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홍보 야전사령관이었다. 원자력에 대한 열정으로 함께한 20여년의 삶은 어려운 원자력을 쉽게 설명하는 그의 소통능력과 궤를 함께 했다.
“전기가 처음 우리 삶에 들어왔을 때 사고가 많이 발생했습니다. 원자력도 마찬가지입니다. 과학은 실수가 있어야 발전할 수 있습니다.”
그는 지난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해 마음을 쓸어내렸다. “원자력은 희망에너지”라며 원자력 안전 홍보를 위해 숨 돌릴 새 없이 달려왔지만 후쿠시마 사고가 이를 한순간에 쓸어버리는 위기를 맞았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원전 수출로 국민의 신뢰가 급상승하는 시점이어서 더욱 안타까웠다. 원자력 발전에 대한 국민 공감대 형성과 국제 원자력 유관기관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원자력 홍보전도사’ 이재환 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을 만났다.
“우리나라는 세계 여섯 번째로 원전을 수출한 원전 강국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국민의 이해도는 아직 그리 높지 않은 편입니다. 특히 향후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 갈 초·중·고교생의 원전의식이 바뀌지 않으면 자원 수입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취임한 지 2년 반, 그동안 UAE 원전 수출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라는 천당과 지옥을 모두 경험한 이재환 이사장의 눈에는 원전에 대한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취임 후 줄곧 원전 알리기에 매진한 그는 원전을 에너지 산업의 백년 앞을 내다보는 큰 계획에 비유한다. 국가 미래를 짊어질 젊은이들이 올바른 원전 인식을 가지고 있어야 에너지 산업에도 미래가 있다는 시각에서다. 그가 원자력문화재단의 브랜드 사업으로 ‘새로운 세대의 원자력 이해교육’을 꼽은 이유다.
“원전 강국의 위상과 달리 아직도 주변에서 원전하면 ‘불안하다’ ‘위험하다’라는 반응이 많습니다. 취업이 힘들다 보니 전국 대학에 있는 원자력공학과의 수는 점점 줄어들었고 이제는 원전 전문 인력이 품귀현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이사장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원전 교육사업에 주력하게 된 계기는 취임 초기 설문조사의 영향이 컸다. 당시 전체 국민의 80% 가량이 원전에 대해 안전하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반면 초등학생들의 경우는 불과 30% 가량만 원전이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가정과 학교를 통해 “핵은 무섭다” “방사선은 멀리해야 한다”는 막연한 공포감을 키웠기 때문이다.
그가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그리고 이들의 인식형성에 지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교사와 주부들의 원전 교육에 원자력문화재단 전 직원이 뛰어들고 있는 이유다. 그동안 원전 현장시찰·공모전 등으로 활동이 국한됐던 재단의 역할이 확대되면서 사업도 활기를 찾았다. 이 과정에서 원자력 어린이 뮤지컬·원자력 만화·전국 대학생 원자력 동아리들이 탄생했다. 그 결과 지금은 오히려 원전교육 강연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이 이사장은 “전국 대학에서 원자력 동아리가 30여가 만들어질 정도로 원자력에 대한 대학생들의 인식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반년, 그동안 이 이사장은 가장 바쁜 시간을 보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국민의 우려와 불만이 빗발치고 환경단체 견제가 극에 달했었지만 이를 피해가지 않았다. 이 이사장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대응전략은 정확한 정보를 소통하고 신뢰를 쌓는 방법이라고 여겼다. 지난 4월부터 서울을 시작으로 대구·광주를 돌며 ‘원자력 안전 대토론회’를 개최, 원자력 안전 및 방사선 영향에 대해 정확한 정보 제공으로 국민적 불안감을 해소했다. 또 국민이 원전에 대한 궁금증을 보다 쉽게 알 수 있도록 ‘알기 쉬운 원자력 안전 Q&A’ 책자 30만부를 제작해 전국에 배포했고 ‘방사선 바로알기’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기도 했다.
원전의 단점이라고 해서 정보를 감추는 법도 없다. 최근 진행하고 있는 저탄소 녹색성장 부속교재에 원전을 담는 작업에서도 장점과 단점을 함께 게재할 수 있도록 했다.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해야 진정한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후쿠시마 사고와 관련 원전 우수성의 자만심을 경계하고 원전 사고 시 이를 통제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쓴 소리를 아끼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원전 안전 논란과 관련해 모든 정보를 허울 없이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이 이사장의 원전에 대한 흔들림 없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엑스레이로 시작된 원자력 기술은 처음부터 인류를 위한 과학”이라며 “전기·비행기 등 인류가 필요로 하는 수많은 기술들도 처음엔 위험성 논란에 자유롭지 못했지만 지금은 안전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처럼 원전도 안전하게 사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후쿠시마 사고로 원전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기보단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원전 안전성을 더욱 강화하고 제2·제3의 원전 수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초기 국제원자력기구 및 관련국 간 공조가 이루어지지 못했고 해일에 의한 비상전력공급장치 고장 등 자연재해에 취약한 기술적 보완 부문이 있었던 만큼 관련 부문에 대한 철저한 대비로 국내 원전의 기술 신뢰성을 더욱 높여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이사장은 원자력문화재단을 국민의 원전 이해도를 높이는 홍보기관을 넘어 국가 원전수출 사업에 기반을 마련하는 수출 지원기관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이는 재단 존재의 의미이기도 하다.
국내 원전기술의 우수성을 알리는 한편 국내 원전기술이 진출할 원전 도입 예상국가를 대상으로 원전 안전을 홍보, 사전 수출인프라를 조성한다는 복안이다. 이와 관련 국제원자력기구(IAEA)·러시아국영원자력공사(ROSATOM) 등 세계 원자력기관들과 양해각서를 교환하고 원자력 홍보 관련 공동행사를 준비 중에 있다.
“전 세계 어디에도 국민 동의 없이는 원전이 발을 들일 수가 없습니다. 원자력문화재단은 국내에서 진행했던 노하우를 원전 도입 예상국에 전파, 내년에는 원전 수출 지원기관으로 웅비하는 한 해가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한 해 사용하는 에너지의 98%를 수입에 의존하는 만큼 막연한 원전 공포증으로 ‘에너지 백년대계’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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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김동석 그린데일리 부장 dskim@etnews.com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