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혁신의 길, 총장에게 듣는다]김선욱 이화여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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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욱 이화여대 총장(59)은 소통과 화합을 중시한다. 취임 1년을 조금 넘긴 김 총장은 학생 및 교직원과 힘을 합쳐 세계로 도전하는 대학을 만드는 데 지난 1년간 온 힘을 쏟았다. 그는 ‘섬김’과 ‘나눔’을 중시하며, 미래형 인재 양성에 정성을 들이고 있다. 세계 최초로 여자대학에 공과대학을 둔 이화여대에서 김 총장은 역량 있는 여성 과학기술 인재를 키우는 데 앞장서고 있다. 3년간 100억원의 연구비를 투자해 세계적 수준의 선도연구집단을 양성하는 ‘이화여대 글로벌 톱5 프로젝트’ 등 정책 비전과 노력을 들어 봤다.

 -장기적인 대학 운영 비전은.

 ▲이화여대는 ‘도전하는 이화여대’ ‘더불어 사는 이화여대’ ‘세계를 위한 이화여대’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학생에게 진취적 도전의 장을 제공하고, 연구자에게 진정한 융합학문을 전개할 수 있는 획기적인 연구 환경을 제공해 ‘모두를 위한 진정한 변화가 시작되는 이화여대(Ewha, Where Change Begins)’를 지향한다. 섬김과 나눔이라는 이화여대 정신을 푯대로 삼고, 탁월한 교육과 연구역량으로 사회적 책무를 수행하려 한다.

 구체적으로는 미래형 인재양성과 ‘글로벌 톱5 사업’을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글로벌 화학회사인 솔베이가 2000만달러를 투자해 이화여대에 글로벌 R&D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앞으로 20년간 공동연구를 펼칠 것이다. 솔베이가 이화여대 글로벌 네트워크를 신뢰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다. 캠퍼스 내 산학협력동을 건축하고 솔베이 글로벌 R&D센터를 설립해 산학협력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계획이다. 연구결과의 산업화를 위한 시너지를 창출하고 교육 훈련을 펼칠 계획이다.

 -비전의 밑바탕인 교육철학을 말해 달라.

 ▲교육이란 ‘가능성의 실현’으로 개인의 잠재력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과 사회, 세계에 잠재된 가치를 구현하는 힘이다. 단순히 역량이나 지적 능력의 개발을 말하는 게 아니다. 이화여대는 125년 역사에서 그것을 증명해 왔다. 한 명으로 시작된 이화여대 교육은 한국 여성의 역사를 바꾼 변화의 물줄기로 이어졌고, 오늘날까지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가능성을 실현하며 한국 근현대사를 써내려 왔다. 교육과 연구, 인재 양성을 통해 사회가 추구해야 할 가치를 푯대로 제시하고, 이화여대의 성취를 세계 여성과 나누며 세상을 위한 변화를 만들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이런 역사와 가치를 실천하는 인재를 길러내려는 것이 이화여대의 교육철학이며 총장으로서 나의 교육철학이다. 이를 위해 이화여대라는 공간 안에서 학생들의 모든 가능성이 최대한 성장할 수 있도록 ‘학생을 중심에 두는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학교가 창조적 도전 정신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의 중심이 되게 하는 데 모든 정책 결정의 초점을 두고 있다.

 -국내 여대 중 유일하게 공과대학을 뒀다.

 ▲본교는 특히 이공계 분야 여성인력의 위치와 역할에 관심이 많다. 최근 감성공학, 첨단공학이 떠오르며 여성과학기술인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이미 이화여대는 여성의 공학 분야 진출이 미미하던 1996년 세계 최초로 여성 공과대학을 설립하며 공학의 여성시대를 준비했다. 범국가 차원에서 이공계 출신 인력 활용 및 지원 개선 정책을 세워 적극 지원해야 한다. 본교는 ‘경력개발책임교수제도’를 운영 중이며, 선배-후배, 재학생-졸업생 멘토링을 실시해 학교생활과 졸업 후 진로를 선택하는 데 선배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한다. ‘경력개발센터’는 다양한 교육, 상담, 취업, 진로 지원 프로그램 등을 체계적으로 지원한다. 이공계 학생이 인문학 소양을 쌓고 정치·사회·경제 지식과 예술 소양을 갖추게 하기 위해 융합교육 기반 교양과목도 개설했다. 이공계 학생들이 생명과 환경에 대한 존중감과 나눔의 리더십을 갖출 수 있도록 리더십 프로그램과 사회봉사활동 참여를 적극 지원한다.

 -이공계 전공자의 취업을 위한 지원은.

 ▲대학은 인재 양성 외에도 연구로 사회 기여와 사회가 추구해야 할 롤모델이 돼야 한다. 이화여대는 업계와 학계의 징검다리로 상생 방안을 찾을 길을 모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업계에 진출해 있는 인력을 대상으로 하는 학위과정, 산학협력체 구축, 현장 전문가와 교수 간 일대일 교류 협력 등 방안을 고려 중이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현장 전문가와 공동으로 강의를 개설하고 공학인증 프로그램을 시행하며 다양한 인턴십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공학 분야 여성 리더십을 바탕으로 교육과학기술부가 지원하는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ET)를 맡아 운영하며 한국 여성 과기 인재 양성에도 기여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과 과학 분야 연구에서 이화여대 출신 과학자들이 쌓아올린 성과는.

 ▲이화여대가 ICT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인력을 배출하기 시작한 지 10여년이 흘렀다. 비교적 짧은 기간이지만 이화여대의 공학연구 경쟁력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다. 최근에는 ‘2010년 IT 분야 산업계 관점 대학평가’에서 산학연계 교육인프라 충실성 부문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이화여대가 배출한 정보통신기술 분야 인재들은 산업계 현장에서 환영받는다. 높은 취업률이 이를 방증한다. 졸업생 85% 이상이 대기업과 정부출연연구소, 공기업 등에 진출해 이 분야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굴지 대기업에서 여성 특유의 섬세하고 꼼꼼한 특성을 살려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과학 분야에서도 탁월한 연구 성과를 거두어 국제적으로 유명한 학술지에 뛰어난 논문을 게재하는 등 다양한 영역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화여대의 연구 역량은 세계적인 기업 솔베이가 R&D 파트너로 택한 것이 입증한다. 실제로 이화여대는 화학나노소재 물질 분야를 중심으로 다양한 과학연구 분야에서 세계 수준의 우수 인력과 연구 업적, 특허 등을 확보했다. 또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조지 스무트 교수와 함께 우주의 탄생 원리와 과정을 연구하는 ‘초기우주과학기술연구소(IEU:Institute for the Early Universe)’를 설립했다.

 이러한 ‘과학 이화’의 전통은 이화여대가 배출한 여성 과학자에 그 뿌리가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화학분야 여성과학자도 이화여대 출신이다. 한국 최초 여성 물리학 박사인 모혜정 선생, 최초의 여의사 박에스더 선생 등이 있다. 물리학 분야에서는 한국인 최초로 MR학회 금메달을 수상한 강병원 선생 등 미국 물리학계에서 인정받는 현역 연구자도 포진해 있다. 앞으로도 이화여대에서 우수한 교수진 아래 훌륭한 미래 여성 과학자가 배출돼 한국 과학계에 큰 몫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한다. 과학 노벨상 1호를 이화여대가 만들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과 계열에 대한 교수 충원이나 학과 확대, 연구비 투자 계획은.

 ▲학문적 업적과 연구 업적이 탁월한 국내외 교수들의 초빙은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교수의 연구력은 대학의 존재 이유인 연구, 교육, 봉사 측면에서 모두 중요하다. 공학 계열은 2010년 재학생 기준으로 전임교원 확보율이 90%며, 전임교원 1인당 학생 수도 22.2명으로 다른 대학보다 높은 수준이다. 올해에만 공과대학에서 6명, 자연과학대학에서 5명의 교원 채용 과정을 진행 중이다. 대기과학, 그린에너지공학, 식품공학, 의공학 등 최근 기술 트렌드 측면에서 필요성이 크고 여성 친화적인 유망 분야에서 연구를 추진하고 전공을 설계하는 것 등을 논의 중이다.

 연구비 투자는 이미 ‘이화여대 글로벌 톱5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3년간 100억원의 연구비를 투자해 세계적 수준의 선도연구집단을 양성하려는 프로젝트다. 지난 2003년부터 계속된 특성화 사업으로 국내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특화된 우수 연구 분야를 향후 3년 안에 국내 1위 및 세계 50위권의 세계적 수준의 선도연구집단으로 양성할 계획이다. 동시에 학문 간 융합연구로 이화여대의 가치를 새롭게 창출할 수 있는 미래유망 연구 분야를 발굴·육성해 선도 기반을 마련하려고 한다. 지난 6월 공모 결과 총 33개팀(참여교수 228명)이 지원했고 주력 분야 선정을 마쳤다. 세계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집중 지원하고 투자할 것이다.

 -구조조정 계획과 등록금 인하를 위한 노력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대학 구조조정 논의는 재정구조가 취약한 일부 대학의 문제다. 이화여대는 재정적 기반이 탄탄한 대학으로 다른 성격의 구조조정을 2000년대 초반에 완료했다. 선진화된 학제와 변화하는 시대 요구에 부응하는 학문 분야 선도를 위한 구조조정이다. 미래 사회를 준비하는 건강과학대학을 설립하고, 분자생명공학을 비롯해 디지털스토리텔링학부, 뇌인지과학 등 새로운 학문 분야 연구와 교육을 일찌감치 시작했다. 실제로 이화여대는 국내 최초로 국제학부, 자유전공학부를 설립하는 등 새로운 학문분야를 과감히 개척하고 선도해 왔다.

 이화여대는 최근 장학기금으로 2097억원을 조성했다. 향후 3년 안에 연간 장학금 지급액을 500억원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다. 등록금 부담을 낮추기 위해 지난 3년간 재학생 등록금을 동결했다. 본교의 등록금 의존율은 50%대로 다른 주요 사립대학보다 낮은 편이다. 지난해 시행한 ‘이화여대미래인재전형’ 장학금은 장학금뿐만 아니라 생활비(지방 학생은 기숙사비 포함)까지 준다. 이런 장학제도는 국내 대학 중 이화여대가 유일하다.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2012학년도 입시생들에게 당부할 말은.

 ▲수험생들 모두 대학 입학을 위해 열심히 달려왔다. 자신의 미래 모습을 그리면서 비전에 맞는 대학과 학과를 선택하길 바란다. 모든 과정에서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고 만족할 만한 열매를 거두길 응원한다. 국내외에서 여성 지도자로 성장하고 싶은 여학생들은 이화여대에 와서 자신의 역량을 더욱 키워 인류 사회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김선욱 총장은>

 김선욱 총장은 1952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75년 이화여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77년 이화여대 대학원 공법 전공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독일로 유학을 떠나 1988년 콘스탄츠 법학대학에서 행정법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5년 이화여대 법과대학 교수 생활을 시작했다.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장, 한국공법학회 부회장, 법제처장, 국가인권위원회 정책자문위원장, 한국젠더법학회장, 교육과학기술부 법학교육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한국여성학회 이사, 이화여대 아시아여성학센터 편집위원, 한국행정판례연구회 상임이사, 한국행정판례연구회 감사 등도 맡았다. 현재 한국독일동문네트워크(ADeKo) 이사장직을 맡고 있으며, 지난해 8월 이화여대 총장에 취임했다. 2007년 청조근정훈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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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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