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무선 데이터가 급증하는 가운데 이를 통제할 트래픽 제어·보안기술이 대부분 외산으로 드러나 국산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관심을 기울이면 충분히 국산화를 달성할 수 있는 만큼 업계와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4일 관련업계와 학계에 따르면 국내 사업자가 도입 중인 필터링·미러링 솔루션 등 패킷·트래픽 제어기업이 시스코와 주니퍼·알카텔루슨트 같은 글로벌 업체에 한정돼 있다. 특히 대형 통신사업자(ISP)와 콘텐츠 제공업체(CP)는 예외 없이 외산 업체 트래픽 제어기술을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정적으로 운용할 만한 국산 솔루션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 수준 트래픽 폭발 현실화=최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 트래픽은 2011년 4월 기준으로 1년 새 1254% 급증했다. 가장 큰 요인은 스마트기기 대중화다. 통신 3사 스마트폰 트래픽 증가율은 같은 기간 동안 무려 3525%나 증가했다.
시장 조사 기관 인포마 텔레콤&미디어에 따르면 한국에서 한 사람이 발생시키는 트래픽은 세계 평균의 3배에 달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극심한 데이터 폭증을 겪고 있는 것이다. 트래픽 폭발 우려는 최근 일어난 ‘LG유플러스 데이터 불통’ 사태로 현실화 됐다. ‘카카오 톡’이 서비스 개시 1년 4개월 만에 가입자 2000만명을 유치하는 등 갈수록 망 트래픽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트래픽 제어 기술 외산 일색=트래픽이 늘어나자 사업자들은 이를 효과적으로 제어할 솔루션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딥패킷인스팩션(DPI)’이 대표적이다.
각 통신사가 2010년 경쟁적으로 도입한 이 기술은 사용자 데이터 사용 형태를 분석해 과도하게 발생하는 트래픽을 제어한다. 원래 네트워크 보안에서 사용됐지만 시장 요구에 따라 헤비유저나 비정상 트래픽을 찾는 데 활용되고 있다.
DPI는 안철수연구소나 시큐아이닷컴 같은 국내 보안업체도 보유했다. 문제는 이를 뒷받침할 국산 하드웨어가 거의 전무한 데서 출발한다.
현재 통신사 등 대형사업자는 하드웨어와 DPI 소프트웨어가 결합된 글로벌 업체 장비를 도입하고 있다.
시스코·주니퍼 등은 이미 일찍부터 BT, AT&T 등 글로벌 통신사업자의 요구에 따라 자사 네트워크 장비에 DPI 기술을 심어 판매해 왔다. 주니퍼는 최근 가입자와 애플리케이션 정책 소프트웨어를 라우터에 통합시켜 트래픽 다이렉트(Traffic Direct)’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미 제어기술 고도화에 뛰어든 것이다.
◇국가 차원 기술 확보 절실=관련 업계는 현재 트래픽 폭증을 안정적으로 제어할 만한 국산 장비가 없다는 현실에 공감하고 있다.
주니퍼·시스코 등 대당 100G급 장비를 보유한 글로벌 사업자에 비해 국내 업체는 10G 정도의 기술을 가진 것이 네트워크계 현실이다.
김성로 주니퍼코리아 이사는 “소프트웨어가 있더라도 그에 맞는 칩을 개발해 사용화하려면 보통 3년 정도 시간이 걸린다”며 “사업자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서비스가 최우선이기 때문에 검증된 업체 장비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제어 분야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발을 맞춰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봉규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는 “제어기술 시장 가능성은 차치하고서라도 트래픽 폭발, 보안 기술은 국가적으로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국내 업체가 관련 소프트웨어 기술을 보유한 만큼 CP, ISP, 네트워크 관련업계 협력 하에 트래픽 제어기술을 국산화 해 핵심기술을 확보하는 한편, 수출 등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어와 보안기술을 외산 업체에만 의존할 경우 향후 국내 통신 인프라 시장 주도권을 행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이를 위해 법과 규제를 정비해 트래픽 관리를 체계화하고 관련 사업을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표1> 통신사별 트래픽 증가 추이 (전체), 단위 TB, 방송통신위원회
표2> 통신사별 트래픽 증가 추이 (스마트폰), 단위 TB, 방송통신위원회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