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확보·초슬림·독특한 디자인….’
이번 IFA에서 볼 수 있는 모바일 제조사들의 고민거리다.
올해는 여느 때보다 새로운 모바일 제품 출시가 활발하다. 하드웨어 중심이었던 모바일 제조기업의 ‘탈 구글 경쟁’은 유난히 돋보였다. 안드로이드 중심으로 진행됐던 모바일 공동 생태계가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로 위협을 받고 있는 현재 상황과 묘하게 맞물려 현장을 찾은 관객은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또 각 제조사는 하드웨어 성능과 함께 ‘디자인’을 전면에 내세우며 감성을 자극했다.
◇‘포스트 안드로이드시대’ 예고=삼성전자 부스에서 가장 인기를 끈 곳은 컴투스가 개발한 ‘홈런 배틀 3D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마련된 코너였다. 이 게임은 삼성전자 스마트폰과 스마트TV, 스마트패드를 이용해 맞춤형으로 즐길 수 있다. 투수와 타자 역할을 수행하는 각 개인 모바일 화면에선 각자의 관점으로 구성된 화면이 나오고 스마트TV는 이를 전체적으로 중계하는 식이다.
4일(현지시각) 현장에서 만난 권강현 삼성전자 미디어솔루션센터(MSC) 전무는 “경쟁력있는 앱과 콘텐츠 수급을 강화하고 스마트기기끼리 연계해 사용성을 끌어올려 모바일 기반 생태계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지영 컴투스 사장도 이날 삼성전자 부스를 방문하는 등 깊은 유대관계를 과시했다.
삼성전자는 ‘삼성앱스’와 ‘바다OS’를 명품 앱장터·OS로 띄우는 전략을 내세웠다. 현재 삼성앱스가 탑재된 스마트폰은 2000만대 안팎으로 바다OS와 안드로이드OS 단말기가 절반씩 차지하고 있다. ‘오렌지’와 ‘O2’ 등 유럽 지역 이동통신 사업자가 적극적으로 탑재를 환영하고 웨이브 스마트폰 사용자도 늘어나고 있어 향후 생태계 기반이 꾸준히 확대될 전망이다.
콘텐츠 수급을 위해 MSC 조직 체계를 정비하고 CP와 수평적 관계도 강화했다. 권 전무는 “삼성앱스는 다른 앱장터와 달리 앱 품질과 기기 연동성 심사를 꼼꼼히 한 후 사용기기별로 맞춰서 노출한다”며 “품질 관리를 강화한 덕분에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앱 개발자 풀과 다운로드 수가 급속도로 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HTC는 발빠르게 망고OS(윈도모바일7)를 탑재한 ‘레이더’와 ‘타이탄’을 비롯해 기존 윈도모바일OS 기반 스마트폰인 ‘HTC 7 프로’ 등을 전시했다. 레퍼런스 스마트폰을 가장 먼저 출시하는 등 구글의 ‘우군’이었던 HTC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대신 윈도폰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HTC 관계자는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유료화할 것은 사실상 수순이라고 봐야 한다”며 “자체 플랫폼을 갖지 못한 기업에게 마이크로소프트 윈도OS는 가장 확실한 비상구”라고 설명했다.
◇하드웨어는 ‘디자인’ 전쟁=각 제조사는 하드웨어 성능뿐만 아니라 두께와 디자인에 승부를 걸었다. 이번에 전시된 ‘초박형’ 제품들은 IFA를 찾은 이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에이서가 공개한 자사 첫 울트라북 ‘아스파이어 S3’는 두께가 13㎜에 불과하다. 무게도 3파운드(1.36㎏)에 채 못 미친다. 1366×768 HD해상도에 인텔 샌디브릿지 코어i 프로세서를 탑재하는 등 스펙도 우수하다. 소비자가 제품을 살 때 직접 240GB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와 320~500GB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HDD는 빠른 부팅을 위해 주기판 안에 SSD를 내장했다.
도시바는 10.1인치 스마트패드 ‘AT200’으로 두께 경쟁에 뛰어들었다. 안드로이드 허니콤OS를 탑재한 이 제품은 1280×800p로 갤럭시탭 10.1과 같은 해상도를 가졌지만 두께는 7.7㎜, 무게는 558g로 더 얇고 가볍다. 마이크로SD 카드와 HDMI 비디오, USB를 연결할 수 있는 포트를 갖춰 얇은 두께에도 월등한 확장성을 자랑한다. 크롤리 도시바 수석은 “출시 일정은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승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갤럭시탭 7.7도 슈퍼 AM 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하면서도 도시바 제품의 턱밑까지 따라간 7.89㎜까지 두께를 줄였다. 1.4㎓ 듀얼코어로 PC에 버금가는 강력한 성능을 지원한다. 이 제품은 독일 애플이 뒤셀도로프 법원에 제기한 특허 침해 관련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 때문에 전시장에서 철수되기도 했다.
웨이브3는 흑·백색 바디로 일관된 스마트폰 시장에 과감한 디자인으로 승부수를 던진 경우다. 특히 멋 부리기를 좋아하는 유럽 여성들에게 소구한다는 설명이다. 1000만대가 조금 못미치는 웨이브 스마트폰 판매량 중 60% 이상이 유럽에서 판매됐다.
류지창 삼성전자 독일법인 차장은 “유럽 여성이 빛을 반사하는 메탈 바디 웨이브 스마트폰을 멋을 내기 위한 디자인 액세서리로 여기는 등 성능뿐만 아니라 디자인 때문에 유럽에서 인기가 좋은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소니도 두께 대신 파격적인 디자인에 승부수를 던졌다. IFA에서 공개된 자사 첫 스마트패드 ‘태블릿S’는 책을 뒤로 말아놓은 듯한 모습을 형상화했다. 또 같이 공개된 ‘태블릿P’는 5.5인치 디스플레이가 상·하단으로 만들어진 디자인을 구현했다. 이처럼 독특한 디자인 덕분에 관람객 손길이 끊이질 않았다. 현장에서 태블릿S를 접한 여성 관람객 엠마 보일(영국)씨는 “딱딱하지 않은 부드럽고 황홀한 디자인”이라고 극찬했다.
베를린(독일)=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