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레임덕(Lame Duck)

이명박 대통령은 5년 임기 절반을 소화했던 지난해 8월, 일부 언론이 사용했던 ‘반환점을 돌았다’는 표현의 수정을 요청했다. 국정을 운영하는 일이 반환점을 돌 수는 없다는 것. “마라톤처럼 결승점을 향해 줄기차게 가고 있는 것이지 원점으로 돌아가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마지막 날(2013년 2월 25일)까지 열심히 일하는 모습으로 마무리하겠다”고도 했다.

 최근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둘러싸고 ‘레임덕(Lame Duck)’이라는 단어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말 그대로 ‘절름발이 오리’처럼 제대로 걷지 못한다는 의미다. 정책집행에 일관성이 없고, 권력누수까지 보이는 임기말적 현상을 지칭한다.

 과연, 이 대통령이 지금 임기말인가. 아직 1년 5개월이나 남았다. 그럼에도 측근 비리 의혹이 줄을 잇고, 무슨무슨 게이트라는 용어가 나온다. 정작 거물급 대형 비리는 깃털도 건드리지 않았다는 얘기도 들린다.

 임기말도 아닌데 레임덕이라는 용어가 회자되는 데에는 분명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터다. 민심이 빨리 이반해서 일 수도 있고, 여러 선거가 겹치면서 정치권의 역학구도도 함께 작용한 듯싶다.

 그러나 이 같은 현상에 남 탓만 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정권의 수장인 이 대통령의 역할이다. 측근을 둘러싸고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일련의 의혹에 대해 진위를 확인하고 명확한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 참모진끼리 서로 의심만 하고 있다면 어떻게 합심해 일을 해 나갈 것인가.

 현재까지 청와대는 “조사권이 있는 게 아니다” “권력형 비리라고 볼 수 없다” “개인의 문제지, 구조적인 문제는 아니지 않냐”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래서는 임기 말 공직기강 해이를 잡을 수도 없고 스스로 레임덕을 자처하는 결과만 초래할 뿐이다.

 문제가 있다면 밝혀내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아픈 데를 도려내야 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아니면 아니라고 분명하게 해명할 필요가 있다. 그것만이 이 대통령이 원하는 ‘마지막 날까지 일하는 대통령’으로 남는 방법이다.


 미래정책팀=정지연차장 jyj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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