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타 분야 투자 위해 입찰 포기", SKT "주파수 비용 많아 아쉽다"
국내에서 처음 시행된 주파수 경매가 29일 마무리되자 KT와 SK텔레콤은 "이번 경매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이 다음 경매에서는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1.8㎓ 대역을 두고 9일간 83라운드에 걸친 치열한 경쟁을 벌인 두 사업자는 특히 낙찰가가 1조원 가까이 치솟은 것에 대해 "주파수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과열 양상이 빚어졌다"며 유감을 표했다.
KT는 1.8㎓ 대역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클라우드 컴퓨팅과 콘텐츠 및 애플리케이션 육성 등 다른 분야에 투자하기 위해서 이 대역에 대한 입찰을 포기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석채 KT 회장은 "솔로몬의 지혜에 나오는 얘기처럼 아들을 두고 싸우는 부모의 심정"이라며 "통신업체들이 해야 할 역할이 있고, 이쪽에 너무 돈을 많이 쓰면 다른 중요한 일들은 할 수 없다"며 1.8㎒ 대역 입찰을 포기한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 회장은 "원하는 주파수를 가지려고 무한정 입찰했더라면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되고, 국민의 걱정이 깊어졌을 것"이라며 9천950억원 선에서 입찰을 멈추기로 결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 회장은 주파수 경매에 대해 "돈 많은 사업자가 주파수를 가져간다고 해서 효율성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라며 문제를 지적하고 "정치권과 정책 당국자, 여러분이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경매 결과에 아쉬워하는 것은 `승자`인 SK텔레콤도 마찬가지다.
9천950억원에 1.8㎓ 대역을 가져가는 SK텔레콤은 "원하는 주파수를 얻어 기쁘다"면서도 "예상보다 많은 돈을 지출하게 된 점이 아쉽다"며 씁쓸함을 표현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KT도 1.8㎓ 대역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서로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방송통신위원회가 중장기적인 주파수 계획을 시급히 내놓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주파수 할당 대상과 대가를 사업자가 스스로 정하게 해 투명성을 높이려는 경매제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번 경매는 매물에 오른 주파수 대역이 너무 적고 미래 주파수 계획도 불확실해 과열경쟁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었다"면서 "경매제도를 보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정부는 주파수 경매가 과열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하며, 앞으로 주파수 활용 계획을 조속히 내놓아 사업자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파수를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