한 것이 없는 것 같은데 주식시장은 폭락하고 환율은 급등한다. 금융을 넘어 실물경제까지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2008년 벌어졌던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매우 흡사하다.

 세계경제가 동조화되면서 글로벌 위기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에까지 영향을 끼친다. 특히 우리나라는 글로벌 경제상황에 매우 민감하다. 경제부문 ‘대외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지난달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올 1분기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과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110.1%다. OECD 국가 가운데 우리 지표가 가장 높다.

 대외의존도가 높을수록 국제경제 환경 변화에 더 민감하다는 의미다. 해외 경기가 좋다면 국내 경제상황도 호황이지만, 반대의 경우 특별한 잘못 없이도 우리 경제는 큰 타격을 받는다.

 ‘국가 경제 대외의존도를 낮추자’는 간단한 해법이 있다. 하지만 이를 구현하기란 쉽지 않다. 대외의존도 계산식에서 분자에 해당하는 ‘수출’과 ‘수입’을 줄이거나 분모에 위치한 ‘GDP’를 늘려야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하지만 수출을 줄이는 것은 국가 성장을 줄이는 모험이다. 채택할 수 있는 안이 아니다. 수입은 수출이 늘어나면서 불가피하게 증가하는 면이 있다.

 GDP를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해서는 내수시장을 확대해야 가능하다. 하지만 이마저도 상대적으로 적은 인구수를 감안할 때 쉽게 해결될 부분이 아니다. 1억2000만의 인구를 가진 일본은 대외의존도가 평균 30~50% 수준으로 우리보다는 월등히 낮다.

 정부도 수 년째 대외의존도를 낮추고 탄탄한 내부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정책방향을 제시한다. 뾰족한 실행 방안이 없어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외생변수에 민감한 우리 경제를 자책만 할 일은 아니다. 위기 뒤에는 반드시 기회가 온다. 조금 움츠리더라도 연구개발(R&D)과 투자, 조직 정비로 다가올 성장기에 남들보다 높이 뛸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보다 중요한 때다.


 김승규 전자산업부 가전유통팀장 se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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