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약 갖다줘’라고 얘기한다. 음성인식 시스템을 통해 알아들은 로봇이 약봉지가 항상 놓여 있었던 거실 테이블로 이동한다. 그런데 그곳에 약봉지가 없다. 로봇은 당황하지 않고 다른 곳을 탐색한다.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약이 있을 만한 곳을 찾는다. 마침내 식탁 의자 위에 있는 약봉지를 발견한 로봇이 약봉지를 노인에게 가져다 준다.
미래 서적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이런 장면을 실제로 구현한 서비스 로봇이 국내 처음으로 공개됐다. 성균관대학교 지능시스템연구센터 이석한 소장이 이끄는 연구팀은 2년에 걸친 연구 끝에 이른바 ‘인지적 로봇(Cognitive Consumer Robot)’ 1단계 개발을 완료, 본지에 단독 공개했다.
지식경제부의 한미국제공동연구(Korus-Tech) 일환으로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성균관대학교 지능시스템연구센터 주관으로 미국 조지아텍과 유진로봇, 보나비전이 공동으로 진행했다. 성균관대학교 센터가 중심을 잡고 미국 조지아텍이 기반 기술 공동 개발을, 유진로봇이 디자인 및 플랫폼 설계를, 보나비전이 SW 개발을 맡았다.
이번에 1차 개발 완료된 로봇은 거동이 약간 불편한 노인이나 초기 치매 증상이 있는 노인 등이 대상이다. 간단한 심부름과 투약 서비스, 비디오 채팅 서비스 등이 핵심이다. 총 5년간 진행되는 이 프로젝트는 내년 중순 1차 단계가 완료된다.
홈메이트 로봇으로 이름 붙여진 이 로봇의 가장 큰 특징은 팔이 달려 있어 물건을 직접 찾고 들어서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물건의 위치를 말하면 음성인식을 통해 해당 위치로 이동하고 위치가 틀렸거나 모를 경우에는 스스로 프로그래밍된 확률 계산을 통해 물건이 있을만한 곳을 찾을 수 있다.
개발을 주도한 이석한 성균관대 지능시스템연구소장은 “여러가지 상황과 환경 변화 등을 로봇이 스스로 인지하고 계산해 움직이며 심부름을 해주는 개념의 로봇”이라며 “이를 테면 냉장고 문을 열면 그림자 때문에 외부보다 어둡다고 할지라도 이미지를 스스로 캡처해 특정 물건을 찾아내는 아주 똑똑한 로봇 컨셉트”라고 설명했다.
1차 개발 완료된 홈메이트 로봇은 최종적으로 5년 이내 1000만원 이하 가격에 출시되는 것이 목표다. 한미 공동으로 개발한 만큼 미국 시장과 한국 시장에 동시에 출시될 예정이다.
이 소장은 “개인용, 가정용 서비스 로봇 시장이 아직 형성되고 있지 않은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서비스 로봇 시장을 창출해 보는 것이 핵심 목표”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소장은 2단계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내년부터는 홈메이트 로봇에 적용된 기반 기술을 외부에 개방하고 수요자 중심의 다양한 서비스를 접목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또 기초 기술을 응용할 수 있는 산업 분야를 발굴하고 다양한 협력도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김민수기자 mim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