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와 주니퍼 등 글로벌 네트워크 장비 1,2위 사업자들이 한국 사업을 축소한다. 주니퍼코리아의 경우 긍정적인 실적에도 불구하고 미국 발 경기불황을 피하지 못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니퍼코리아는 최근 10%에 달하는 직원들을 감원하는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마케팅 부서 전체가 대상에 오르는 등 영업·엔지니어 조직을 제외한 지원부서가 축소된다.
주니퍼코리아는 2011년 상반기 본사에 제시한 목표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이번 조정은 의외라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매출 감소 여부와 상관없이 본사 차원에서 불황을 대비한 살빼기에 미리 돌입한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주니퍼는 이번 구조조정을 통해 한국을 비롯한 각 지역의 마케팅 조직을 축소 혹은 통합하며 본사 차원에서 컨트롤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꿨다. 영업 등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서 대신 상대적으로 비용절감이 손쉬운 지원부서를 대상으로 다이어트에 돌입했다는 설명이다.
시스코코리아 역시 경기불황의 먹구름을 피해가지 못했다. 시스코는 상반기 북미·유럽·APCJ(아시사태평양, 일본, 중국)로 지역 구분을 단순화하고 사업부문도 통신사업자와 엔터프라이즈 부문 크게 둘로 나누는 조직개편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위상은 약해졌다. 한국은 상반기 조직개편에서 베트남 등 이머징 마켓과 함께 APJC 속 아시아 부문에 속했지만 부문 대표 자리는 타 지역 매니징 디렉터(MD)에게 내 줬다. 시스코코리아는 아시아 부문에서 가장 큰 매출을 기록 중이라 이 같은 상황은 이례적이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시스코코리아는 8월부터 감원 프로그램도 실시 중이다.
이 같은 글로벌 네트워크 사업자들의 한국 사업 축소는 성장 폭이 크지 않은 한국 시장에 대한 냉정한 평가라는 분석이다. 네트워크 인프라가 이미 갖추어져 있어 동남아·중국 등 주변 이머징 마켓에 비해 성장 가능성이 낮아 큰 투자가 필요 없다는 이야기다. 때문에 경기불황이 닥치면 1순위로 조정 대상에 포함될 수밖에 없다
글로벌 네트워크 업체의 한 임원은 “보통 글로벌 네트워크 업체의 한국 매출 비중은 1~2% 내외”라며 “2010년과 올해의 경우 공공시장 마저 예산 문제로 고도화 전략을 미루는 등 수요가 크지 않아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