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킹, 상생과 발전의 키워드
지난 4월 광주과학기술교류협력센터에서는 특별한 모임이 열렸다. 광주·전남지방중소기업청이 수출 노하우를 공유하는 ‘광주·전남지역 수출중소기업 네트워크 모임’을 개최한 것이다. 광주·전남지역 수출중소기업 64개사로 구성된 ‘글로벌비전리더스클럽’이 중기청과 공동 추진한 이번 모임을 통해 이날 참석업체들은 우수 수출기업 벤치마킹과 해외마케팅 전략 세미나, 해외시장조사, 해외바이어 발굴지원 등을 논의했다.
기업과 시장, 기술 간 융·복합이 가속화되면서 공유와 협업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결국 ‘네트워킹’이야말로 다가오는 스마트 시대를 대비하고, 특히 중소기업에 생존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선결 과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장우 경북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소기업이 비즈니스모델 창출 전략에 기반한 글로벌 수준의 기술혁신 능력 확보가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전략혁신형 경영 채택을 주문했다. 그는 전략혁신형 경영에 대해 전략과 기술혁신 결합을 통한 경쟁력 창출 그리고 시장을 탐색하고 경쟁우위를 확고히 할 수 있는 위치선점 전략 후 내외부에서 혁신능력을 조달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 교수는 특히 중소기업도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에 나가야 한다며 “단독으로는 규모와 역량 한계가 있어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전략적 협력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전략적 협력 네트워크를 또 다른 동반성장 체계라고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중소기업과의 협력 네트워크 구축에 나서고 있다. 전경련 산하 중소기업협력센터는 최근 향후 7년간 50개 중소기업이 글로벌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데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지난 2004년 발족한 경영자문단이 한발 나아가 국내 중소기업들을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센터는 이를 위해 자문역량 강화, 자문성과 제고, 자문인프라 확충 등 3대 실천전략을 제시했다.
경영자문단 자문위원 수를 현재 122명에서 200명까지 충원해 연간 자문기업 수를 900개사에서 2000개사로 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또 ‘경영닥터제’와 ‘비즈니스멘토링’ 등의 활용을 확대하고, 자문기간이 끝나도 유망 중소기업을 2∼3년간 자문위원 1인이 전담해 컨설팅하는 ‘일대일 기업주치의제’를 도입한다. 모바일 등 영상자문 서비스 제공과 협약기관 확대로 자문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협력 네트워크를 확충할 계획이다.
정부의 네트워크 협력 방안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식경제부와 행정안전부·외교통상부·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7월 ‘SW 수출 그랜드컨소시엄’을 발족하며, 기업들의 해외 동반진출 협력을 본격화한다는 대원칙 아래 국내외 상호협력 네트워크를 마련했다.
정보기술(IT)서비스 대기업과 소프트웨어(SW) 관련 중견·중소기업이 글로벌 시장 동반진출에 공동 협력한다는 면에서 매우 의미가 크다는 게 장광수 행안부 정보화전략실장의 설명이다.
김선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소기업 간 네트워크 협력을 적극 지원하는 제도와 기구를 정비해야 한다”며 “협력관련 지원 근거와 제도를 통합하는 법률 제정을 통해 부처 간 연계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가치 네트워크로 경쟁력을 UP!
행정자치부가 특허청 등 10개 정부 부처를 통해 신지식인을 뽑는다. 혁신적인 모습의 중소기업과 벤처 업체 사장 등이 꼽혀왔다. 지금까지 선정된 신지식인만 총 3600여명. 그런데 이 가운데 절반가량의 기업이 부도가 났다. 21세기 신지식인 1호로 꼽힌 사람이 지금의 심형래 감독이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정창덕 고려대 교수는 “신지식인에 꼽힐 정도의 업체라면 ‘독불장군’식 경영을 했거나, 그 같은 대접에 익숙해 있는 경영자가 비교적 많았을 개연성이 크다”고 말했다.
즉, 주변과 이웃 간 상생 없이 이른바 ‘외로운 성장’에만 매달려 왔다는 것이다. 따라서 가치네트워크의 형성이 기업의 흥망성쇠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네트워크는 내부 역량의 분산과 직접 소유의 부담을 덜어준다. 사업 수행에 요구되는 모든 가치 사슬과 프로세스를 굳이 내부 조직으로 보유·운영할 필요가 적어진다. 오히려 급변하는 경영·경쟁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해 짐에 따라, 기업 조직의 탄력성을 저해하는 비효율성을 초래할 여지가 많아질 수 있다.
최근 KT와 함께 직장인 지식포털인 ‘오아시스’를 개설한 김학훈 날리지큐브 사장은 “법무나 특허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대기업들은 해당 부서와 인력이 풍부한 반면, 중소기업들은 그런 인력이 많지 않다”며 “가치 네트워크를 통해 지식을 공유하고 나눠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중소 벤처기업은 ‘내 기술만 최고’라는 아집에 빠질 위험이 높다. 개발자가 그 업체 대표일수록 그럴 개연성은 커진다. 따라서 각 기업은 이같은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가치 네트워크 형성을 통해 끊임없이 자기를 필터링하고 자가검증 받아야 한다.
신원무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과 서비스들은 더이상 시장 지배력이 높은 기업에서 나오지 않는다”며 “역량 있는 타사와의 협력을 통해 차별화된 가치네트워크를 구축한 업체만이 이 같은 재화와 용역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네트워크, ‘소셜 러닝’으로 탄탄해진다.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새로운 통로인 네트워크형 소셜미디어가 전 사회적으로 확산되면서 학습의 영역에 접목된 ‘소셜 러닝’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소셜 러닝’이란 각종 스마트 기기와 SNS 등을 통해 형성된 소셜미디어를 활용, 사용자 간 네트워킹으로 이뤄지는 학습형태를 말한다.
미래 지식정보사회의 새로운 학습모델로 부상 중인 소셜 러닝은 기존 학습과 달리, 개인의 능동성과 타인과의 네트워킹을 강조한다.
미국의 비영리 재단이 개최하는 지식콘퍼런스인 ‘TED(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는 ‘널리 퍼져야 할 아이디어(Ideas worth spreading)’를 모토로 각 분야의 저명인사와 괄목할 만한 업적을 이룬 사람을 강연자로 초청, 수준 높은 강의를 제공한다. 특히 이를 동영상으로 인터넷에 무료 공개해 공유케 하는 게 이 행사의 특징이다. 또 자원봉사자들을 통한 번역서비스도 제공, 가치있는 지식을 세계와 함께한다.
미국 애플이 아이튠스에서 제공하는 학습콘텐츠인 ‘아이튠스U(iTunes University)’도 대표적인 소셜 러닝이다. 이곳에선 누구나 하버드와 MIT, 옥스퍼드 등 해외 유수의 대학들이 제공하는 강의를 동영상 형태로 무료 다운로드할 수 있다. 해당 강의의 슬라이드도 제공한다.
다운로드한 강의는 컴퓨터를 비롯해 아이폰, 아이패드 등 애플의 각종 스마트 기기에 담아 활용 가능하다.
소셜 러닝을 이해하는 세 가지 키워드는 △맥락(context) △연결(connectivity) △협업(collaboration)이다.
먼저 ‘맥락’은 사물을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구성요소 간 상호 관련성을 분석, 최적의 문제 해결을 추구하는 사고능력의 핵심이다. 소셜 러닝은 학습자의 경험과 인식을 바탕으로 한 종합적 사고 즉, 맥락을 기반으로 학습함으로써 창의적이고 유연한 사고의 발현을 돕는 학습모델이다.
네트워크는 객체간의 ‘연결’ 즉, 관계를 무한히 확장시키며 사회를 움직이는 파워로 작용한다. 소셜 러닝은 학습에 네트워크의 파워를 도입, 학습성과를 달성하려는 새로운 시도인 셈이다.
정보통신기술은 온라인 상의 협업이 가능한 기술적 환경을 제공, 협업의 가치를 전사회적으로 확산시켜 놓았다. 소셜 러닝은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는 지적협업의 성과, 즉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에 공감하는 지식프로슈머(knowledge prosumer)의 확산과 맞물려 지속적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권정은 한국정보화진흥원 선임연구원은 “기존 학습형태에 스마트 기기 등만 단순 추가하는 식의 몰이해는 소셜 러닝의 성공적 확산을 막는 걸림돌”이라며 “사회적 확산성과 파급력을 갖춘 우수 소셜 러닝 모델을 발국, 다양한 분야에 적용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표> 소셜 미디어의 특성으로 살펴 본 소셜 러닝의 특성
<자료:한국정보화진흥원>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