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백신업체 카스퍼스키랩이 개인용 백신시장 최강자 자리에 오른 데 이어 기업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 회사는 기업시장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시만텍과 맥아피, 트렌드마이크로가 오랫동안 지켜오던 세계 백신업계 빅3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카스퍼스키랩은 8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르메르디앙호텔에서 제품 발표회를 열고 기업용 백신 솔루션 신제품을 선보였다. 새로 나온 제품은 기업용 보안 솔루션 ‘엔드포인트 시큐리티 8.0’과 중앙 관리 솔루션 ‘시큐리티 센터 9.0’ 이다.
엔드포인트 시큐리티 8.0은 기업용PC 백신이다. 카스퍼스키랩이 전통적으로 강한 바이러스 차단은 물론 ‘클라우드 보안’과 ‘인터넷 사용 제어’라는 두 가지 신기술을 넣었다. 클라우드 보안은 5000만대가 넘는 카스퍼스키 백신 설치 PC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다가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바로 대처하는 기술이다.
해리 청 카스퍼스키랩 아태 지역 대표는 “최근의 악성코드는 빼낸 개인정보로 금전적 이익을 챙기는 이른바 C2C(Criminal to Criminal) 비즈니스 도구로 발전했다”며 “새로운 악성코드에 얼마나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가가 고객의 비용과 시간을 줄여주는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 사용 제어는 말 그대로 회사 PC에서 특정 인터넷 서비스를 원하는 시간에 차단한다. 예를 들어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주식거래 사이트나 P2P 사이트를 막을 수 있다. 이 기능은 백신에 들어 있지 않고 별도로 제품을 구입해야 했다.
시큐리티 센터 9.0은 카스퍼스키랩 보안 제품이 설치된 PC를 통합 관리하는 제품이다. 제품 업데이트를 시작으로 손쉬운 보안 정책 수립까지 가능하다. 불법 소프트웨어 관리와 공지사항 배포 기능도 갖췄다. 카스퍼스키랩은 기업용 백신을 구입하는 고객에게 이 제품을 무료로 제공할 방침이다.
카스퍼스키랩은 두 제품을 내달 1일 세계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한글 제품은 내년 초 내놓을 계획이다.
지난 97년 설립된 카스퍼스키랩은 안철수연구소와 마찬가지로 창업자 유진 카스퍼스키의 이름을 따서 사명을 지었다. 이 회사는 세계 백신업계에서 가장 가파르게 성장해왔다. 소프트웨어만으로 지난해 매출은 5억달러에 육박한다. 7년 만에 10배 이상 늘어난 금액이다.
유럽 백신 시장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린다. 미국 개인용 백신 시장에서는 선두 자리를 놓고 시만텍과 엎치락뒤치락하는 접전을 펼친다. 한국 시장에는 지난 2005년 진출, 한국타이어와 한진중공업 등의 고객을 확보했다.
쿠알라룸푸르(말레이시아)=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