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상전문기자 1호답게 막힘이 없었다. 프레젠테이션 영상화면 대신 스마트패드를 들고, 앞으로 펼칠 기상청의 정책을 설명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울 정도였다.
“사람을 살리는 기술이 기상정보입니다. 기상이 강해야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습니다.” 손끝으로 터치하며 술술 풀어 놓는 그의 기상정책 설명이 이어졌다.
지난 2월 14대 기상청장 취임 이후 그는 가슴을 쓸어 내렸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여파로 한반도로 날아올지 모르는 방사성 물질 때문이었다. “큰 산이 가로 막혀 있는 느낌이었다”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는 숨 돌릴 새 없었던 지난 7개월간의 여정이 그대로 묻어났다. 언론·정부·협회·대학·기업을 넘나들며 38년 동안 기상 외길을 걸어 온 조석준 기상청장을 만났다.
“우리나라에서 슈퍼컴을 제일 잘 다루고, 위성자료 처리를 잘 하는 곳이 기상청입니다. 한반도가 환자라면 인공위성은 엑스레이고, 지상에 있는 레이더는 내시경입니다. 이런 장비를 가지고 한반도를 진단하는 일을 기상청이 하고 있습니다.”
그는 스마트패드로 CF를 찍는다고 해도 무색할 만큼 능수능란하게 사용하며 브리핑했다.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묻어났다.
그 옛날 하늘의 구름을 보며 내일의 날씨를 적당히 가늠해 보는 수준이 아닌, 첨단 장비로 기상을 분석하고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베테랑 예보관이 내리는 기상청의 예보가 가끔 빗나갈 때면 여지없이 ‘오보청’ ‘구라청’ 등의 비난을 받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강수 유무에 대한 정확도는 90%로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세계기상기구(WMO) 189개 회원국 가운데 세계의 기상 예보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13개국 중 하나입니다. 기상청의 일기예보 생산 능력은 우수하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기상청은 올해부터 천리안 위성을 가동시켰고 슈퍼컴 3호기를 예보에 본격 활용하고 있다. 이제는 예보 정확도가 90%에 육박할 만큼 안정됐다. 몇 시간 이내의 초단기 예보도 매우 정확하다.
조 청장은 “기상청은 나쁜 날씨를 90% 예보할 수 있지만 과학적으로 예측할 수 없는 10%만 부각되면서 비난을 받는다”며 “사람이 병에 걸리는 것이 의사 때문이 아닌 것처럼 한반도 기상 악화는 예보관의 탓이 아니라는 것을 국민이 알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기상기술이 사람을 살리는 기술이고, 가족 다음으로 신뢰하는 게 일기예보라는 말까지 있는데 우리나라는 이런 게 좀 아쉽다는 게 조 청장의 푸념이다. 그렇다고 해서 기상청이 잘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라고 털어놨다.
“기상청의 기상정보 생산 능력은 우수하지만 이를 유통하는 것은 아직 서투릅니다. 날씨 정보를 통해 국민을 만족시키는 능력을 더욱 키울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모든 국민이 만족할만한 기상정보 제공 서비스는 기상청 혼자 할 수 없기에, 기상정보 유통을 담당할 기상산업 육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상은 생명을 살리고 국격을 높이는 공존의 기술이라는 명제 하에 기상정보가 국민생활·녹색성장·산업생산성 등 사회 전반에 걸쳐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유통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 청장은 “날씨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기상청의 기본 업무고 여기에 기상과 관련된 정치·사회·경제적 데이터를 녹여 넣으면 기상은 최고 부가가치 상품으로 탈바꿈한다”며 “그 기반 위에서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서비스되는 단편적 기상정보를 재해·보건·산업 등 다양한 분야의 정보와 융합해 서비스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융합서비스는 기상청 혼자 할 수는 없고 지방자치단체, 민간 기상사업자 등과 협력해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상청이 제공하는 기상정보는 공공서비스로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함이고, 민간부문이 제공하는 농림·수산·건설·보험 등 산업분야의 맞춤형 기상정보와는 확연히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날씨 컨설팅이나 맞춤형 기상정보는 기상청이 아닌 민간 기상업체가 담당해야 기상산업을 육성할 수 있다는 것이 조 청장의 생각이다.
조 청장은 “기상청의 궁극적인 역할은 국가적 목표에 대한 선제적 지원과 국격 제고를 통해 기상과학의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 나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가 기상·지진업무는 국민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국격을 높이는 핵심요소임에도 불구하고 그간 기상업무가 예보 중심으로만 이뤄져 왔다”며 “이제는 사전예방 중심으로 예보업무를 고도화하고 소통을 통해 산업·보건·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상정보가 활용될 수 있도록 업무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조 청장은 이를 위해 기상선진화를 추진한다. 천리안 위성 자료가 기후·수문·환경재해·에너지 분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기술개발을 확대하고, 세계 수준의 수치예보기술 확보를 위해 한국형 수치예보모델을 2019년까지 개발할 예정이다.
국제기구 내 역할을 강화하고 개도국에 대한 기상서비스 확대와 기술전수도 강화할 계획이다.
그는 “우리나라가 기상선진국이 됐고 기상기술을 필요로 하는 개도국에 기상기술을 원조하고 기상현대화 계획을 수립해 주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50년 이상 선진국으로부터 원조 받았지만 지금은 세계 7위권 기상기술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해양기상관측선을 활용해 위험기상 현상을 선도 감시하고 범부처 레이더 자료 공동 활용으로 관측공백을 최소화하는 한편, 보성 글로벌 기상탑 설치 등으로 대기환경 종합관측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관측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6월부터 기상 관측선을 운영하고 있다. 5년 안에 육지 내 관측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목표로 국방부·국토해양부·기상청이 각 레이더 자료를 공동 활용하기로 했다. 이는 날씨 예보뿐만 아니라 화생방전이 생기면 독가스가 어디로 퍼질지 예측할 수 있는 등 국방에도 도움이 된다.
조 청장은 “기상예보와 기후예측이 국정에 전략적으로 융합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사회·경제·정치·문화적으로 더 큰 부가가치를 생산해낼 수 있는 나라가 선진국”이라며 “기상정보는 생산이 아닌 통보이기 때문에 국민과 소통이 가장 중요한 업무”라고 말했다.
대담=김동석 그린데일리 부장
정리=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