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트파이터×철권’의 개발은 쉽게 말하면 삼성과 LG가 공동으로 TV를 만드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쉽지 않지만 그만큼 큰 화제가 될 일이죠.”
오노 요시노리 캡콤 프로듀서는 ‘스트리트파이터’와 ‘철권’이라는 일본 비디오게임을 대표하는 격투 브랜드의 만남을 삼성과 엘지의 공동 작업에 비유해서 설명했다.
격투게임 팬들에게는 꿈의 대전액션게임으로 불리는 스트리트파이터×철권의 발매에 앞서 오노 PD가 26일 한국을 찾았다. 스트리트파이터는 1988년 출시된 이래 총 10편이 넘는 시리즈가 발매되며 세계 누적 27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대전 격투게임의 바이블이다. 스트리트파이터가 철권이라는 또 하나의 격투게임과 만나 ‘하이브리드 장르’에 도전한다.
스트리트파이터3,4와 몬스터헌터 등을 제작하며 ‘격투게임의 아버지’로 불리는 오노 PD는 1994년부터 액션게임만 개발한 대표적 장인 개발자다.
“대학을 나와서 18~19년 동안 캡콤에서만 일했습니다. 격투게임에 한해서는 잘 익은 묵은지와 같은 상태라고 할까요?”
트위터에 소녀시대와 카라 같은 걸그룹 이야기를 종종 올릴 정도로 한국 대중문화에 관심이 많은 오노 PD는 자신을 ‘김치’에 비유하며 익살스럽게 설명했다.
스트리트파이터와 철권은 각각 캡콤과 반다이남코게임스라는 일본 비디오게임을 대표하는 두 회사의 간판 타이틀이다. 서로 다른 회사의 콘텐츠와 문화가 만난 배경에는 힘을 합쳐 격투게임 시장을 부흥시켜보자는 하나의 목적이 있었다.
“양쪽 프로듀서가 친분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서로 신뢰하고 간섭하지 않는다는 큰 틀을 잘 지켜나갔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세계적으로 비디오 게임 시장은 축소되고, 온라인과 스마트폰 게임 시장은 급격히 성장하는 추세다. 액션게임 개발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오노 PD도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성공과 실패를 모두 경험했다. ‘몬스터헌터 프론티어 온라인’의 개발을 총괄해 일본에서는 큰 성공을 일궜으나 한국에서는 한게임 서비스 3년 만에 철수 결정을 내려야 했다.
“일본에서의 엄청난 성공 때문에 건방진 태도가 되어 준비를 많이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많은 노하우를 쌓았기 때문에 한국 시장에 꼭 재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오노 PD는 비디오 게임 시장이 하락세라는 말이 나올수록 콘텐츠가 중요해진다고 말했다. 플랫폼의 차이보다 중요한 것은 완성도와 재미라는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격투게임도 4~5년 전에 끝났다는 소리가 나와서 10년 만에 스트리트파이터4 신작을 내놓자고 결정했을 때 내부 반대가 극심했다”면서 “열심히 개발했더니 이용자들은 자연스럽게 따라와줬고 세계적 성공을 거뒀다”고 전했다.
“불평은 최고의 칭찬입니다. 새로운 것을 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불평을 두려워해서는 안됩니다.” 백전노장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