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학자 피터 드러커는 앞으로 기업이 갖추어야 할 중요한 전략적 요소로 강력한 파트너십, 즉 네트워킹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잭 웰치 전 GE 회장은 “자기 혼자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글로벌 시대에서 패배로 가는 지름길”이라며 경쟁력 확보의 중요한 요소로 네트워킹을 강조했다.
글로벌 기업간 네트워킹 열풍이다. 모바일 혁명을 통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가속화되고 이를 기업 내·외부 통합에 이용하고 있다. 기업 내에서 이뤄진 통합이 국경을 넘어 다른 지사와 연결되고 이런 거미줄 같은 시스템이 본사를 중심으로 강력하게 퍼진다.
글로벌 네트워킹으로 통합된 기업은 이미 존재해왔다. 최근 기업 네트워킹 특징은 ‘더’ 빠르다는 것. SNS를 통해 모바일로 메시지를 확인하는 것은 인터넷을 켜고 이메일에 로그인 하는 것보다 수십 배는 빠르다. ‘손 안의 협업’ 세상이 온 것이다.
상하 수직적이었던 소통 방식도 수평적으로 변했다. 아이디어 개진도 쉬워졌다. 임원, 사원을 떠나 직급에 관계없이 실시간으로 의견을 주고받는다. 관료적이고 딱딱했던 분위기가 한결 부드러워진다. 창의적인 생각과 인재가 나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기업 내부 네트워킹 가속화=세일즈포스닷컴은 지난달 ‘소셜 엔터프라이즈’라는 소프트웨어를 출시했다. 이 소프트웨어는 페이스북 또는 트위터와 비슷하기 때문에 전통적인 협업 방식인 이메일과 대면회의를 줄여갈 수 있다고 발표했다. 세일즈포스닷컴에 따르면 자사 ‘채터’ 소셜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이메일 사용량이 무려 30%, 미팅 횟수가 무려 27%나 줄어들었다.
기업들은 글로벌 네트워킹을 구축하고 있다. 이미 IBM이나 P&G 등 글로벌 기업들은 통합 시스템을 통해 전 세계 법인에서 일어나는 일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본사 중심의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주며 모바일 기기를 통해 개별 업무 소통을 원활하게 한 것이다.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문서 작업도 단일 서버로 이용한다.
기업 내부 네트워킹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사업 범위가 글로벌로 확장되면서 일어나는 일이다. 의사결정 체계와 시스템은 단일 국가에 한정되어 있다면 본사는 지사에서 일어나는 일을 결코 알 수 없다. 위기 신호를 다 같이 무시한다거나 의사 결정으로 연계하지 못한다면 기업은 직격탄을 맞는다.
◇이종 기업, 국가간 네트워킹 활발=산업간 벽을 허문 기업들의 네트워킹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IT를 매개로 첨단산업과 전통산업간 네트워킹이 가속되고 있다. 자동차기업 ‘다임러(Daimler)’와 화학기업 ‘바스프(BASF)’는 전기 자동차에 대한 양사의 아이디어를 결합했다. 소통을 통해 차세대 컨셉카를 표방하는 ‘스마트 포비전’을 개발, 에너지 효율성, 온도 관리 및 경량화 디자인에 특별히 중점을 뒀다.
맥도널드는 세계 최대의 소셜 게임 개발사인 ‘징가(Zynga)’와 네트워킹에 나섰다. 징가의 대표적인 게임 팜빌(FarmVille) 내에 맥도널드 마을을 구성한 것. 팜빌은 가상의 공간에 자신만의 농장을 만들고 다른 유저와 소통을 구현하는 게임으로 월 평균 1억명의 인구가 이용하는 온라인 게임이다. 맥도널드는 이 제휴를 통해 팜빌이 보유한 세계 소비자를 대상으로 자사의 브랜드·상품 광고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징가 또한 맥도널드 고정 고객의 이용에 따른 트래픽의 증대와 추가적 수익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아직 시작 단계지만 양사 모두 네트워킹을 통해 큰 효과를 볼 전망이다.
이외에도 펩시와 립톤의 캔 아이스티 음료 개발, 지멘스와 코닝의 광섬유 케이블 개발 등은 네트워킹을 통해 개별적 업체가 독자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기술을 씨줄과 날줄처럼 엮어 신제품 개발하는 사례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