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대학 총장 인터뷰 / 임덕호 한양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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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화와 토론이 필요한 곳이 있다면 어디든 마다하지 않고 갈 생각입니다. 구성원의 커뮤니케이션이 막힘없이 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임덕호 한양대 총장(58)은 인터뷰 내내 소통을 강조했다. 원활한 소통이 학교 발전을 위한 소중한 아이디어를 얻는 원천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임 총장은 각 단과대학과 대학원 등을 예고 없이 찾아가기도 한다. 현장의 소리를 생생하게 듣기 위해서다.

 최근에는 사전예고 없는 술자리 모임도 갖고 허심탄회한 대화도 나누고 있다. ‘홍길동형’ 총장의 등장을 구성원들은 반기고 있다. 임 총장의 진정성이 전달됐기 때문이다. 취임 반년을 맞은 임 총장을 만나 그가 생각하는 한양대의 미래를 들어봤다.

 

 -총장으로 취임한지 6개월이 지났다. 소감은.

 ▲취임 직후 구성원에게 대학발전 비전을 소개하면서 강조했던 키워드가 ‘분권화’와 ‘소통’ 이었다. 지금까지 한양대는 중앙집권식 운영으로 발전을 이뤘다. 그러나 안정된 재정확보와 구성원의 자발성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통제와 관리’가 아닌 ‘자율과 책임’으로 경영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분권화를 위한 조치로 책임 부총장제를 도입했다. 단과대학 중심의 자율책임경영도 강조하고 있다.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책임예산제도를 도입할 생각이다. 전기세, 수도세, 장학금, 소속 교직원 인건비를 단과대학에 내려서 예산활용 자율성을 부여함과 동시에 단과대학 스스로 수입창출과 비용구조 개선책임을 지도록 할 예정이다.

  막힘없는 소통을 위해 학교 메인 홈페이지에 ‘소통한대·발전한대’ 게시판을 만들어 교수, 직원, 학생, 동문과 활발한 대화를 하고 있다. 창의적이고 발전적인 아이디어가 많아 정책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올해 업무보고도 3주에 걸쳐 방문 보고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고 총장의 대학경영철학도 충분히 설명했다.

 -CEO형 총장답게 대학의 혁신과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까지의 성과는.

 ▲취임 당시 6개월 안에 혁신을 위한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발표했다.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그리고 CEO형 총장이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반년이 지난 시점에서 볼 때 의도했던 큰 틀의 기초는 닦았다고 생각한다. 이제 뼈대 위에 혁신의 힘줄과 근육을 붙여나갈 계획이다. 소통도 원만히 이루어지고 있다. 앞으로 소통의 물줄기가 닿지 않는 곳이 없는지 꾸준히 살필 계획이다.

 -한양대는 CEO 사관학교라는 별칭이 있다. 이렇게 한양 동문이 사회 각계각층에서 두각을 보이는 원동력은.

 ▲설립자가 학교를 세울 때 내세웠던 것이 실용학풍, 즉 사회에 힘이 되는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었다. 한양대의 교육목표인 전문인과 실용인을 양성하기 위해 단일전공 이수 시 최소전공이수학점을 기존 36~45학점에서 66학점으로 상향 조정했다. 전공교육의 강화와 함께 전공의 정체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각 단과대학과 학문 분야별 특성을 살린 차별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또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한 교육과정뿐 아니라 폭넓은 교양을 습득하도록 하기 위해 5가지 영역(인문과 예술, 사회와 세계, 과학과 기술, 비즈니스와 리더십, 외국어)으로 나눠 교양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기업이 요구하는 리더의 자질과 역량을 체계적으로 모델링하고 리더십 역량을 개발하기 위한 ‘한양리더십(HELP)’ 시리즈를 이러닝 교과목으로 개발했고 이를 기반으로 리더십 인증제를 시행 중이다. 이 같은 노력으로 한양대생들이 사회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나아가 사회변화를 주도하는 리더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한양대는 전통적으로 공대가 강한 대학이다. 정보통신기술과 과학 분야 연구 성과와 향후 투자 계획이 궁금하다.

 ▲한양대는 전자정보통신에서 많은 연구 성과를 보이고 있다. 2006년부터 정보통신분야 BK21 사업단을 운용하면서 탁월한 연구 및 사업화 실적으로 2006년과 2007년, 2010년 사업단 평가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정보통신분야의 중장기적 산학 협력 강화를 목표로 지난해부터 공과대학 내 융합기술연구회가 활동 중이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LG전자가 지원하는 연구회가 이미 발족돼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한양대는 2020년 세계 100대 종합 대학 진입을 위해 ‘Great Dream Global HY 100’ 계획을 수립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공과대학은 국제 경쟁력을 갖춘 혁신적 공학 교육 모델이란 비전을 바탕으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공대는 우수학생유치, 교육의 첨단화 및 국제화, 지속적인 연구 역량 제고로 2020년 공과 대학 세계 50위, 특성화학과 세계 30위, 10개 연구실을 세계 10위권 내에 진입시킨다는 목표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2009년 이후 에너지공학과, 융합전자공학부, 미래자동차공학과, 컴퓨터 공학부내 소프트웨어 전공 등 공과대학 내 특성화학과를 신설했다.

 

 -요즘 대학은 무한경쟁시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양대의 차별화 전략은.

 ▲먼저 자율책임경영(RCM) 전략이다. 각 단과대학장이 기업가정신과 CEO 마인드를 갖고 단과대학을 운영한다. 결과에 책임을 지는 구조 속에서 재정 건전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우수교원 채용, 연구비 확대, 우수 학생 유치를 위한 장학금 확충, 국제화 인프라 강화 등 대학발전의 핵심 분야에 전략적 투자를 확대할 것이다.

 두 번째로 핵심분야육성 전략이다. 계열별로 자신 있는 연구·교육 분야를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학과 간 경쟁시스템을 더욱 고도화할 것이다. 또 심사위원회를 통해 유망성, 각종 지표의 성과결과 등을 토대로 ‘플래그십(flagship) 학과’ ‘필러(Pillar) 대학’을 선정해 세계 유수대학과 대등한 수준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세 번째는 학제 간 융합 전략이다. 연구와 교육이 세분화되고 파편화된 경계를 넘어 범학문적으로 새롭게 융합하고 통섭할 수 있도록 유연한 교육·연구 환경을 만들 것이다. 공학과 인문학, 공학과 의학, 자연과학과 예술의 융합으로 한양대가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지식을 생산하는 글로벌지식엔진 역할을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실용인재와 사랑의 실천자 육성 전략이다. 연구 및 국가기관, 각종 산업현장에서 곧바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실용인재를 육성하는 메카로 당당히 자리매김 해나갈 것이다. 또 ‘사랑의 실천’이라는 건학이념에 따라 ‘사랑’을 실천하는 인재를 육성할 계획이다.

 -모든 한양인이 함께하는 ‘한양사랑의 날’을 제정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총장님이 구상하고 있는 ‘한양사랑의 날’은.

 ▲한양대 구성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소통을 통한 결속이다. 온라인 소통을 오프라인으로, 캠퍼스로, 그리고 한양인이 모이는 곳으로 활발하게 전파하기 위해 한양대만의 문화를 만드는 행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것을 실천에 옮기기 위한 것이 바로 ‘사랑의 실천의 날’과 ‘한양의 날’이다. ‘사랑의 실천의 날’은 우리학교 건학이념인 사랑의 실천에 맞춰 기획한 행사로 전국의 한양인들이 함께 봉사하는 날을 만드는 것이다. 봉사가 필요한 곳에 봉사를 하려는 사람을 연결시켜주는 진정한 소셜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여 동문을 모을 생각이다. 배움을 넘어 실천하는 한양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한양의 날’은 수험생을 대상으로 하는 일종의 입시설명회다. 틀에 박힌 입시설명회로 끝나지 않고 총동문회와 함께 한양대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주요 도시로 차츰 확대, 진행할 생각이다. 동문들을 결속해 한양대를 알릴 수 있는 축제의 장이 되도록 할 생각이다.

 -학생들이 가장 큰 관심은 역시 취업이다. 최근에는 창업 붐도 일고 있다. 취업과 창업 지원 방안은.

 ▲올바른 취업문화 조성에 역점을 두고 있다. 취업률이 높은 전공을 보면 산업체와 유관한 이공계열, 경영계열 학생들이다. 아무래도 인문 및 사회계열 등 순수 학문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취업률이 떨어진다. 하지만 요즘은 융합인재가 필요한 시대다. 이들이 조금만 취업정보에 가까이만 있다면 좀 더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어떤 진로를 선택하든 모든 학생에게 다가가는 취업지원을 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 저학년을 위한 진로지원 프로그램부터 고학년 및 대학원생들을 위한 진로 및 취업 상담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다.

 한양대는 대학생의 창업 활성화를 위해 2009년 국내 최초로 글로벌기업가센터를 설립했다. 기업가양성 전문기관을 기반으로 청년창업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또, 실용학풍과 건학이념을 지속적으로 계승·발전해 예비창업자의 다양한 요구에 부합할 수 있는 맞춤형 창업 컨설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이다. 다소 어렵고 위험하게만 생각했던 창업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열정과 도전정신으로 똘똘 뭉친 미래의 대한민국 리더를 양성하기 위해 더욱 매진하겠다.

 

 <임덕호 총장 프로필>

 임덕호 총장은 1954년생으로 광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75년 한양대학교 경제학과에 입학했다. 학부 졸업 후에는 미국 라이스(Rice) 대학교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6년부터 현재까지 모교인 한양대에서 경제학 강의를 해오고 있는 ‘한양대맨’이다. 한양대 교육행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기획부처장과 학생처장 교무처장, 산업경영디자인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외부활동도 왕성하게 펼쳐 한국주택학회 회장, 금융감독원 부동산신탁회사 신설인가 평가위원회 위원장, 한국은행 자문교수 등을 거쳤다. 현재는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부회장,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 부회장, 스트롱코리아 2011 자문위원, 한국주택학회 고문 등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경제학원론과 미시경제학 등 국내 저서 7편, 국내외 학술논문 40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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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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