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영역파괴

 글로벌 IT업계에서 ‘영역파괴’가 가속화되고 있다. 불과 10년 전만해도 시장에서는 자신만의 업종과 사업 아이템이 뚜렷했다. 휴대폰 제조사는 휴대폰 경쟁 제조사, TV제조사는 경쟁 TV업체와만 대결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IT시장 경쟁구도는 경계가 모호하다. 단일 업종이나 동일한 품목간 경쟁만 있는 게 아니다. 역할 구분이 뚜렷했던 소프트웨어 업체와 하드웨어 기업간 경쟁이 나타난다. 전혀 사업 관련성이 없을 것 같던 포털업체가 TV제조사와 협력을 넘어 대결하는 구도다.

 구글은 인터넷 검색에서 출발,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로 휴대폰 영역에 진입했고 최근에는 TV로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애플 역시 아이팟·아이폰에서 확보한 충성도 높은 고객을 이용해 스마트패드, 또 TV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정 분야에서만 잘해서는 ‘절대 강자’가 되지 못한다. 과거 시장을 구분하던 기준은 의미가 많이 퇴색했다. 새로운 시장 획정이 요구되는 시대다. ‘융합’ 트렌드는 이 같은 영역구분 없는 경쟁의 촉매제가 되고 있다.

 내비게이터와 디지털카메라, MP3플레이어는 불과 5~6년전만 해도 별도 사업 분야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진행 상황을 보면 스마트폰이라는 강자가 나타나 나머지 기기의 사업영역을 잠식하고 있는 모양새다.

 경쟁에서 승리한 기업이 모든 것을 가져가는 ‘승자독식’은 오랜 업계 ‘게임의 법칙’이다. 영역이 파괴되면서 최종 승자가 가져갈 몫은 더 커졌다. 반면 우물 안에서만 경쟁하던 업체들은 우물 밖에 존재하는 전혀 다른 존재와 일전에도 대비해야 한다.

 하드웨어에서 튼튼한 진지를 구축해온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이런 국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변화에 맞서려는 자세는 옳지 않다. 트렌드에 순응하며 자기만의 무기를 갖추고 연마해야 한다.

 전통적으로 자기 영역을 수성하려는 자는 도전자의 공격을 이기지 못해왔다. 우리 기업들도 영역파괴 흐름에 맞춰 보다 선제적 대응에 나설 때다.


 


 김승규 가전유통팀장 se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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