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술과 서비스의 등장은 대부분 기존 법과 충돌한다. 법이 기술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기 때문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더욱 그렇다. 서비스 성장폭이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률가들이 미처 예상하지 못한 현상이 발생하는가 하면 현재 법리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시작은 지난해 초 불거진 선거법이었다. 트위터에서 선거 관련 게시글이 불법 선거운동이냐는 것이 핵심이었다. 이용자 수가 늘어나자 개인정보 유출 우려에 따른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고 트윗과 리트윗 저작권 문제도 거론됐다. 지난해 말부터 소셜게임이 주목받자 페이스북과 같은 해외 서비스에서 이뤄지는 소셜게임에 게임산업법상 게임심의 문제도 잠재된 상태다. 결국엔 기존 국내법이 SNS에 ‘너를 어찌할꼬?’라며 묻는 모양새다.
◇개인정보 보호 규정한 ‘정보통신망법’에 저촉=SNS에는 다양한 정보가 올라온다. 신변잡기를 포함한 일상부터 시사 뉴스, 상품이나 음식점 정보 등 거의 모든 정보가 실시간으로 확산되고 공유된다. 굳이 정리하자면 개인적 삶을 사이버 공간에 공유하는 셈이다. 개인적 삶에는 여러 관심사가 포함될 수 있겠지만 최근 법적으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개인정보 보호다. 상상 외로 촘촘한 그물망으로 연결된 불특정 다수에게 개인 신상 관련 정보가 떠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초에는 ‘카카오톡’이 개인정보 및 제3자 정보 수집과 관련한 약관을 사용자 고지 없이 일방적으로 변경해 물의를 빚었다.
카카오톡은 지난해 9월 30일 서비스 이용 회원 중 개인정보 추가 수집에 동의한 회원에 한해 실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이메일 주소, 타 서비스 이용 아이디 또는 계정 정보 등을 수집할 수 있으며, 유료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휴대폰 결제 시 이동전화번호, 통신사, 결제승인번호 등 신용카드 결제 시 카드사명, 카드번호 등 계좌이체 시 은행명, 계좌번호 등을 필요에 의해 수집할 수 있다고 변경된 약관을 고지했다.
문제는 카카오톡 측에서 이번 개인정보 취급방침 변경에 사전 공지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웹 서비스 업체 대부분은 이용 약관 및 개인정보 취급방침이 바뀔 때 전 회원을 대상으로 사전 공지해 회원 탈퇴 및 존속 여부 결정 기간을 두고 변경 약관을 적용하고 있다.
논란이 끊이지 않자 결국 카카오톡은 10월 초 공지사항에서 “방송통신위원회 권고로 법률적 검토를 거쳐 개인정보 취급방침이 변경되었다”며 “실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이메일 주소, 타서비스 이용 아이디 또는 계정 정보는 현재는 수집하지 않는 정보며, 서비스에 꼭 필요할 경우 회원 동의 과정을 거친 후 동의한 회원에 한해 해당 정보를 직접 입력하는 경우에만 수집이 가능하고 자동으로 수집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카카오톡 해프닝은 SNS상 개인정보 수집과 활용에 경종을 울렸다. SNS는 이용자 프로필로 광범위한 인적 네트워크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상대방 SNS 홈페이지를 꼭 방문하지 않아도 모르는 사람의 정보가 네트워크에서 손쉽게 파악, 확산될 수 있다. 이를 테면 개인 몸무게 관련 정보를 SNS에 올리면 불특정 다수가 그 정보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사업 목적으로 개인 의도와 무관하게 수집될 수 있는 개인정보에 대해서도 법·제도 검토가 필요함은 두말할 것도 없다.
◇정치, 네트워킹을 째려보다
다음달 26일 보궐선거를 앞두고 SNS 등 소셜네트워킹 법적 문제가 또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미 작년 2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트위터에서 ‘할 수 있는 행위’와 ‘할 수 없는 행위’를 규정해 발표했다. 트위터를 이용한 선거운동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가능한 범위를 마련해 운영한다고 밝혔다. 선관위에 따르면 법적으로 정해진 선거운동 기간 이전에는 예비후보자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특정 후보예정자나 정당에 지지, 반대 등의 내용을 게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리트윗도 마찬가지다.
이 같은 선관위의 트위터 유권해석 근거는 공직선거법 93조 1항이었다. 해당 법조항은 ‘누구든지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해 이 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 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거나 정당의 명칭 또는 후보자의 성명을 나타내는 광고, 인사장, 벽보, 사진, 문서·도화, 인쇄물이나 녹음·녹화테이프, 그밖에 이와 유사한 것을 배부·첨부·살포·상영 또는 게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적으로 정해진 선거운동 기간 중에는 인쇄 및 영상 매체로 선거와 관련된 정보를 유포하지 말라는 것이 핵심이다.
논란의 핵심은 △트위터를 선거법으로 해석할 것인가, 즉 93조 1항에서 담고 있는 ‘그밖에 이와 유사한 것’에 포함되는 것인가 △순식간에 게시물 정보가 퍼져 나가는 리트윗을 어떻게 볼 것인가였다. 특히 인터넷 게시판 전반에서 오고가는 정치인과 정당 등에 관한 다양한 의견이 과연 선거운동 정보에 해당하는지는 트위터와 선거법 논란을 관통하는 주제였다.
선관위는 93조 1항은 비방, 흑색선전과 인쇄 매체를 동원할 수 있는 금권 선거를 차단하기 위한 목적을 지닌다고 했다. 하지만 SNS 소통시대에 SNS 게시물을 ‘그밖에 이와 유사한 것’으로 소급 적용하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반론이 설득력을 얻었다. 비방을 위한 비방이나 허위 정보를 유포하는 흑색선전이 아닌 단순한 의견 개진이나 표현의 자유는 인정돼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오히려 트위터와 같은 SNS가 금권선거를 막자는 공직선거법 입법 목적에 더 부합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6월 지방선거에서는 어느 때보다 SNS가 주목받았다. 선거 당일 SNS 투표 독려가 투표율을 끌어올리고 이는 곧 야당의 선전으로 이어졌다는 분석 때문이었다. 다음달에는 서울시장과 10개 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원 21명을 뽑는다. 내년에는 총선·대선이 잇따라 있다. 이 때문에 SNS와 공직선거법 논란은 내년에 재연될 가능성이 더욱 높다.
◇기고-김상순 변호사
SNS는 법보다 빠를까
누구나 아는 동화 하나. 바로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다.
훨씬 앞서 달리던 발 빠른 토끼는 중간에 잠이 든다. 거북이는 느리지만 꾸역꾸역 걸음을 옮기고 있다. 결말 부분은 몇 가지 버전으로 갈린다. 자고 있는 토끼를 깨우는 페어플레이 정신 충만한(혹은 오지랖 넓은) 거북이. 토끼가 자고 있는 동안 열심히 완주하는 거북이. 자다 일어나 다시 뛰어가는 토끼를 뒤에서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거북이.
이제는 누구나 아는 단어 하나. SNS(Social Network Service). 통상 정보통신기술 발달은 사회 변천과 문화 발전을 선도하며 사람들에게 종래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새로운 경험이 누적돼 일정한 틀을 가지게 되고 그 틀이 익숙해질 즈음이면 사람들은 그 틀을 일탈하는 경우를 흘겨보게 된다.
그제서야 사람들이 물어본다. “이런 경우에 법적으로는 어떻게 되나요?”
손 안의 컴퓨터라는 스마트폰이 대중화되지 않았다면 사람들은 지금과 같은 SNS 파급력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는 SNS에 많이 익숙해진 것으로 보인다.
슬슬 질문의 시간이 왔다. 그간 드러난 법이나 제도의 흠결이나 공백에 대해 좀 더 심도있는 논의의 순간이 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열리던 즈음부터 법 영역에서는 많은 학자가 ‘오프라인 세상을 규율하는 기존의 법규 중 어떠한 것을 온라인 세상을 규율하는 경우에도 적용하거나 응용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리고 사생활 보호, 명예훼손, 지식재산권 보호 등 많은 연구가 있었다. 시간이 지나자 ‘발 빠른’ 정보통신기술은 또 저만치 앞서가면서 쟁점과 화두를 뿌려댄다.
스마트폰, 클라우드 컴퓨팅, SNS, IPTV 등 다시 고민의 시기가 왔다. “온라인 세상을 규율하던 법규 중 어떠한 것이 모바일 등 현재 문화를 규율하는 데 원용할 수 있을까” “전혀 새로운 것이어서 새로운 법리 연구가 필요한 부분은 무엇일까”
위치정보수집이나 맞춤형 광고를 위한 개인 데이터 수집 등을 프라이버시 영역에서 다시 살펴보고 경솔한 SNS 사용으로 ‘주홍글씨’가 되어 버린 온라인 평판을 위해 ‘잊혀질 권리(right to be forgotten)’를 검토한다.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이른바 소셜커머스 사업자의 법적 지위를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업자로 취급한 이후의 조치를 논의하고, ‘네트워크 중립성’을 신중히 토의한다.
공공기관이 사용하고 있는 SNS 내용이 해당 기관의 ‘공적 견해 표명’이라고 볼 수 있을지 행정법 상 ‘신뢰보호 원칙’과 함께 논의될 것이며, 향후 민원이나 소송을 대비해 공공기관 트윗(tweet)을 미리 백업(backup)해 둘 제도나 조치 여부가 논의될 것이다.
고민해야 하는 영역이 SNS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에서 일어나는 거래에 세금을 부과하려는 미국 뉴욕 세금법(이른바 ‘아마존 법’)과 관련한 대립은 우리나라 법제에 어떠한 시사점을 주는지 검토될 것이다. ‘방송통신과 관련한 기술을 이용해 시간과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업무를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근무형태’를 의미하는 ‘스마트워크’와 관련된 촉진 법안은 향후 노동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충분히 숙려될 것이다.
한편 ‘게임=중독’이라는 편견이 고쳐져 게임 산업 자체가 건전하게 발전해 국가경제와 정서 함양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른바 ‘스타트업(startup) 기업’ 고충를 해결해 벤처 붐을 다시 일으킬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뒷받침 또한 진지하게 추진될 것이다. 일일이 적기엔 너무 많다.
SNS와 법의 달리기 시합은 아직은 SNS가 훨씬 앞서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희망적인 사실 하나는 피곤한 토끼가 지금 하품을 해대고 있다는 것. 어떤 버전의 거북이가 되는 것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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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기자 mim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