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최근 에코 기술은 대기전력 절감에서 빛난다. 전자 부품 산업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일본답게 주로 반도체에서 대기전력을 줄이는 기술이 속속 나왔다. 첨단 기술을 이용해 전기 소모를 근본적으로 줄이겠다는 시도다.
전자제품은 사용하지 않아도 미세한 전류를 계속 소모한다. 쓰지 않을 때 전원 플러그를 뽑자는 캠페인도 대기전력을 줄이기 위함이다. 대기전력 감소는 에너지 절약과 직결된다. 일반적인 가정 내 소비전력의 7% 가량이 대기전력이다.
일본 엘피다메모리는 대기전력을 기존제품의 100분의 1에 불과한 D램을 개발했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의 사용 시간을 길게 만드는 효과가 기대된다. 오래 쓸 수 있는 만큼 에너지도 절약된다.
비결은 ‘하이-K 메탈 게이트’라는 기술이다. D램에는 전류 제어 스위치 역할을 하는 ‘게이트’가 있다. 게이트는 전기를 차단하거나 저장하는 ‘절연막’과 전압을 가해서 전기를 흐르게 만드는 ‘전극’으로 이뤄진다.
기존 D램은 게이트 소재로 실리콘을 쓴다. 엘피다는 절연막 소재로 전기 저장 능력이 좋은 하프늄을, 전극 소재로 전기가 잘 흐르는 티타늄 계열 특수금속으로 대체했다. 전원을 끄더라도 전기 누수를 최소화해 대기 전력을 크게 줄였다.
도시바는 디지털 가전의 대기 전력을 제로에 가깝게 줄이는 에코(Eco) 칩을 만들었다. 콘센트로 흘러오는 전기를 완전 차단하는 기능이 특징이다. 에코 칩 자체의 소비 전력도 매우 적다. 도시바는 LCD TV와 블루레이플레이어에 이 기술을 먼저 적용할 예정이다.
오노 히데오 도호쿠대학 교수는 NEC와 함께 전자 제품의 대기 전력을 없애는 반도체 기술을 개발했다. 오노 교수는 5년 후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절전 콘센트도 등장했다. 교토대학과 건설업체 다이와하우스공업을 중심으로 고베대학과 계측기 업체 에네게토 등이 함께 개발한 이 제품은 절전 목표치를 설정하면 그에 맞도록 알아서 불필요한 전기를 차단한다. 3년 내에 상용화할 예정이다.
대기전력 기술 이외에 조명 시장의 변화도 두드러진다. 일본은 지난 5월 LED 전구 시장 점유율이 42.3%로 39%의 백열전구를 처음 앞질렀다. 5월 LED전구 판매 수량은 작년 동월의 2.9배에 달했다. LED 전구는 소비 전력이 백열전구의 7분의 1에 불과하다.
LED 전구는 대지진 직후부터 수요가 급증했다. LED 전구 시장 점유율은 2010년 8월 20%를 돌파한 후 올해 3월 대지진을 기점으로 두 달 만에 2배나 상승, 40%를 훌쩍 넘었다. 아직 조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현재 시장점유율이 절반을 넘어선 상태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