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과학·정보통신 환경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양자(Quantum) 기술 기반 차세대 통신서비스 연구개발(R&D)이 시작된다. 양자 통신은 해외에서도 초기 연구 단계 수준으로 우리나라가 미래 유무선 통신 혁명의 주도권을 거머쥘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은 양자 통신 기술 연구를 위해 ‘양자 기반 차세대 통신방식’ 연구를 위한 기획작업에 착수했다고 20일 밝혔다. KCA는 다음 달 기획과제 수행기관을 선정, 연말까지 양자통신 연구개발 로드맵을 수립한다. 이어 내년에는 정식 연구를 시작한다.
박준성 KCA 기술기획부장은 “양자 컴퓨팅·암호와 달리 양자 통신은 해외에서도 아직 초기 단계”라며 “사전기획 연구과제를 통해 국내외 개발 동향은 물론이고 실용화 가능성, 기술발전 전망 등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양자 통신에 관한 정식 연구개발이 추진되는 것은 처음이다. 양자 통신은 기존 정보통신에 양자역학 이론을 접목해 전송·처리 속도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기술이다. 디지털 방식의 이동통신이 ‘0’과 ‘1’ 이진법으로 구현되는 것과 달리 양자 통신은 ‘큐비트(Qbit)’라는 새로운 논리체계로 더욱 복잡한 데이터 처리와 구성이 가능하다.
양자 기술 개발은 그간 컴퓨팅과 암호 분야를 중심으로 진행됐지만 최근 양자 특성을 활용한 새로운 고속 대용량 통신기술로 확산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기술 개발이 뒷받침된다면 이론상으로는 전송·처리속도가 현재 대비 수십, 수백배 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했다. 보안 측면에서도 100%에 가까운 무결점 안전성을 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동통신 분야에서는 데이터 전달 수단이 기존 전파가 아닌 전혀 다른 제3의 채널로 바뀌는 획기적인 변화도 점쳐진다. 통신 개념 자체를 뒤흔들어놓는 셈이다.
문제는 상용화하려면 상당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큐비트 체계를 변조·복조해 송수신하는 기술을 장비와 휴대 단말기로 적용하는 구체적인 방안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전문가들은 대략 10년 뒤 라우터와 라우터 간 양자 통신 구현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유럽 등 해외 국가는 최소 5년 주기 단위의 개발로드맵을 작성, 연구하고 있다.
허준 고려대 공과대학 교수는 “양자 통신은 현 기술이론으로는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한 미지의 기술”이라며 “그만큼 발전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용어설명> 양자(量子)=어떤 물리량을 더 나눌 수 없는 최소 단위. 에너지양자·광양자·작용양자 등이 있다. 양자론 이전에는 에너지를 무한히 분할할 수 있는 연속량으로 여겼지만 이후 비연속 값을 취할 수 있다는 새로운 양자역학이 대두됐다(한국과학창의재단 과학용어사전 참조).
<양자 기반 차세대 통신방식 R&D 사전기획 과제> ※자료: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