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 생각한다면 아예 자동차를 지구상에서 없애 버리는 것이 좋겠지만, 그럴 수는 없으니 조금이라도 작은 차를 타는 것이 좋고, 함께 타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모두가 소형차나 대중교통만 이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대형 럭셔리카를 위시해서 고성능 스포츠카까지도 이제는 환경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친환경 소형차뿐만 아니라 전기 스포츠카, 하이브리드 SUV, 디젤 대형 세단 등도 최근에 많이 등장하고 있다.
오늘은 럭셔리 대형 세단의 대명사 BMW 7시리즈 중에서 가장 친환경적이라 할 수 있는 디젤과 하이브리드 모델을 비교 시승하면서 럭셔리카가 환경을 생각하는 방법을 살펴보았다.
디젤 대표 모델은 730Ld다. 롱휠베이스 7시리즈에 245마력을 발휘하는 3.0 코먼레일 직분사 트윈터보 디젤 엔진을 장착한 모델로 안전제한속도는 245㎞/h며, 0~100㎞/h까지 가속하는데 7.3초가 걸리는 고성능을 발휘하지만 연비는 13.5㎞/L에 이른다. 3.0 트윈터보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740Li(730Li 모델은 출시되지 않아 비교 불가)의 연비 8.5㎞/L와 비교하면 연비가 무려 60% 가까이 높다. 기본적으로 디젤 엔진의 연비가 높은데다가 BMW가 자랑하는 이피션트다이내믹스(EfficientDynamics) 기술이 적용돼 있어 버려지는 에너지를 적극 재활용해 연비를 더 높인 결과다.
BMW 7시리즈다운 최고급 이미지는 여전하다. 다이내믹 드라이빙 컨트롤로 안락함과 스포티함을 모두 즐길 수 있고, 최첨단 편의 장비도 가득 갖췄다. 디젤 엔진 특유의 사운드가 약간 감지되긴 하지만 조금만 지나면 쉽게 잊어버릴 수 있는 수준이다. 이 정도면 럭셔리 대형 세단에서 디젤을 선택하는 것은 단순히 환경을 생각하는 것을 넘어 개인 경제를 위해서도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이라 할 수 있겠다.
하이브리드 대표 모델은 액티브 하이브리드 7이다. 750Li의 4.4리터 트윈터보 가솔린 엔진에 전기 모터를 더해 최고출력이 465마력으로 높아졌고, 안전제한속도 250㎞/h에, 0~100㎞/h까지 가속 4.9초의 스포츠카 뺨치는 달리기 실력이다. 750Li의 5.3초를 훌쩍 뛰어넘는다.
연비도 750Li의 7.5㎞/L에 비해 훨씬 높은 9.3㎞/L다. 5.2미터가 넘는 대형 세단이 스포츠카 수준의 달리기 실력을 갖춘 것도 놀라운데, 연비가 이 정도로 높다는 것은 더욱 놀라운 일이다. 이처럼 액티브 하이브리드 7은 연비를 높이기 위해 달리기 성능은 조금 포기해야 하는 모델이 아니고, 달리기 실력과 연비를 동시에 높인 모델이다. 그냥 하이브리드라고 하지 않고 액티브 하이브리드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 있다.
액티브 하이브리드 7도 세계 최고의 럭셔리카다운 면모를 골고루 갖추었다. 친환경 하이브리드라고 해서 지나치게 많은 희생을 감수해야 할 이유가 없다. 다이내믹 드라이빙 컨트롤을 스포츠 모드에 맞추면 서스펜션이 단단해 진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으며, 스티어링 휠이 무거워지면서 핸들링이 예리해지고, 변속도 빨라진다. 과감하게 엑셀을 밟으면 5.2미터나 되는 이 거대한 차체가 안정감과 여유를 동반하고도 스포츠카처럼 달려 나가는 맛이 일품이다. 엔진 오토 스타트/스톱 기능은 차가 잠시 멈출 때 자동으로 시동을 꺼주고, 출발할 때 다시 시동을 걸어준다. 이 모든 것이 동승석에서는 쉽게 눈치 채기 힘들 정도로 부드럽다.
대형 럭셔리 세단이 이처럼 두 가지 방향에서 모두 적극적인 친환경을 실천하고 있는 모습이 대견하다. 730Ld는 대형 세단도 아주 적극적으로 연비를 높여서 실제적으로 유지비를 줄여주면서 환경도 생각하는 실질적이고 탁월한 대안이 된다. 반면에 액티브 하이브리드 7은 대형 럭셔리 세단의 지위와 가치를 충분히 누리면서도 환경을 위해 솔선수범 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가까운 모습이다.
박기돈기자 nodikar@rpm9.com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BMW 730Ld와 엑티브 하이브리드7 제원 비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