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계 전자회사 엔텍합으로의 인수 무산 후 대우일렉트로닉스 차후 매각작업이나 사업정상화를 놓고 채권단 사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인수 우선협상자였던 엔텍합이 대우일렉 매각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해놓은 상태라 후속 매각작업이 진행되기 어려운 가운데 대우일렉의 자금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2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대우일렉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은 지난 주말 채권 금융기관과 엔텍합에 보증금 상환 안건이 최종 부결됐음을 통지했다. 이달 초 채권단은 엔텍합에 보증금을 돌려주되 보증금 가운데 엔텍합이 대우일렉에 갚아야 할 외상매출금 3000만달러(약 320억원)를 회수해 대우일렉 운영 자금에 활용하는 방안을 안건으로 상정했지만, 대주주인 캠코가 최근 입장 표명을 보류하면서 사실상 반대해 결국 부결됐다.
채권단은 지난해 4월 대우일렉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엔텍합이 인수자금을 납부하지 않자 지난 5월 말 인수보증금을 몰취했다. 하지만 엔텍합이 외상매출금 지급을 미루고 대우일렉 매각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면서 문제가 복잡해졌다.
캠코는 대신 압류한 보증금 중 일부를 대우일렉에 대출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채권은행들은 엔텍합이 보증금 반환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큰 점을 고려해 안건 상정 자체를 기피했다.
엔텍합의 대우일렉 매각 금지 가처분 신청으로 연내 매각 작업이 재개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이다. 또 매각 작업이 장기화되면서 우리은행이 주채권은행 지위를 포기하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는 것도 부담이 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채권단이 대우일렉에 자금을 신규로 대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지만, 최근 500억원 지원안이 부결된 점을 감안하면 신규 자금 지원안 역시 부결될 것으로 보여 대우일렉이 법정관리 위기로 몰릴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