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값이 1년 전보다 42.9%나 올랐다. 10㎏ 천일염 한 자루 도매가격이 1만2000원이다. 30년 만에 가장 크게 뛰었다. 덩달아 간장·고추장·된장값도 들썩인다. 올겨울 김장 김치가 ‘금(金)치’가 되면 어쩌나. 넉넉지 않은 서민 가계가 더욱 쪼들린다. 소금값은 ‘3·11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가파르게 치솟았다. “방사능 오염 바닷물로 만든 소금이 나온다”는 뜬소문이 사재기를 부추긴 탓이다. 우리에게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강 건너 불’이었다. 원전도 그저 전기생산 수단으로 여길 뿐이다. 소금값 급등은 원전, 그것도 이웃나라 원전이 우리 경제와 사회에 얼마나 가까이 도사렸는지 보여준다.
한국 염전이 바닥을 드러내 민생을 흔들기 시작했을 때 일본은 ‘15% 절전 짠물(노력)’을 짜냈다. 원자력발전소(원전) 54기 가운데 41기를 세워둔 채 굵은 땀을 흘렸다. 가동률 24%였다. 발전용량 2663억9300만㎾h로 세계 제3 원자력 발전국가인데다 원전 의존율이 30%에 이르는 나라가 원자로 열에 여덟(76%)을 멈췄다. 그야말로 ‘원전 없이’ 여름을 난 셈이다.
전력 부족 현상은 없었다. 가정과 기업이 15%씩 절전한 것만으로 충분했다. 전력 사용량이 가장 많았다는 8월 18일 오후 2시에도 전력예비율은 9.6%였다. 10% 안팎인 한국의 전력예비율에 버금갔다. 원전 54기를 모두 세워도 문제가 없다는 자신감까지 얻었다고 한다.
일본 시민에게 찬사와 박수를 보낸다. 정부가 ‘15% 절전’을 요청했는데 전력량을 25%, 많게는 30%까지 줄인 기업이 속출했다. 반바지 차림으로 출근해 더위를 견디어 냈다. 견딘 이유는 분명했다. 후쿠시마에 사는 여성 모유에서 ‘방사성 세슘’이 검출되는 등 원전 사고 여파가 심각했다. 간 나오토 전 총리가 “도쿄에 사람 한 명 살지 않는 정경이 머릿속에 어른거렸고 정말 식은땀이 났다”고 말했을 정도다. 미래가 사라질 위기였던 것이다. 그는 사고 전에 원전을 활용해야 하고 일본 기술이라면 괜찮다고 봤다. 사고를 겪은 뒤 생각을 바꿨다. 원전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고 느껴 실행했다. 간 나오토, 아니, 일본 시민의 극적인 ‘탈원전’ 선택과 ‘원전 없는 여름’은 세계의 본보기가 될 것이다.
우리도 일본의 올 여름을 깊이 생각하고 연구해야 마땅하다. 땅이 크게 흔들리지 않아 해일이 밀어닥치는 일이 드물다고 안주하고 말게 아니다. ‘더 깨끗하고 더 안전한 발전·이용 체계’를 함께 생각해보자.
발전용량 1400메가와트(㎿)짜리 원전을 만드는 데 대략 2조원에 10년쯤 걸린다. 98㎿짜리 ‘대관령 풍력발전소’ 14개에 맞먹는 규모다. 발전량이 많고, 원전 터가 외진 탓에 송전 설비를 구축·관리하는 비용도 많이 든다. 가까운 곳에 비용이 적게 들고 빨리 지을 수 있는 친환경 발전소를 여러 개 짓는 게 좋겠다. 울진 원전에서 생산한 전기를 큰돈 들여 강릉과 서울로 보내는 것보다 대관령 풍력발전소나 서해 조력발전소를 몇 개 더 짓는 게 낫다.
이은용 논설위원 ey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