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사기꾼 놀이터로 전락한 인터넷방송ㆍ카페

증권 포털 게시판에는 `폭등랠리` 등 유혹 글 난무

(서울=연합뉴스) 증권팀 = 주식 관련 인터넷 카페나 방송이 주가조작의 온상이 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에게 올바른 투자기법과 종목분석 능력을 제공하는 곳이 아니라 불공정거래를 부추기는 주식사기꾼들의 놀이터로 전락한 사례가 부지기수다.

대부분 인터넷 카페와 방송은 유료회원들에게 종목 정보 등을 제공해 수익을 챙긴다. 고가의 ARS(자동응답시스템) 수수료는 기본이다.

인터넷 카페와 방송은 더 많은 정보를 얻으려는 투자자들의 욕망을 노려 고가 수수료를 챙기는 것도 모자라 주가 조작도 서슴지 않는다.

주가 조작에는 돌팔이 전문가들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특정 종목의 매수를 권하는 이들은 대부분 검증받지 않은 데다 금융당국의 감시망에서 벗어나 있다.

개인들이 투자에 실패하거나 작전세력에 이용당하더라도 책임 소재를 묻기 어려운 이유다.

유명 증권 포털 사이트의 투자전략 게시판을 보면 주가조작 행위가 얼마나 심각한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이곳에는 하루 10~20건 안팎의 종목 추천 글이 오르고 글 당 조회 수가 적게는 수백 건에서 많게는 수천 건에 이른다.

지난 19~20일 게시판에는 `지금 사두면 9월 벼락시세 터질 대폭등주`, `서둘러라. 지금 사두면 9월 정말 큰돈 된다` 등 투자심리를 자극하는 제목 일색의 글이 올랐다.

게시물을 클릭하면 정작 추천의 이유만 나올 뿐 종목명은 없다. ARS 전화를 걸어야 비로소 투자전문가를 자칭하는 사람이 종목명을 알려주고 강력한 매수를 권한다. ARS 이용비용은 30초당 2천원이다.

연합뉴스는 22일 `내일 오전 시초가부터 상한가 폭등 랠리 터질 종목!` 글에서 알려준 번호로 전화를 걸어봤다.

ARS에서는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한 제조업체를 추천하며 "최근 변동성 심한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급등 랠리를 할 기가 막힌 종목이다. 지금 주가의 최소 10배까지 가줘야 적정평가로 인정받는 종목"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어 "이 종목은 올해 본격적인 실적 개선이 기대돼 (주가가) 폭발하게 생겼다. 지금이라도 선취매 하라"고 권했다. 매수 적정가격을 4만3천500원, 목표주가를 6만5천원으로 제시하며 목표가는 한 달 정도면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현혹했다.

인터넷 증권방송에도 작전 세력이 득실거린다.

다음은 금융감독원이 적발한 주가 조작 사례다. 인터넷 방송 애널리스트가 유료회원을 세력화해 주가 조작을 하다 덜미가 잡혔다.

한 증권방송 A 애널리스트는 사전에 유료회원에게 H사에 호재가 많으니 매수에 동참할 것을 권유했다. 방송에 출연해서는 H사에 대한 허위 호재를 내놓고 유료회원들과 실시간 채팅을 하면서 H사 주식의 매수, 매도 시점을 제시했다.

채팅 과정에서 구체적인 수량과 가격대도 알렸다. `매도 호가 5천원에 1천주가 있으니, 이 수량을 바로 매집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식의 주가 조작은 열흘간 이어졌고 이 기간 H사 주가는 20% 넘게 올랐다.

인터넷 방송 애널리스트가 회원들에게 주식 매수를 권유하고 나서 고점에서 팔고 나가는 것은 불공정거래의 단골 메뉴다.

유사투자자문사 대표인 B씨는 지난해 회원들에게 M사 주식 매수를 권유했다. 이어 복수의 계좌를 이용해 시세를 직접 조종했다. 회원들은 B씨가 장담한 대로 M사 주가가 오르자 추종매수에 나섰다.

B씨는 주가가 더 오를 때마다 보유 주식을 매도해 차익을 챙겼다. 두 달여간 이어진 시세조종 행위가 끝나자 M사 주가는 열흘도 안 돼 반 토막이 났고 투자에 참여한 회원들은 막대한 손실을 보았다.

투자자문사 사장이 고객의 돈을 횡령해 달아나는 사건도 있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최정현(43) 신아투자자문사 대표가 고객의 투자금 수천만 원을 가로채 잠적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이 접수돼 최근 수사에 착수했다.

최 대표는 `파생상품 투자의 달인`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최씨를 고소한 A(35)씨는 "6개월~1년 만기의 채권에 투자한다는 말을 듣고 지난해 3~5월 8천600만원을 투자했는데 최씨가 지난 9일 갑자기 연락을 끊고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신아투자자문사의 고객이 200명에 달해 피해액이 최고 1천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소문이 증권가에 나돌고 있다.

(끝)

<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