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최고경영자(CEO)의 가장 큰 고민은 ‘사람’이다. 산업과 기술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새로운 DNA(인재)의 역할과 중요성이 커졌다. 지속적인 혁신을 펼쳐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기업이 우수 인재 채용에 사활을 건다. 그래서 ‘인재 전쟁’이라고까지 말한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을 채용해야 인재 전쟁에서 승리할까.
최근 청년 스타트업기업들의 채용 조건이 흥미를 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회사를 설립한 비키는 마케터를 뽑으면서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류의 버즈(소문·와글거림)를 일으키는데 참여하고 싶으신 분’을 들었다. 또 다른 업체는 ‘자신만의 영역을 창조해가며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낼 줄 아는 창조자’를 채용 요건으로 달았다.
‘능력’을 보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이런 인재관이 옳다는 평가다. 사회가 변화하는 만큼 스펙보다는 창의력·창조력을 갖춘 인재가 중요하다. 과거에는 신입사원이 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았다. 결정권 자리에 가기 전까지는 단순한 업무만을 반복했다. 능력을 쌓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글로벌 무한경쟁 체제에서는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변화하고 또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한다. 그 속에서 전 직원들은 혁신에 나서야 한다. 특히 젊은 인재의 역할은 크다. 기존 인력에서 나오지 않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놓아야 한다. 혹자는 오히려 정규 교육과정을 밟지 않은 사람이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환경이 도래했다고 말한다. 정규 교육이 사람을 획일화시켜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을 막는다는 설명이다.
최근 스타트업기업의 최고기술경영자(CTO) 영입 사례다. 뛰어난 스펙을 갖춘 사람을 면접 봤으나 만족하지 못한 CEO는 주변에서 추천한 고졸 개발자를 채용했다. CTO는 대학을 가지 않고 산업계 여러 곳에서 경험을 쌓았다. 이 CEO는 “아이디어도 많고, 기획력도 뛰어나다. 제가 찾던 사람”이라며 흡족해 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 조사 결과도 유사하다. 올 상반기 채용을 진행 중인 기업 200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의 80%가 ‘지원자 업무능력이나 스펙보다는 인성이나 태도에 비중을 두고 채용한다’고 답했다. 스펙과 비교해 인성을 70%까지 높데 본다는 기업도 전체의 27%에 달했다.
혁신적인 인재를 찾기 위한 고민은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세계 최소·최경량 톱니바퀴를 개발한 주켄은 사람 채용시 기존 서류나 면접 대신 머리를 빡빡 밀거나 눈썹을 이상하게 자른 사람 또는 불량배·폭주족 등 개성이 강한 사람을 뽑아 화제를 모았다. 일본전산도 ‘밥 빨리 먹기’ ‘큰 소리로 말하기’와 같은 독특한 채용방식을 채택한 바 있다. 기존 틀을 깨는 혁신적인 인재를 찾기 위해서다.
독특한 채용방식을 채택하는 이유는 남들과 똑같아서는 살아남을 수 없어서다. 학력·경력 등 일반 선발기준이나 다른 기업에서 채택한 기준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숨은 인재를 발굴할 수 없다. 인재 채용에 혁신을 가하기 위해서는 경영진의 과감한 결단이 요구된다. 기업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그에 맞게 기업 인재상을 지속적으로 바꿔야 한다.
채용과 함께 유지도 중요한 문제다. 어렵게 인재를 찾아냈지만 이들이 이직한다면 회사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특히 경쟁사로 옮겨간다면 회사에 미칠 충격은 상상 이상이다. 구글 핵심인력이 페이스북으로 옮겨가며 펼쳐졌던, 구글과 페이스북간 인재전쟁은 좋은 참고 사례다. 당시 이직한 인력들이 구글과 사업영역이 겹치는 곳에서 근무, 구글의 기술과 노하우·아이디어까지 잃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구글은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연봉 인상과 보너스 지급 등을 단행했다. 구글 인재들이 페이스북으로 옮긴 배경으로 삼성경제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조직문화’ ‘스타 창업주’ ‘높은 보상’ 등을 꼽았다. 구글 경우 조직규모가 커지면서 관료주의 문제점이 노출된 반면 페이스북은 개발자들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보장했다. 또한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어 스톡옵션을 받는 직원들에게 엄청난 돈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도 기회요인이다. 실제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잘 나가던 회사를 뛰쳐나와 스타트업기업으로 옮겨가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조직이 커지면서 의사결정에 시간이 오래 소요되고, 무엇보다 위험(리스크)한 비즈니스에 회사가 소극적으로 돌아서기 때문이다. 이는 개발자, 기획자들이 능력을 맘껏 펼치는데 한계로 나타난다. 형식과 규율에 얽매이는 조직에서는 창의성 발휘가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 순간 우수인재는 떠나는 것이다.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창의적 조직문화 형성에 주력해야 한다. 또한 금전적 보상과 함께 이들이 자아실현 할 수 있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도 최근 “기술 확보를 위해서는 사장들이 S급 인재를 뽑는 데서 그치지 말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