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산업이 성장하면서 디지털 자산 및 사이버머니 처리가 갈수록 중요해 지고 있다. 이른바 RMT(Real-Money Trading)은 해외에서도 ‘뜨거운 감자’에 해당한다.
해외에서도 게임사가 직접 MMORPG 아이템 및 게임머니에 관한 거래를 인정하고 중개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논란의 대상이다. 북미와 유럽에서는 이베이 등 온라인 경매사이트를 통해 아이템이나 캐릭터, 게임머니 등 현금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중국, 일본에서도 게임 아이템 현금거래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2009년에 사이버머니 거래를 규제하면서 동시에 징수방침을 공개, 합법화 길을 열어놓기도 했다. 현재는 아이템중개거래업체에 허가를 내주는 방식으로 시장을 규제하고 있다. 나아가 일부 중국 게임사들은 개발단계부터 게임 내에 중개거래시스템을 탑재하는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게임사들은 외부 제3의 사이트를 이용한 아이템현금거래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RMT 정책을 밝히며 약관을 통해 계정 블록 등 제재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는 ‘작업장’으로 불리는 조직적 거래집단의 양성이나 밸런스 악화, 해킹, 계정 도용 등 부작용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블리자드도 예외가 아니어서 ‘월드오브워크래프트’에서는 캐릭터 착용 후에는 교환이 불가능한 귀속시스템을 적용했고, 내부 경매장을 통한 게임머니 및 일부 아이템거래만 허용했다.
실제로 디아블로3 경매장 시스템은 ‘에버퀘스트2’에서 시도된 아이템현금거래시스템과 유사하다. 소니온라인엔터테인먼트(SOE)는 2005년 MMORPG ‘에버퀘스트2’를 서비스하면서 북미 서버를 대상으로 ‘스테이션 익스체인지(Station Exchange)’라는 현금거래가 가능한 사이트를 공개했다. 일부 서버에서 해당 수수료에 동의하는 이용자가 현금으로 게임 내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게 해주었고 소니는 10% 중개수수료를 거뒀다. 이는 해외에서도 찬반양론을 불러일으켰다.
존 스매들리 대표는 당시 “게임사에서 직접 게임머니나 아이템을 팔지 않을 것”이라며 “이용자들 간 잉여아이템을 안전하게 팔고 사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2007년 3D 그래픽으로 가상세계를 구현한 게임으로 주목 받은 ‘세컨드라이프’에서도 사이버머니는 현실의 법과 충돌을 일으켰다. 당시 개발사인 린든랩은 환전소를 통해 게임 내 머니에 해당하는 린든달러를 현실 화폐인 달러로 환전해주었다. 이로 인해 세컨드라이프 아바타들의 경제활동을 통해 생산한 국내총생산(GDP)가 5억달러에 달했던 것으로 추산된다.
이용자는 세컨드라이프 내에서 카지노 등 현실과 같은 베팅성 게임물을 개발하거나 운영할 수 있었고, 이는 미국에서도 세금 및 기존 법체계와 충돌을 일으킨 바 있다. 실제로 미 연방수사국(FBI)은 불법 온라인 도박을 이유로 세컨드라이프 내 카지노 영업 중단을 요구했다.
국내 업체가 해외에서 게임 내 아이템중개거래 시스템을 지원한 경우도 있다. 넥슨재팬에서는 2006년 일본에서 ‘메이플스토리’에 게임 내 장비와 아이템을 거래하는 시스템을 추가했다. 회사는 10%에 해당하는 중개수수료를 현금 충전이 가능한 포인트로 징수했다. 국내에는 도입되지 않았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