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동반성장은 거스를 수 없는 `물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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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가 7대3이냐 8대2냐를 정하고 고민할 때 애플은 서드파티에 이미 70%의 수익을 보전해줬습니다. 처음부터 출발이 달랐습니다.”

 최근 촉발된 IT산업 위기론에 한 공공기관이 개최한 전문가 토론회에서 나온 발언이다. 발언만 놓고 보자면 선뜻 이해하기 어렵지만 단순한 히스토리다.

 2000년대 초반 CDMA 이동통신 시장이 성장하면서 모바일 콘텐츠 기업은 수백개에 달했다. 모바일 콘텐츠 시장에서 승부하려는 기업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그러나 돈을 벌었던 기업은 극소수였다. 이동통신사가 콘텐츠 수익의 70% 이상을 가져갔기 때문이다. 플랫폼이 없는 콘텐츠 기업은 울며 겨자먹기로 비즈니스를 영위했다. 불과 5~6년도 지나지 않은 일이다.

 그 사이 애플은 최대 IT기업 구글을 능가하는 기업으로 부상했다. 흔히 알려진 것처럼 앱스토어의 폭발력 때문이었다. 애플이 앱스토어에 애플리케이션을 판매하는 기업에 수익 70%를 돌려줬다. 앱스토어 내의 치열한 경쟁과 애플만의 폐쇄적 정책이 여론의 도마에 오르내리지만 적어도 애플리케이션만 좋으면 돈을 벌 수 있는 구조였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출발부터 달랐다는 뼈아픈 발언이다.

 

 #페이스북은 2007년부터 펀드를 조성했다. 외부 개발자들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바로 ‘fb펀드(Fund)’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지닌 개발자와 기업에 2만5000달러에서 10만달러까지 개발비를 지원해주고 있다. 2009년에 25개의 기업에 지원했고, 지원받은 기업은 이 돈을 상환할 필요없이 순수 개발비로 쓸 수 있다. 페이스북은 이들 기업에 서비스 개발에 필요한 기술적 협력은 물론이고 사무공간까지 지원하며 개발을 독려한다. 페이스북은 fb펀드 사이트에서 수상한 기업들의 실적 및 새로운 소식들을 업데이트한다.

 IT 전문 웹진 테크크런치(TechCrunch)’ 등에 기사 보도를 지원하고 마케팅과 홍보에 어려움을 겪는 외부 개발자 및 스타트업을 지원 육성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아낌없이 외부 개발자와 기업을 지원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다. 페이스북 플랫폼 자체의 성장을 위해서다.

 애플과 페이스북은 최근 몇 년간 가장 가파른 속도로 성장한 기업이다. IT 소비자들은 왜 애플과 페이스북에 열광했을까.

 아이폰이 타사의 스마트폰에 비해 훌륭해서일까. 페이스북이 SNS 중 사용하기에 가장 편리해서였을까. 해답은 바로 ‘동반성장’이다. 소비자들이 애플과 페이스북에 열광하는 것은 앱스토어의 풍부한 애플리케이션과 콘텐츠 때문이다. 이른바 ‘생태계’다.

 애플 플랫폼과 페이스북 플랫폼을 살찌운 서드파티의 힘이다. 세계적인 게임 기업으로 떠오른 소셜게임 전문기업 징가를 떠올려보면 해답이 나온다. 페이스북의 서드파티였지만 징가는 페이스북 만큼이나 성장했다. 생태계 조성이 동반성장이라는 결과로 이어진 전형적인 사례다.

 ◇대기업 “동반성장에 최선 다할 것”=IT산업에서 촉발된 동반성장은 전 산업 영역으로 삽시간에 퍼졌다. 국내 대기업들도 동반성장 의제를 주요하게 다루고 있다. 앞만 보고 달려온 국내 기업들이 이제 앞만 보고 혼자 달리는 전략의 한계를 깨닫기 시작했다. 옆도 한번쯤 돌아보자가 아니라 반드시 옆과 함께 어깨걸고 전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31일 이명박 대통령과 그룹 총수들 간담회는 변화된 기류를 보여줬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을 비롯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구본무 LG 회장 등 26명의 기업 총수들이 모였다. 이 자리에서 이건희 회장은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해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기업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실행 계획도 나온다. 중소기업 펀드가 그것이다. 삼성전자는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을 통해 1000억원을 출연하기로 했다. ‘신기술 개발 공모제’를 통해 우수 중소기업을 선정, 기금을 지원하는 형태다. 지원대상을 협력사로 제한하지 않았다. 삼성전자와 거래에 관계없이 특화된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대상이다.

 KT는 40억원 규모의 ‘우수 애플리케이션 개발 활성화 에코노베이션 펀드’를 운영한다. 모바일 앱 개발자의 성공을 지원하고 신성장동력 발굴과 동반성장을 위해서다. 개발 자금이 없어 앱 개발에 어려움을 겪어온 중소 앱 개발사들도 이를 이용하면 개발비 걱정을 덜 수 있다. 보증과 실적 등 까다로운 절차를 요구하는 다른 펀드와 달리 이 펀드는 가능성을 중심에 두고 심사한다.

 이처럼 국내 대기업들도 동반성장의 중요성을 깨닫고 고민을 실천에 옮기는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거스를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도, 정치권도 ‘동반성장’=정부도 정치권도 나섰다. 대기업 진입 제한 품목을 두기 위해 움직이는가 하면 최근에는 유통 대기업들의 판매 수수료 인하에도 정부가 대기업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대기업간 ‘일감 몰아주기’ 관련 과세를 통한 정부가 유지해온 감세 정책 철회도 이뤄졌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른바 ‘포퓰리즘’일 수도 있지만 동반성장이 우리 경제의 핵심 화두가 됐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정치권의 동반성장 관련 법안 발의도 잇따르고 있다. 발의된 법안들은 동반성장 정책의 실효성 강화와 중소기업 보호 등을 위한 것이다.

 올해 들어 17건의 중소기업 및 상생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이 중 동반성장 이슈가 집중적으로 제기된 6월 이후에만 13건이 몰렸다. 동반성장과 상생이 부각되면서부터다. 대기업 횡포와 중소기업 피해가 알려지면서 제도적 방안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내용을 보면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 개정안은 폐지된 중소기업 보호업종 제도를 다시 도입하거나, 사업조정 제도의 실효성 강화 등을 담고 있다. 또 동반성장위원회를 대통령 소속 위원회로 격상하는 내용도 있다. 다른 중소기업 관련 개정안들은 중소기업 지원제도, 중소기업 범위 구분 등의 내용이다. 정치권이 동반성장을 정치적 이슈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물론 존재한다. 지원받는 쪽의 효과와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스스로’ 상승작용 일으켜야=전문가들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성장의 길로 가기 위해서는 스스로 상승작용을 일으켜야 한다고 지적한다. 법제도와 펀드 조성 지원 등 다양한 제도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좋지만 결국 혜택을 입는 중소기업이 정말 필요한 정책인지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대기업이 정부와 정치권, 국민들의 눈치를 보며 ‘시늉만 내는’ 동반성장 정책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스스로 필요에 의해, 중소기업을 보듬어야 대기업도 성장할 수 있다는 불변의 진리를 깨달아야 진정한 동반성장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목소리다.

 정부나 정치권에 대한 반응도 마찬가지다. 대기업을 압박해 동반성장을 강제하려는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기업이 스스로 동반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정비해 주고 불필요한 걸림돌은 없는지 다시 한번 차분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정·재계와 사회, 소비자들이 동반성장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는 키워드가 느리지만 함께 가는 동반성장임을 절실히 깨달아야 할 때다.


김민수기자 mimo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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