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오픈 생태계 경제학

 오픈 생태계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1 더하기 1은 2가 아니라 무한대임을 인식시키는 계기가 됐다. 한 객체의 역량을 따로 떨어뜨려 생각하기 보다는 그들이 서로 엮어 만들어내는 시너지에 주목하게 된 것이다.

 ◇오픈 생태계 선두주자들, 이들의 경제 가치는=애플 앱스토어는 오픈한지 2년 49일 만에 등록된 애플리케이션 수가 25만개를 돌파했다. 이는 약 5만개 이상 앱 제작자들이 개발한 것이다. 앱스토어를 통한 매출은 9억달러에 이른다. 이 중 개발자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전체 매출의 70% 가량인 6억3000만 달러에 달했다. 앱 제작사들이 애플 앱스토어에 올리는 대신 플랫폼 개발부터 마케팅까지 진행했다면 순이익은 더 형편 없었을 것이다. 아니, 애초에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지식의 소스가 대중화됨에 따라 상업화할 수 있는 지식의 풀이 넓어지고 있으며 이를 비즈니스에 도입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대표되는 집단지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비즈니스모델이 창출되고 있으며 기업은 이를 역량제고의 기회로 활용한다.

 세계 SNS 이용자는 지난 2007년 3억7300만명에서 2012년 10억600만명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모바일 하드웨어의 확산으로 향후 모바일 SNS는 더욱 발전할 것이라 예상된다. SNS뿐만 아니라 토론방, 블로그 등의 정보 교류 채널이 확대되며 지식유통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는 추세다.

 소셜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에는 240개 언어로 된 1600만건의 문서가 있다. 월 방문자 수가 3억3500만명에 이르는 거대 지식 사이트다. 세계에 있는 네티즌들이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쌓아놓은 창고다. 만약 위키피디아가 240개 언어를 축척하기 위해 번역 플랫폼을 사용했다면 아마 상상도 못할 금액을 투자해야만 했을 것이다. 오픈 플랫폼이 긍정적인 시너지를 낸 사례다. 위키피디아의 기업가치는 30억달러에 달한다.

 글로벌 IT공룡들이 합치면 어떻게 될까. IBM과 소니, 도시바는 게임·미디어용 프로세서 ‘셀브로드밴드엔진(Cell broadband engine)’을 개발해냈다. 이 엔진은 소니의 히트상품인 ‘플레이스테이션’의 심장부가 됐다. 협업을 통해 보통의 최신 PC 프로세서보다 성능이 뛰어나고 일반적인 가정용 컴퓨터보다 10배 이상 수행 능력이 뛰어난 셀(Cell)을 만든 것이다. 이 같은 기술을 통해 개발사들은 인위적인 지능보다 한층 더 인간의 이해와 행동에 가까운 인공지능을 구현, 보다 실감나는 게임을 만들어냈다.

 세계적인 완구 제조기업인 레고(Lego)는 소셜네트워크와 개방형 협력모델을 이용해 고객과 새로운 관계를 구축했다. 특허가 1998년에 만료된 후, 레고는 고객들에게 자신만의 장난감을 디자인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고객에게 제공함으로써 모방제품과 전자게임으로부터 시장지위를 지켜냈다. 현재 레고는 고객들이 가상의 도구를 이용해 3D 장난감을 만들어 자유롭게 웹사이트에 등록하고, 다른 이용자들과 디자인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이를 구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공공부문 오픈 생태계=기업뿐만 아니라 정부를 비롯한 공공부문에서도 오픈 생태계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강화하고 활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해당분야 산·학·연 전문가들이 정기적으로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이다. 상호 네트워크와 협력 파트너 기회를 제공한다.

 영국의 KTN(Knowledge Transfer Network)은 산·학·연 전문가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정보 교환 및 협력 기회를 제공하는 웹기반의 전문가 커뮤니티 프로그램이다. 지난 2009년 기준으로 25개 분야 4만5000명의 회원이 활동한다. 정부는 리포트, 뉴스레터, 웹세미나, 온라인 공동연구 툴, 펀딩기회, 정부 정책 및 규제에 대한 의견 개진 통로 등을 지원한다.

 미국 산학 공동연구센터는 미국 전역에 200개 이상의 대학에 1000개 이상의 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민간기업 연구원을 대학에 파견해 공동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일본 국립대학은 지역공동연구센터, 첨단과학기술공동연구센터 등 산업계와 협력을 추진하는 공동 연구센터가 전국에 66개 설립, 운영하고 있다. 공동연구 또는 수탁연구를 실시, 알선하며 기술상담 또는 컨설팅을 수행한다. 벤처기업과의 협력을 위한 벤처비즈니스연구실 35개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으며 공동연구 실시, 기업가 교육 또는 지재권 교육, 세미나와 공개강좌 및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오픈 생태계 진화 방향은 ‘밖으로 밖으로’=기업들은 오픈 생태계를 통해 자신이 가진 핵심 역량을 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 분야를 파악할 수 있다. 새롭게 개척할 분야에 생태계를 조성해놓고 자신과 상대방의 능력을 파악해 비즈니스 모형을 설정할 수 있다.

 애플 아이튠즈는 아이팟에 노래를 다운받을 수 있는 일종의 오픈 생태계 장터다. 이 시장은 미국 5대 메이저 음반회사들이 오픈 생태계를 통해 자신들의 음원으로 매출을 올리는 새로운 사업모델을 발견하는 계기가 됐다.

 기업들은 ‘버릴건 버리고 취할건 취하는’ 전략을 쓰게 됐다. 기존 하드웨어 제조 기업이었다면 모든 영역을 한 기업이 수행했지만 오픈 생태계에서는 협력 파트너나 개인들로 세분화할 수 있다. 일종의 아웃소싱 개념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기존 아웃소싱은 부품공급이나 유통이 주된 영역이었다면 이젠 R&D를 맡긴다는 점이 다르다.

 애플 아이팟의 경우 토니 파델이라는 개인이 고안한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토니 파델 외 35명의 전문가들이 연합해 만든 작품이다.

 향후 오픈 생태계는 자신의 것을 보여주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특허나 지적재산권 등 그야말로 ‘내부 자산’을 공유해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으로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오픈 생태계를 통해 자신의 것을 사용하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다시 가져가는 ‘역’ 공유 방식이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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