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무라타제작소가 필리핀에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공장을 신설한다. 삼성전기의 중국 MLCC 공장 8000억원 투자 발표와 동시에 나온 소식이다. 발 빠르게 추격하는 삼성전기의 예봉을 꺾겠다는 무라타의 포석으로 풀이된다.
무라타가 공장을 새로 짓는 곳은 마닐라 근교다. 30억엔(약 450억원)을 투자, 2013년 1월 가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공장부지는 23만㎡(약 6만9500평)에 달한다. 후쿠이현에 있는 MLCC 주력 공장에 버금가며, 중국과 태국 공장보다 두 배 가까이 큰 규모다.
무라타는 필리핀 공장에서 우선 1㎜×0.5㎜ 규격의 MLCC를 만들 예정이다. 공장이 자리를 잡으면 더 미세한 0.6㎜×0.3㎜ 제품도 만들 방침이다. 구체적인 생산량은 아직 미정이며, MLCC 이외에 다른 전자부품도 병행 생산한다.
MLCC는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 붐으로 수요가 크게 늘었다. 무라타의 필리핀 공장은 이에 대비한 조치로, 중국에 이어 동남아 신흥시장까지 바라보며 내린 결정으로 풀이된다.
공교롭게 무라타가 공장을 새로 만드는 필리핀은 삼성전기의 MLCC 해외 생산기지가 있는 곳이다. 삼성전기도 무라타가 진출한 중국에 대규모 투자계획을 내놨다. 세계 MLCC 시장 1, 2위인 무라타와 삼성전기의 해외 생산 경쟁에 불이 붙은 셈이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