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자
■사회
-신상철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전문위원
■주제발표
-최병택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 정책2팀장
■패널
-이효은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정책기획단장
-박정은 한국정보화진흥원 정보화기획총괄 부장
-임규관 스마트윌 대표
지난 21일 저녁 서울 삼정호텔에서 ‘스마트워크 추진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진행된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정부가 스마트워크 센터 구축에만 전념하지 말고 다양한 산업과의 연계성, 문화 변화도 같이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업무 환경 변화에 따른 성과 체계를 재정비하고 관련 법·제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형 카이스트 교수는 “지금과 같은 업무 프로세스라면 내년 말 공공기관 지방 이전 등으로 생산성이 상당히 떨어질 것”이라며 “통신망을 구축하고 영상회의 시스템을 도입하는 데 만족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일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지 업무 프로세스를 재정의하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또 김 교수는 스마트워크 활성화를 위해서는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국회의원이나 정부부처 관계자 등이 원격에서도 자유롭게 회의에 참여하고, 법안 제정에 의견을 피력할 수 있도록 정부가 관련 제도를 개선하고 솔선수범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해 참가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스마트워크 환경에 따른 부정적인 측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김준형 경희대 교육대학원장은 “일부 영역에서는 스마트워크 구현으로 일자리가 더 줄어들 수도 있다”면서 “이러한 사회적 반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정책이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세호 유니씨에스 대표는 “스마트워크는 피할 수 없는 큰 시대 조류”라며 “하지만 분명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스마트워커’들이 공동으로 따라야 하는 윤리의식이 별도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태명 성균관대 교수는 “정부가 스마트워크 활성화 전략을 펼치면서 국내 업체가 돈을 벌 수 있는 영역은 어디에 있는지 등 다각도에서 고민했으면 좋겠다”며 “특히 스마트워크는 문화가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예측해서 선도하는 것도 분명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정석용 동양미래대학 소프트웨어정보과 교수는 대리운전 등과 같은 사회 취약층에 초점을 맞춘 시범 사업이 같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현진우 바이텍테크놀로지 사장은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에 적용할 수 있는 스마트워크 시스템도 적극 고려해 주길 업계에 당부했다.
이날 좌장을 맡은 신상철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전문위원은 토론을 마치며 “스마트워크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얘기해온 식상한 주제였음에도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면서 “이는 그만큼 정부와 산업계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더 많다는 방증이다. 지속적인 노력으로 반드시 성공해 나가길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주제발표-정부의 스마트워크 추진현황 및 활성화 전략
◇최병택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 정책2팀장
전년도 우리나라 출산율은 1.23명이다. OECD 국가 가운데 꼴찌다.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전되고 있어 초고령화 사회도 눈앞에 두고 있다. 여성경제활동 참여도 저조하다. 젊은 사람들은 일에만 전념하는 것보다 삶의 질을 추구한다. 여기에 지구 온난화 문제까지 겹쳤다. 이 모든 상황에 대응책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로 스마트워크다.
한 연구기관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이 가장 고통스러울 때가 회사에 출퇴근하는 시간으로 나타났다. 스마트워크는 시간과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고 똑똑하게 근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업무 환경을 일컫는다. 직장인의 출퇴근 고통을 덜어주고 업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세부적으로는 △모바일 기기를 활용한 모바일 오피스 △자택에서 근무하는 홈 오피스 △스마트워크센터에서 일하는 원격 근무 △직장에서 영상회의를 활용하는 스마트 오피스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우리나라는 네트워크 인프라 강국인 만큼 스마트워크 환경 구현에 유리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지난해 7월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 대통령은 “스마트워크는 혁명적인 변화며 여러 산업 분야에 다양한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되니 적극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정부는 스마트워크가 사회 전체를 개선할 수 있도록 ‘스마트코리아’ 전략으로 보다 구체화시켰다. 우선 전체 근로자 30%가 스마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로 했다.
공공 부문에서는 지금까지 도봉과 분당 지역에 스마트워크 센터를 열었다. 올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10개 센터를 구축하고 2015년까지 전국에 500개 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또 개별 PC가 아닌 정부통합전산센터 중앙 서버에 접속해 언제 어디서나 일할 수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 기반 스마트 오피스 환경도 구축하고 있다. 하반기 행정안전부에 시범 적용한 후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세종시 이전 대상 기관을 중심으로 적용한다. 원거리에서 효율적으로 협업할 수 있도록 디지털 행정 협업 시스템도 구축 중이다.
전 국가적 스마트워크 확산을 위해 ‘스마크워크 촉진법’ ‘방송통신을 위한 스마트워크 촉진법’ 등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워크를 활성화하고자 ‘스마트워크포럼’ ‘스마트워크추진협의회’도 만들었다.
민간 부문에서는 주로 방송통신위원회가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농어촌 지역까지 100M급 인터넷망 설치를 지원하고 나아가 기가급 인터넷 상용화까지 준비하고 있다. 더 빠른 네트워크로 스마트 시대를 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업 담당자에게 스마트워크 도입 필요성과 기대효과, 도입 시 고려해야할 사항들을 제시한 가이드북도 만들었다.
시범 사업도 3개를 진행하고 있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에서 관광과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스마트워크 센터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오는 11월에 완료된다.
하지만 이 같은 스마트워크 환경을 구현하는 데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스마트워크는 일하는 방식의 혁명이다. 이 때문에 기존 대면 중심 업무 평가에서 성과 위주로 바꿔야 한다. ‘눈도장’ 문화를 빨리 벗어나야 한다. 또 근무 시간과 장소를 유연화하고 업무 과정도 스마트워크 환경에 맞춰 세분화해야 한다.
■패널 발표
◇이효은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정책기획단장
스마트워크는 정부가 적극 나서고 있고 민간기업에서도 도입 필요성을 느끼고 있어 앞으로 수요가 늘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스마트워크를 활성화하는 과정에서 잘못하면 ‘남 좋은 일’만 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요즘 스마트워크 센터나 개별 기업, 기관 차원에서 영상회의 시스템을 필수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세계적인 연구조사기관인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영상회의 시스템 시장이 44억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중 순수한 영상회의 장비 시장은 절반인 22억달러를 형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영상회의 시장은 현재 폴리콤이라는 업체가 대수 기준으로 44%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시스코시스템tm가 22%, 뒤이어 중국 업체 제품이 선전하고 있다. 우리나라 업체는 없다.
내년이면 정부부처 지방 이전도 본격화된다. 그러면서 스마트워크 환경 구축도 활발해질 것이다. 이러한 기회를 이처럼 해외 업체가 ‘싹쓸이’ 해간다면 허탈한 기분이 들 것 같다.
최근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서 HD급 영상회의 시스템 도입을 직접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원하는 품질을 가진 국산 솔루션은 없었다. 정부가 스마트워크 전략을 추진하면서 산업적 기회를 우리나라 기업이 가져올 수 있도록 하는 전략도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 물론 한계가 많겠지만 체계적인 기획을 거쳐 단기적으로는 틈새시장을, 장기적으로는 미래형 서비스로서 산업적 성과를 같이 낼 수 있는 스마트워크 산업이 되길 바란다.
성공 사례도 빨리 만들어서 공유했으면 한다. 또 경영진의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하다. 경영진이 먼저 스마트워크 환경에 맞춰 업무 프로세스를 바꾼다면 직원은 따라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전체 근로자 30%를 스마트워커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목표치를 재택근무, 스마트워크센터 활용 등 보다 세분화해 유형별로 목표치를 정해서 추진했으면 한다.
◇박정은 한국정보화진흥원 정보화기획총괄 부장
직장 여성으로서 직접 스마크워크 센터를 체험한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현재 한국정보화진흥원은 스마트워크 센터를 일부 직원에 한해 시범 적용하고 있다. 나는 일주일에 한 번씩 스마트워크센터로 출근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스마트워크 센터는 나에겐 ‘선물’과 같은 존재다.
출근을 준비하는 시간엔 아이가 잠들어 있다. 하지만 집 근처 스마트워크 센터로 출근하는 날이면 시간이 여유롭기 때문에 아이와 같이 밥을 먹고 학교가는 것을 도울 수 있다.
스마트워크는 직장과 가정 양립 속에서 굉장히 큰 변화를 가져온다. 개인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스마트워크 센터에서 일하는 것이 업무 생산성이 더 높다. 회사로 출근하는 날이면 9시 정각부터 전화가 울리고 옆에 있는 누군가와 굳이 논의하지도 않아도 되는 건을 가지고 대화를 하기도 한다. 스마트워크 센터에 가면 이러한 부수적인 일이 없어지면서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또 출근에 따른 교통비를 절감할 수 있고 시간도 줄일 수 있다. 이러한 가시적인 성과 외에도 직장과 가정에서 갈등도 줄어들면서 보이지 않는 만족도도 높아진다.
앞으로 많은 여성이 일을 포기하지 않고 스마트워크 환경을 활용해 지속적으로 일을 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은 평가체계다. 우리 사회는 대면을 해야만 일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미 세상은 변했다. 이제는 스마트폰과 PC 메신저에 익숙해져 있고 전자결재도 갈수록 비중이 늘고 있다.
대면 중시 문화에서 빨리 벗어나 새로운 평가체계를 도입해야 할 것이다. 협업시스템을 만들어 모든 업무 과정들을 기록, 평가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안 중 하나다.
◇임규관 스마트윌 대표
스마트워크1.0 시대는 이미 우리 생활에 깊숙이 스며들었다. 스마트폰으로 외부에서도 자유롭게 효율적인 업무를 할 수 있다. 이제 2.0시대로 진화해야 한다.
스마트워크1.0이 단순히 신속하게 업무 시스템에 접속해서 효율성을 높이는 것에 초점을 뒀다면 스마트워크2.0은 집단지성, 빠른 피드백, 연결성 등 속성을 가지고 있는 소셜네트워크 응용 기술을 적극 활용해 고객에게 높은 가치를 제공하고자 하는 업무 방식이다.
스마트워크2.0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구축하기 위해선 네 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다. 첫째는 끊임없는 업무환경 지원이다. 언제 어디서나 단말기에 상관없이 애플리케이션과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클라우드컴퓨팅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안 중 하나다.
둘째는 효과적인 팀워크 환경 구축이다. 이는 시중에 나와 있는 기업용 소셜네트워킹 플랫폼을 적절히 활용하면 된다. 셋째는 신속한 커뮤니케이션 환경이다. 실시간으로 신속한 의사소통 환경을 지원하는 통합커뮤니케이션(UC), 유무선통합(FMC), 비디오 콘퍼런싱 등 기술이 있다.
마지막은 완벽한 보안 시스템 구축이다. 다양하고 세심하게 보안 환경을 지원하는 스마트 보안관리솔루션이 필요하다.
특히 이 중에서도 비디오 콘퍼런싱 기술이 상당히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톡, 트위터와 같은 서비스에서도 영상통화가 가능하도록 발전될 것이다. 특히 4세대(4G) 이동통신 롱텀에벌루션(LTE) 서비스가 시작되면 영상통화는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이 시장에 국내 업체들의 준비가 빨리 이뤄져야 한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