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냉철한 국정감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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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9일부터 3주간의 일정으로 18대 국회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다. 올해 국정감사는 18대 국회 마지막인데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코앞에 두고 있다. 여야 의원 모두 그 어느 때보다 국민의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국정감사는 서울시장 자리를 차지하고 여세를 몰아 내년 4월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기선잡기 성격도 짙다.

 여야 의원들은 국정감사 현장에서 잘 포장된 모습으로 국민에게 비쳐지기를 내심 바란다. 대의민주주의 정치인으로서 국민의 뜻을 받들어 열심히 뛰고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어한다. 공복으로서 민생에 방점을 찍고 있음을 드러내려 한다.

 그러다 보니 올해 국감 현장에선 유난히 고성과 막말이 난무한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국민을 대변한다는 핑계로 막무가내식 호통을 쏟아내고 있다.

 “전력공급 능력이 조작됐고 지경부가 이를 묵인했다. 국민에게 허위 보고를 했다.”(강창일 의원·지경위) “그게 상식에 맞는 얘기야? 그게 무슨 궤변이야? 초등학생이라도 이건 상식에도 안 맞는 것 아니겠어?”(정몽준 의원·외통위) “이건 매국노예요. 한국은 미국 쇠고기를 수입하고 싶으니 대만에 압력을 넣어 달라.”(김동철 의원·외통위)

 피감기관 수장인 장관 심기가 편할 리 없다.

 “국무위원한테 허위보고를 했다니요. 진짜 그 말씀에 책임질 수 있으세요?”(최중경 지경부 장관) “대한민국 외교관이 미국에 아첨했다는 표현에 동의하지 않습니다.”(김성환 외교부 장관) “국무위원에게 말장난한다고 말하지 마세요.”(박재완 재정부 장관)

 국무위원도 독설에 감정을 삭이지 못하고 이처럼 목청을 높여 정면 반박한다. 피감기관 전체를 매도하는 발언은 참을 수 없을 터다. 더욱이 그 모습이 언론을 통해 전국에 비쳐질 때 사적 감정은 폭발할 수밖에 없다. 국감현장에서 국회의원과 국무위원 간 고성이 오가는 이유다.

 이성적인 국정감사 현장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품격이 떨어지는 모습에 눈살을 찌푸릴 뿐이다. 초반부터 국정감사가 제대로 진행되겠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정감사는 국회 고유 권한이다. 국회의원이 일정 기간 동안 국정 전반에 걸쳐 행정부가 얼마나 공정하게 집행했는지를 감시하는 것이다. 비리와 불법 부당행위를 지적하고 대책을 논해야 한다. 감정 다툼을 벌이는 자리가 아니다. 정쟁의 장소로 변질돼선 안 된다.

 18대 마지막 국정감사가 시작됐다. 동반성장·물가안정·고용창출·서민 복지 등 행정 전반과 민생을 두루두루 점검해야 할 일이 널려 있다. 국민 입장에선 국정감사가 또다시 실망감을 안겨주는 계기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올해 국정감사가 여야 국회의원 모두에게 중요한 시점에 열린다면 국민 역시 마찬가지다. 국정감사 현장에서 정책 논의는 제쳐 둔 채 막말과 고성만이 오간다면 자칫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회의론마저 나올 판이다.


 안수민 산업전자팀 부장 sm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