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하나은행을 시작으로 국내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스마트폰 뱅킹 서비스를 출시했다. 스마트폰 열풍을 등에 업고 급속도로 확산된 스마트폰 뱅킹은 현재 전 은행이 시스템을 구축, 제공하고 있다. 스마트폰 뱅킹 서비스는 겉으로 보기엔 모두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 이를 기획하고 개발하는 과정은 모두 다르다. 신한은행 스마트폰뱅킹 서비스는 시장 선점을 위해 급격한 전략 수정을 거쳐 탄생했다.
지난해 말 하나은행이 은행권 최초로 스마트폰 뱅킹 서비스를 선보였다. 당시 신한은행은 다른 은행들과 함께 금융결제원이 주도하는 은행 공동 스마트폰 뱅킹 서비스 구현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었다.
신한은행 내부에서 동요가 일기 시작했다. 하나은행은 서비스를 출시했는데, 은행권 공동 서비스는 5개월이나 지난 후에야 출시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스마트폰 뱅킹 트렌드를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보기에는 스마트폰 열풍이 너무 크고 길었다. 결국 신한은행은 은행권 공동 추진에서 탈퇴, 독자적인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가 없었다. 은행권 공동 추진으로 다른 은행과 차별화를 꾀하기 어렵겠다는 판단도 독자 추진 원인이다.
2010년 1월 신한은행도 스마트폰 뱅킹 서비스 구현을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총 프로젝트 기간 2개월, 그러나 실제 개발 기간은 1개월. 초기에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한 개발 기간이다. 일각에서는 무리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그러나 신한은행 멀티채널본부, IT본부, 신한데이타시스템 등 참여 인력 모두가 열정적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불가능하다고 본 개발이 현실로 이뤄졌다. 2010년 3월 10일 첫 번째로 아이폰 운용체계(OS)에서 구현 가능한 스마트폰 뱅킹 서비스가 출시됐다. 이후 4월에는 안드로이드 OS, 5월에는 윈도 OS에서 구현이 가능했다.
이 과정에서 신한은행은 스마트폰에 대한 새로운 정보 및 신기술을 얻는데 애를 먹었다. 특히 일부 OS는 폐쇄형이어서 개발이 어려웠다. 임승환 멀티채널부 부부장은 “정보를 얻기 위해 내·외부에서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동원했고 자바 등 일부 기술은 전문가를 초빙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 스마트폰 뱅킹 프로젝트는 시스템 개발만이 어려웠던 것은 아니다. 이미 시장 선점을 놓친 상태였기 때문에 다른 은행과 차별화가 필요했다. 앞서 출시된 타행 서비스와 동일해서는 결코 시장에서 경쟁할 수 없었다. 고민 끝에 얻은 결론은 속도였다. 김연준 과장은 “속도를 높이기 위해 프로세스를 간결하게 구성했다”고 전했다. 다음은 디자인이다. 일반 바둑판식이 아닌 선반 형식을 적용해 메뉴 배열을 재미있게 구성했다. 신한은행 스마트폰 뱅킹 디자인은 전자신문과 숙명여대가 공동으로 실시한 ‘한국스마트앱평가지수’에서 디자인 부문 1위를 차지했다. 김지현 대리는 “속도와 디자인은 스마트폰 뱅킹 서비스를 대부분 젊은 층에서 사용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젊은층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다각도로 고민했다”고 전했다.
초기 스마트폰 뱅킹 서비스를 통해 구현된 기능은 조회, 이체, 환율조회, 수표조회, 카드, 공과금 등이다. 이후 펀드, 상품신규, 퇴직연금 등 기능이 추가로 제공됐다. 외화 해외송금, 상품신규 확대, 펀드신규 등은 추가 제공을 위해 검토 중이다. 고객들에게 사용 후기나 아이디어 공모 등을 통해 신규 기능을 확대할 방침이다. 가계수표조회 등 각 사업부에서 필요한 부분도 반영한다.
스마트폰 뱅킹 서비스 구현 매체도 다변화한다. 지난 1월 은행권 최초로 아이패드 뱅킹 서비스를 출시했다. 스마트패드는 스마트폰과 화면 크기가 다르다. 따라서 스마트패드 뱅킹 시스템은 이에 맞게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 또 이용층도 다르기 때문에 사용자환경(UI)도 다르게 구현했다. 김경현 차장은 “스마트패드 이용자는 주로 20·30대기 때문에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접목한 디지로그 방식을 적용했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통장관리 기능은 실제 통장에 인쇄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양한 디지털 기능이 함께 구현된다. 이체도 재미있는 방식을 적용해 동전을 던지는 형태로 꾸며졌다. 펀(Fun)기능을 추가한 것이다. 갤럭시탭 적용은 향후 판매 현황을 보고 추진할 계획이다. 게임을 접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스마트폰 뱅킹 서비스를 통해 금융거래는 물론이고 다양한 콘텐츠도 제공한다. 이 중 가장 대표적 콘텐츠는 모임 총무를 위해 회원 및 회비관리를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김총무’다. 커플끼리 추억을 기록해가는 커플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전용상품 가입 시 추가 금리를 제공하는 ‘두근두근커플샷’도 있다. ‘신한S집시세’ ‘신한S쿠펀’ 등의 앱도 있다.
<미니인터뷰> 김승동 멀티채널본부 상무
-신한은행 스마트폰 뱅킹 서비스 효과는.
▲추가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됐다. 또 신규 상품 가입을 유도할 수 있는 비즈니스 채널로도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스마트폰 뱅킹 가입자 수는 지난해 말 38만2603명에서 지난 7월 현재 121만8105만명으로 늘어났다.
-스마트폰 뱅킹 시스템 구축 시 어려웠던 점은.
▲다양한 운용체계(OS)와 스마트 디바이스에 일일이 대응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한정된 크기의 앱 안에 다양한 뱅킹 서비스를 구현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급변하는 고객 요구를 정확히 짚어내고 이에 맞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었다.
-타행 대비 신한은행 스마트폰 뱅킹의 차별점은.
▲고객이 스마트폰 뱅킹을 이용하는 현황을 꾸준히 모니터링했다. 이를 통해 무조건 많은 기능을 넣기보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능 중심으로 구현했다. 즉 가장 필요한 기능을 강화했다. 고객 이용 편의성을 극대화 하는 것도 중점 사항이다. 최근 출시된 ‘신한S뱅크 미니’가 좋은 예다.
-향후 스마트폰 뱅킹 확대 계획은.
▲지금까지는 신한은행의 앞선 뱅킹 서비스를 스마트폰을 통해 제공하는 데 중점을 뒀다. 향후에는 스마트폰으로 이뤄지는 일상생활 속 다양한 활동들을 금융 서비스에 접목해 단순한 뱅킹 서비스가 아닌 편리하고 재밌는 스마트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